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한의대, “기존 한의대 한계 답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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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한의대, “기존 한의대 한계 답습해선 안 된다”
  • 승인 2006.06.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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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플랜 세워 교수인력 등 맨파워 구축 선행해야

□ 한미래포럼 2차 토론회 □

국립대 한의대는 왜 설립돼야 하나? 설립되면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은 무엇이며, 어디에 어떤 규모와 형식으로 설립돼야 하는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제4회의실에서 ‘국립한의대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한의학미래포럼(대표 이충열) 제2차 토론회는 ‘어디에’만 있고, ‘왜’와 ‘어떻게’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한의계에 강력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설립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전문가들로부터 국립대 한의대 설치와 관련된 연구발표를 청취한 뒤 4명의 토론자가 토론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발제요약 및 토론내용 568호 기획란 집중토론 참조>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재국 박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자신의 연구결과 “한방의료분야의 연구개발, 한방산업화 및 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한의사인력의 양성 필요성이 존재하나 사립 한의대의 투자의지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국립대 한의대의 설립은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국립대 한의대를 빨리 결정해서 오픈하는 것이 한의학 발전에 도움된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국립대 한의대 선정기준으로 학제간 연계, 발전가능성, 학교 및 지역의 지지도, 교육시설 등 인프라, 임상센터의 존재 여부, 한의학계 내의 지지도, 교육과정 및 연구인력의 확보계획 등을 들고, 입학정원은 80명 정도까지 증원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또한 설립 위치와 관련해서 “의대를 보유한 지방대가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선동 교수(상지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는 현행 사립대와 의대의 교실과 교원현황을 비교한 뒤 국립대 한의대의 적정 규모를 언급하고 교육목표로서 ‘1차 진료 능력을 갖춘 한의사를 양성함과 아울러 의학연구와 교육에 종사할 전문가로 활동할 자질을 함양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립 한의대의 적정학제로서 6년제(1안)와 4+4년제(2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학제간 공동연구 방안으로 국립대에 ‘(가칭) 한의약 다학제 연구센타’를 설치하여 약대를 중심으로 농대와 자연대가 한약분야를, 의대를 중심으로 한 공대는 한방치료기술분야 연구를, 보건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인문사회대와 사범대는 제도개선, 역학조사, 한의서 영역, 한의학교육과정 개발 등을 공동연구 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 대부분은 국립대 한의대 설립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국립대 한의대 설립목적으로 제시된 한의학 연구, 1차 진료인력 양성, 국제경쟁력 확보 중 연구목적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세 가지 목적 모두 중요하지만 연구개발은 진료와 교육의 첫 단계라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국립대 한의대의 교육목표로 삼고 있는 과학화, 표준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압도했다. 표준화가 계량화를 의미하지 않고, 동서고금에 과학이 존재하는데도 지금은 표준화와 과학화 개념이 너무 협소화돼 자칫 잘못하다가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게 토론자들의 우려였다. 실제로 고성규(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서울대 한의학발전추진위원회가 추진했던 한의대는 기존의 한의대형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보완대체의학 형태였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토론자들은 국립대 한의대 설립 대학으로 서울대가 돼야 한다는 항간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서울대가 반대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맨파워에서 밀리는 한의계가 서울대내에서 한의학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한의협이 설립 원칙으로 제시했던 300병상의 한방병원과 발표자들이 제안했던 학제간 연구에 대해서도 현실적 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정도 규모의 병원과 학제간 연구를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하는데 깰 자신이 있느냐는 게 반론의 요지였다.

결국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기존 한의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으로서 국립대 한의대가 추진돼야 하며, 바람직한 설립 모델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사회를 맡은 박왕용 포럼 부대표도 “토론을 통해 한의학의 정체성과 장기플랜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나타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대변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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