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제1회 국제 中醫心理學 학술대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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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제1회 국제 中醫心理學 학술대회를 다녀와서
  • 승인 2006.08.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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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으로 거대해지는 중의학 실감

중국 세계중의약연합회의 분과학회 격인 심리학회는 지난 6월 22일부터 4일간 중국 북경에서 ‘중의심리학’을 주제로 제1회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다음은 이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김상호 씨의 참관기이다.

8박 9일의 일정으로 중국 북경에 다녀왔다. 이번 중국방문의 목적은 학회참석과 북경 광안문 중의병원 방문이었다. 국제학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나로서는 처음 맞는 기회이자 경험이다. 김종우 교수(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께서 평소 교류하시는 광안문병원의 심신의학과 주임교수님을 통해 학회개최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있었다.

이번 학회는 중의심리학(TCM Psychology ;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sychology)을 주제로 개최되는 제1회 국제학술대회이다. 중의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맞이하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세계중의약연합회(WFCMS) 의 TCM Psychology part에서 주관하는 학술대회였다.

학회는 3일 동안 이뤄졌다. 첫날에는 오전시간 동안 이번 학회개최를 축하하느라고 초대된 여러 귀빈들(교수, 관련 정부기관 사람들 등)의 축하행사가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한 분야 학술대회에 이렇게나 정부조직과 관련된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말로만 듣던 중국정부의 중의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학회가 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발표는 영어통역없이 모두 중국어로 진행되어 외국인을 위한 주최측의 배려가 아쉬웠다. 오후 1 time 동안 약 10개 이상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저녁시간의 opening ceremony에는 전통 중식을 맛보면서 table에 같이 앉아 식사를 했던 일본인 학회참석자와의 교류를 나눌 수 있었다.

3일 동안 중의심리학의 기초이론, 칠정학설, 진단 및 평가 척도개발, 심리치료 등 심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1949년부터 발표된 3649편의 중의심리학 관련 논문들을 분류한 것을 보면 1980년대까지는 이론연구, 칠정학설, 수면장애, 정신분열 등이 주 연구주제였는데 1990년대 부터는 이론적인 연구보다 중의 심리치료에 대한 연구만도 전체연구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좀 더 실용적 치료위주의 연구를 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땅넓고 사람많은 중국답게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중의심리학분야만의 한의학적 이론에 기반한 설문지의 개발은 인상적이었다. 칠정량표(七情量票)라는 설문지는 희,노,우,사,비,공,경 각각의 칠정을 심각도에 따라 정의하여 4단계로 구분하여 측정하는 것이었다. 음인, 양인으로 체질을 나누는 척도(scale)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도를 분석하는 연구가 있었다. 내경의 체질이론을 심리척도를 통해 나누려는 시도가 새로웠다.

구체적인 질환에서는 우울증이 설문지연구 및 임상연구, 심리치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양약(항우울제)과의 무작위이중맹검대조군 임상시험(RCT)도 접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도 우울증이 중요한 정신장애로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중의심리학에서는 기초이론분야에서 특히 황제내경과 같은 고전쪽에 치우친 연구가 아니라 현대의학적 지표를 이용한 생생한 과학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재미있는 연구로는 공상신(恐傷腎: 공포의 감정은 신장을 상하게 한다)의 칠정이론을 공포자극을 준 쥐의 신장세포면역기능의 변화를 통해 알아본 연구가 있었고, 간주정지(肝主情志; 간이 감정변화를 주관한다)이론을 검증하는 목적인데 피험자에게 肝經의 특정혈에 침자극을 주고 f-MRI를 이용해 뇌혈류의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도 있었다.

학회를 마친 다음날에는 광안문병원을 방문했다. 광안문병원은 중국에서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과 같은 지명도를 가진 중의병원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인 중의과학원 소속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중의연구원이 승격되어 중의과학원이 되었다. 광안문병원의 부병원장이며 기공심리과 주임교수인 왕웨이동 교수님이 안내해주었다.

광안문병원에서는 암에 대한 중의치료 연구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당뇨병을 연구하는 연구실에서는 당뇨환자에게 기공치료를 시행하여 혈당치의 변화를 관찰하는 임상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라 했다. 왕웨이동 교수는 단순한 유산소운동이상으로 기공이 혈당강하효과를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혈당조절에 기공과 같은 심신의학적 치료방법을 적용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재 이 연구는 진행 중에 있는데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기공이 구체적인 통합치료수단으로 적용가능하도록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한국에서도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병원방문 둘째날 오후에는 심신의학과에서 외래진료를 참관했다. 심신의학과는 약 4년전 내과파트에서 독립되어 생긴 과이다. 내원하는 환자들은 우리 진료실에서 본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료분위기는 한국에서의 진료실 분위기보다 환자나 의사 모두가 좀 더 편안하게 진료하고 진료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일부분은 한약이 보험이 되어 한약가격이 양약보다 저렴한 중국의 의료현실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들은 생활문화 속에 중의학과 중약, 침이 매우 친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귀국 전날에는 만리장성을 관광했다. 장성은 정말로 ‘크고’, ‘길고’, ‘웅장’했다. 만리장성을 지은 중국인들이 바로 그런 컨셉으로 국가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지원 하에 중의학도 하나하나 엄청난 규모로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만리장성이 단순한 돌덩이 성벽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중의학의 모습과도 같았다.

중국에서 돌아온지 약 1달쯤 되는 날이다. 돌아와서는 매일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중국에서 만나 알게 된 내 또래의 중의사와도 이메일을 통해 교류를 지속중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의 중의학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나한다. 오히려 정부차원의 지원 하에 민족문화의 하나로서 중의학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접근하는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젊은 한의사들이 중의학을 배우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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