공공의료의 젊은 힘, 지역보건의 참 일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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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의 젊은 힘, 지역보건의 참 일꾼(7)
  • 승인 2006.10.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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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기대하며”

□ 연구개발사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한의학 □

■ 한국한의학연구원과의 인연

필자가 공중보건의사로서는 나름대로 특수한 배치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을 택하게 된 것은 특별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리 좋지 않았던 군사성적과 직무교육성적으로 간신히 지원가능했던 수도권 인근(?) 기관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솔직한 이유일 게다.
그러나 계기가 어찌되었든 연구원에서 공중보건의 3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대 중반의 청춘을 보내었고, 지금에 와서는 이곳에 오게 된 것이 축복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정책부터 연구개발사업의 현황, 실정 등을 현장감 있고 폭넓게 관찰할 수 있는 연구원 생활은 한의학을 둘러싼 문제들과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학부시절 제반 문제들에 대해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의학 전공자라는 편향적 시각, 현실과 괴리된 피상적 지식으로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던 당시의 생각과 지금의 내 입장 사이에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다.

지금부터 얘기해보려 하는 것이 바로 변화된 필자의 시각에 관한 것이고 특별히 2년 6개월여간 몸담았던 한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라는 테마에 초점을 맞추어보았다.
다음에 제시할 내용은 필자의 미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견해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 한의학연구개발 사업의 현황

한의학 연구개발을 어떻게 추진해야하는가에 앞서 현대의 연구개발 추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의 연구개발개념은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로 특징 지워진다. 즉, 연구개발이 기업적 이익에 직결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실용화·산업화에 중심을 두게 된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사업지원 취지도 현대의 R&BD개념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먹거리 창출’이라는 연구사업의 구호나 ‘미래성장동력 연구’라는 사업명칭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의학연구개발사업도 이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한의학연구개발의 대표사업인 보건복지부 주관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2010 project)’의 최종목적을 ‘만성·난치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한방치료기술과 한약처방의 개발을 통한 국민보건향상 및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연구사업이 한의학이라는 학문분야 자체에 대해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을 도구로 사용하여 국민건강의 향상과 경제성장을 이루려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개발사업의 성과물들이 상품화·대중화되지 않으면 사업목적 자체가 뒤틀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한방치료기술개발사업’ 실용화 성과를 보면 제품화 5건, 기술이전 4건, 특허등록 6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 성과들조차도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보기가 힘들다.
지난 비용대비 연구성과면에서 효율성을 보았을 때 지금까지의 한의학 연구개발사업은 목표지향적 사업이 아니라 학술진흥차원의 학계 연구비 지원사업으로 보일 정도이다.

■ 한의학 R&BD에 대한 한의사들의 인식전환을 바라며

한의학연구개발사업의 궁극적인 수요자는 한의사가 아닌 국민이다. 한의사들이 한방의료전문가로서 연구개발의 한 중심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또 사업성과물로 인하여 부차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자체가 한의학연구개발사업의 목표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연구개발수행 시 우선 고려되어야할 것은 다수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어떤 것이냐는 점이다.

한의협을 비롯한 한의학 관련단체들은 정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의학연구개발사업이 한의학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에 있어 한의학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대안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연구개발사업이 타 연구개발사업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필자도 동의하지만, 일부 한의사들이 주장하는 ‘한의학 원리에 기반을 둔 연구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선뜻 수긍할 수가 없다.

현대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영어이듯, 현대 세계에서 통용되는 패러다임은 과학이고, 특히 의학분야에 있어서는 자연과학이다. 즉, 한의학의 치료기술들이 자연과학으로 해석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현대사회가 인정하는 주류로 편입될 수가 없는 것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이 ‘다수 국민에게 돌아가는 현실화된 혜택’을 목표로 염두에 둔다고 한다면,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의학의 치료기술’은 개발할만한 존재가치가 없다.

필자는 한의학 연구개발사업의 고유성이 ‘한의학적이라고 주장하는 형이상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수천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경험 중에 ‘대중들에게 필요한 경험’과 ‘한의사들의 보편적인 경험’ 그리고 ‘자연과학이나 서양의학으로도 쉽게 해석될 수 있는 경험’이 만나는 교집합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이 연구개발분야에서 한의학의 특성을 살려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한의학연구개발사업의 도전과 미래

앞에 기술하였듯이 한의계의 축적된 임상경험과 정보가 사회주류로 나오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을 통해서 한번 재검증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의학의 경험과 이론을 부정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사회적 인식을 고려하건대 한의원 단위의 개개인 맞춤 진료가 아닌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기술의 개발을 위해서 나아가 세계 선진시장에의 진출을 위해서 Global standard를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런 선택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한의학계의 발전을 위하여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계는 현재 의료계로부터 “한의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보라”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의학이 과학으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는 것을 필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어린 시절부터 과학성과 합리성을 덕목으로 교육받아온 대중들이 공식적으로 검증된 치료기술을 점점 더 원하게 될 것은 명약하다.
따라서 과학을 통해 재해석된 한의학의 치료기술이 많아질수록 한의학 전반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가게 될 것이고, 한의학계가 원하는 ‘한의학 이론에 바탕을 둔’ 한의학적인 연구개발에 투자하자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성경에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리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한의사들은 그간 단순히 한의학 혹은 한방의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민의 것을 한의사에게’ 돌리기 원하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韓醫學은 韓醫師들의 소유이기 이전에 韓民族의 소유이다.
한의학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의 사랑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던 한의사들이 이제는 한의학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한의학 지식을 국민들에게 쏟아놓는 보답을 할 때가 아닌가한다.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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