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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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2
  • 승인 2005.11.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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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영화

십 년 전, 우리에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매우 낯선 이란의 영화가 소개되면서 한국 영화 관객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전만 해도 이란은 전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많이 인지되어 있는, 왠지 가까이 갈래야 갈 수 없는 나라로 치부되었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단 한 편의 영화에 의해 상쇄되어 버렸다. 이란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표현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들을 통해 우리는 이란 사람들의 순수함과 함께 독특한 자연이 주는 매력적인 풍광 속에 빠져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들이 한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 후 우리는 이란 영화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이란의 일상적인 모습과 문화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몇 년 전 소개 되었던 <천국의 아이들>에서는 운동화 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잔잔하게 적셔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정말 천국의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이란의 동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전교 1등인 하야트(가잘 파사파)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하지만 시험 전 날 밤, 갑자기 아버지께서 쓰러지시면서 엄마가 병원으로 가시게 되고, 하야트는 갓난 동생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동생을 데리고 시험을 보러 갈 수는 없기 때문에 하야트는 동생을 이웃 사람들에게 맡기려고 노력하지만 영 미덥지가 않다. 자연히 시험 시간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하야트는 시험을 볼 것인가, 동생을 볼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이탈리아 영화에서 나타났던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영화인 <천국의 아이들> 시리즈는 전문 배우를 등장시키지 않고, 인위적인 세트 촬영을 하지 않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살아 있는 모습으로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는 영화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서 은유적으로 이란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데 전작에서는 이란 사회의 빈부격차를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이란 사회의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는 하야트가 시험을 보러 간다고 동생을 맡기려고 하자 이웃의 한 아줌마가 ‘여자가 공부해서 뭐 하냐, 살림 잘하면 되는 거다’라는 얘기를 하는 데에서 보여준다. 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억압들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천국의 아이들> 시리즈에서 아이들은 계속 달린다. 운동화를 얻기 위해서 달리고, 동생을 맡기고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서 달린다. 그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을지는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면서 잔잔한 반전을 기대해 보고, 할리우드 영화나 중국어권 영화와 달리 쉽게 접하기 힘든 아랍 문화권의 영화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천국의 아이들 2>를 보는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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