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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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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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靑燕)처럼 봄을 날아오르자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의 최다 영화 관람객 수 기록을 『왕의 남자』가 2년 만에 깼다. 아직 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니 이 기록이 어디까지 갈 지는 누구도 모른다. 여하튼 이 기록은 대략 대한민국 15세 이상의 국민 3명 중에 1명이 봤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다관객 수라는 것은 모든 영화가 개봉할 때 꾸는 꿈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그래서 오히려 ‘대박 영화’보다 ‘재난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재난 영화’라는 것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가 적어 엄청난 투자 손실을 입은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2005년에는 『남극일기』, 『천군』, 『태풍』 등의 영화가 재난 영화에 속하는 작품이 되었고, 제작 당시 많은 말들이 오고가던 『청연』 역시 재난 영화가 되고 말았다.

비행사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으로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온 박경원(장진영)은 학비를 위해 밤마다 택시를 몰던 중, 우연히 택시 손님으로 태운 한국인 유학생 한지혁(김주혁)을 만나게 된다. 지혁은 당당하고 열정에 가득 찬 여자 경원에게 끌리게 되지만, 아버지의 호통으로 군에 입대하게 된다. 이후 경원은 최정예 엘리트만이 입학할 수 있다는 다치가와 비행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군 기상장교로 돌아온 지혁과 다시 만나면서 서로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확인한다.

우리 나라 최초의 여류 비행사인 박경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제작된 『청연』은 제작비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난항을 겪다가 제작사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다. 하지만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박경원이라는 실존 인물이 친일을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같은 날 개봉했던 영화가 바로 『왕의 남자』였다.

물론 『청연』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비행사 박경원이라는 사람의 삶 속에서 뭔가를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아쉬움이 큰 영화로 남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박경원이라는 사람의 삶보다는 사랑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스펙타클한 비행 장면이나 화려한 의상 등이 눈에 크게 들어오지 못하며 이야기의 흐름까지 매끄럽지 못하면서 블록버스터 영화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왜 우리가 이 사람에 대한 영화를 봐야 하며, 왜 감독은 이 사람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을까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키게 된다. 아마 ‘최초의 여류비행사’라는 모토와 영화의 내용이 언밸런스했기 때문은 아닐런지... 하지만 비행장면의 모습은 우리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충분했고, 영화 곳곳에 많은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고생한 흔적들이 역력하게 보인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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