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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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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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실화 영화

최근 한국 영화계의 트렌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천만 관객 신화를 열었던 <실미도>와 <살인의 추억>, <말아톤>, <너는 내 운명>, <결혼 원정기>, <청연> 등 많은 영화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어진 작품으로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에서도 꽤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는 결말을 미리 알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낯선 이야기의 영화를 접하는 것보다 익히 아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친숙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과 늘 인공적인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사람 냄새나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실화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2006년에 제작되는 많은 영화들이 실화, 특히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되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그러한 트렌드의 신호탄 격으로 약간 내용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홀리데이>가 개봉되었다.

서울올림픽 4위를 국민의 자긍심으로 여기고 지내던 1988년 10월, 징역 7년, 보호감호 10년형을 받아 복역 중이던 지강혁(이성재)과 죄수들이 호송차를 전복하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권총 1정과 실탄을 빼앗아 무장탈주에 성공한 강혁과 일당들은 원정강도와 가정집을 돌며 인질극을 벌이는 등 서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인질로 잡힌 사람들은 매스컴에서 말하는 흉악범이라는 이야기와 달리 인간적이고 예의바른 강혁 일당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탈주 9일째 되던 날, 북가좌동의 가정집에 숨어있던 강혁 일당은 자신들을 끈질기게 쫓던 경찰관 김안석(최민수)에게 발각되고 경찰과 최후의 대치극을 펼치게 된다.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구성을 위해서 원래 탈주범의 이름은 지강헌이지만 영화에서는 지강혁으로 나오고 있고, 최민수가 맡은 역할과 몇몇 사건들은 픽션으로 가미되었다. 그리고 지강헌이 마지막 소원으로 경찰에게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부탁했지만 경찰이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가져다 주었다는 얘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영화 <홀리데이>에서는 지강헌의 소원대로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된다….”라는 말을 세상을 향해 외친다.

이젠 오래된 기억인양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TV 생중계를 통해 본 인질극의 장면은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당시로서는 워낙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으로 그간 많은 곳에서 영화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미도>를 썼던 김희재 작가의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재탄생 되었으며 지강헌을 닮기 위해 체중을 감량해야만 했던 이성재, 악역을 능글맞게 소화해낸 최민수의 열연이 돋보이는 <홀리데이>로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도 사용되었던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영화 <홀리데이>에서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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