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되풀이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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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되풀이 이제 그만”
  • 승인 2006.03.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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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영속성 지닌 집행기구 마련 필요
한약업사 명칭변경 심의는 일단 연기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성원 미달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그러나 한방의료제도를 왜곡·침탈할 사안들이 즐비해 있어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막기에 급급해 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상시기구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법안심사소위가 진행되지 못함에 따라 임시국회와 5월말 있을 지자체 선거로 올해 상반기 중에는 개정안 심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20일 있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위원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았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되지 못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한의계가 뒤늦게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대응시기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즉, 한의계가 이렇다 할 대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한의사제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법이 개정될 뻔했다.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이강두 의원 주최로 열린 ‘한약취급인력의 현황 및 문제점과 한약사제도의 개선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공개됐고, 지난해 10월 말 ‘한약업사’→‘전통한약사’, ‘혼합판매’→‘기성처방조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에 대해 한의협과 한약사회, 약사회 등 3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말 공동 건의서를 통해 “한약업사의 명칭변경과 한약조제 허용은 기존 보건의료질서를 혼란시키고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한의협은 약사의 직능 및 조제의 권한이 걸린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고, 전면에 나서는 것을 망설였다. 즉, 한약사나 양약사보다 한의사와 연관이 더 깊다는 사실을 한의협이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한약사가 100처방만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한 위헌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약업사의 명칭변경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고,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 나면 한약조제약사도 덩달아 끼어들게 돼 한약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정책세미나에서는 ‘전통한약사’로 명칭을 변경한 이후 한약사의 처방 제한을 없애고 통합한다는 방안까지 제시돼 있어 ‘명예 고려’와 ‘단순 명칭 변경’ 주장은 전술적인 것이고 이미 수순까지 다 짜 놓았다는 것이다.

한약업사가 새로 배출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한약업사들이 고령화됐고, 1,675명만이 남아 있어 인력 수급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음으로 한·양약사는 오히려 한약에 관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한의협과 한약업사회 관계자만이 국회에 나온 반면 한·양약사측에서는 나오지 않았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약사법 개정은 잠시 중단됐을 뿐이며, 이밖에도 한의사의 업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음으로 한의협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업무의 전문성과 영속성을 유지되도록 조직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석회의에서 논의한 것처럼 한약업사 문제만이 아니라 ▲김춘진 의원이 준비 중인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키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일부개정 법률안’ ▲정화원 의원이 준비 중인 ‘안마사들에게 3호이내의 침 사용권을 보장하는 법률안’ 등이 당장 문제로 떠오를 것인 이상 이를 전담할 기구와 요원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모 한의사는 “침구사문제와 같은 것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한 척결 노력 없이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는 것만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조직적 고발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의협은 지난 3월 24일 한의협회관에서 ‘전국이사 및 16개 시·도지부 비상대책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더 이상의 타협과 양보는 불가하다”고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한약업사와 침구사에 대한 법 제·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는 “보건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분야이므로 그 인력에 있어서는 반드시 정규 과정을 이수하고 국가로부터 엄격히 검증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변경하고, 조제권한을 주는 것은 한약업사에 대한 예우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맞바꾸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침구사와 관련해서는 “침구사제도 부활 추진 자체만으로도 돌팔이 단체가 횡행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다”며 “한의사제도를 붕괴시키는 침구사부활 움직임에 대하여 끝까지 항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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