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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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승인 2005.10.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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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해지는 가을 영화의 향연

올해는 우리나라에 영화제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영화 관객들에게 낯선 아시아 영화를 선보이면서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명실공히 손꼽히는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영화제의 향취를 느끼며 쉽게 접하기 힘든 아시아의 영화바다 속으로 빠지고 싶은 관객들은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에 가보는 것도 큰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지 못하는 관객들은 개봉하는 한국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몇 해전 크리스마스에 개봉되어 많은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솔로들에게는 마음을 뒤집어 놓았던 <러브 액츄얼리>를 기억할 것이다. 그 영화의 우리 나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사랑에 관한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페미니스트 여의사(엄정화)와 쌍욕을 남발하는 마초 형사(황정민), 단관극장을 운영하는 구두쇠 노인(주현)과 소녀 같은 중년여성(오미희), 착하지만 무능한 신혼부부(임창정, 서영희), 유명가수(정경호)를 짝사랑하는 예비수녀(윤진서),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꼬마를 한사코 거부하는 전직 농구선수(김수로),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와 아들 간의 이야기들이 독특한 구성으로 엮여지면서 잔잔한 웃음을 보여준다.

대개의 옴니버스 영화들이 독립된 형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 영화는 각각의 주인공들이 다른 에피소드 부분에 스쳐지나가면서 잠시나마 만나게 된다. 마치 주인공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모습으로 담담하게 그리는 재미있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형식을 따르면서 자칫하면 가을이라는 이유로 고독해질 수 있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주인공과 그에 따른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복잡하고, 산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와 함께 퍼즐 맞추기 게임을 하듯이 조금 더 영화를 집중해서 본다면 한 편의 가격으로 7편의 영화를 한 번에 본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에게 언젠가 한 번쯤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한 가을 영화의 향연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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