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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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만화
  • 승인 2006.03.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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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그리는 청춘 스케치

2006년 3월, 이제는 전 세계적 한류 응원구호가 된 ‘대~한민국’을 외치며 4년 전 6월을 떠올리게 해주는 대단한 사건이 있었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야구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각인시켜준 야구 대표팀 때문에 황사와 꽃샘 추위에 움츠리고 있던 국민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푸른색의 유니폼을 입은 그네들 덕택에 2006년 봄을 맑고, 밝게 시작할 수 있었고, 영화계에서도 그를 뒤잇는 듯 풋풋한 젊은 연인들의 청춘 이야기가 관객들을 찾아왔다. 『청춘만화』라는 독특한 제목 덕택에 오랜만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되새겨 본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구세대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이전 세대들에게 ‘청춘’은 다시 돌아가고픈 향수이며, 그 때를 생각만 해도 상큼한 과일을 먹는 순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정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지환(권상우)과 달래(김하늘). 대학까지 같은 학교에 나란히 입학한 지환과 달래는 아직까지 서로에겐 둘도 없는 친구다. 성룡을 존경하고 세계적인 액션배우를 꿈꾸는 지환과 가슴으로 연기하고 싶은 배우 지망생 달래는 하루가 무섭게 티격태격 싸우고 서로의 치부에 대해 서슴없이 얘기하는 앙숙이지만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위하는 친구로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달래에게는 지환과 같은 태권도학과 친구이자 과대표이며 만능 스포츠맨 영훈이라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지환에게는 달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쭉쭉빵빵 팔등신 미녀 지민이라는 여자친구가 생긴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던 철부지 두 친구의 우정에 서로의 애인이 생기면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다시 커플로 만난 권상우와 김하늘의 연기가 돋보이는 『청춘만화』는 앞서 언급한 대로 요즘 세대들의 ‘청춘’보다는 구세대의 ‘청춘’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이는 극중에서 권상우가 성룡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의 머리 모양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미 성룡은 현재 우리 청춘들에게는 한물 건너간 배우이고, 그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착한 사람들의 갈등구조를 가지며 영화는 점차 요즘 관객들의 호흡을 놓치기 때문이다.

13년 동안의 소꿉 친구가 어느 날, 사랑으로 느껴지는 애틋함을 그리기 위해 이 영화는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 장르를 한 번에 뒤섞어 놓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과자들 속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맛의 과자가 없는 것처럼 『청춘만화』 역시 밋밋한 맛을 유지하며, 처음의 상큼발랄한 코미디에서 지루한 멜로로, 급기야 갑작스럽지만 곱씹어 보면 식상한 반전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한국형 코믹멜로의 전철을 따르고 있다. 톡톡 튀는 요즘 세대들의 감각은 없지만 옛 청춘을 천천히 음미하며 다양한 영화 장르의 혼합을 즐겨보는 것도 화창한 봄날에 한 번 쯤은 해보는 것이 좋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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