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기념 일본 한의학 연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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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기념 일본 한의학 연수기(2)
  • 승인 2005.07.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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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학이 치료비 절감한다” 공감

도쿄에 있는 키타사토 대학부설 동양의학총합연구소는 동양의학의 과학적 연구를 주도하고 있었다. 1972년에 개설된 이 대학의 연구활동은 기초와 임상 및 의사학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초연구는 면역학, 약리학, 생화학을 이용해 한방약의 과학적 규명과 한방이론을 응용한 신의약품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에 임상연구는 한약과 침구의 전통적인 진단·치료법을 객관화하고 평가방법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 메이지침구대학 방문

교토 외곽에 위치한 메이지침구대학은 침구임상과 연구, 교육의 중심지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시내 중심지와 전철로 연결돼 있어 환자의 왕래가 어렵지 않는 듯 많은 침구환자들로 붐볐다. 시술을 잠깐 볼 기회가 있었는데 침놓고 뜸뜨는 방식은 한국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놀라운 사실은 이 대학은 학생수 700명(연 150명 모집)의 4년제 단과대학인데도 규모가 우리나라의 웬만한 종합대학에 버금갈 정도로 컸다. 침구학과와 보건의료학부(柔道整復學科)로 나눠진 이 대학은 넓은 부지에 다양한 시설, 풍부한 교수요원, 부설병원(양방, 한방), 연구소 시설, 인체해부실, 유도장, 트레이닝룸, 5만8천여권을 소장한 자료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졸업후 학생들은 1년간 실습하는데 1개월에 한 과목씩 실습한다. 이 대학 임상침구실험실에 근무하고 있는 이시자키 교수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동시에 배워나가는 것이 졸업후 연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학은 양방병원과 침구센터가 한 건물에 배치돼 있어 침구대생이 양방병원에서 실습하는 게 가능하다.

침구대생들은 국시를 거쳐 침구학사를 취득한 뒤 졸업하면 대학원인 침구학연구과에 진학해 다른 침구대학의 교수요원으로 진출하거나 침구사 혹은 유도정복사로서 침구치료원이나 침구접골원을 개설한다.
일본에는 이런 4년제 침구대학이 3개나 되며, 3년제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100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오사카대학은 키타사토대학이나 메이지침구대학과 방향을 약간 달리하고 있었다. 키타사토대학이 전통 한의학에서 전래된 약물의 객관화를 통한 새로운 약물의 개발과 산업화에 목표를 둔다면, 메이지침구대학은 침구분야의 연구와 인력양성에 주력하는 데 비해 오사카대학은 대체의학의 산업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의대와 기업의 주도 아래 설립된 오사카 의대 부설 미래의학센터는 임상실험을 통한 제품개발(創藥)을 주요한 목표로 대학의 기초인프라를 오사카지역의 산업과 연계시키고 있었다. 국민대 교수로서 대전 유성구에 바이오리더스社를 운영하고 있는 성문희 교수가 오사카지역의 의약인프라를 활용하고자 이곳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어 매우 시사적이었다.

■ “한약복용 원하면 의사가 방해 안해”

일본에서는 한방(한약을 의미함)은 양의사만 검사와 처방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한의사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한약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방이나 양방 중 어느 한쪽이 완전히 좋다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키타사토 총합연구소에서 약제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준(재일교포·한의사) 씨는 “한국과 달리 환자가 원하면 의사가 한약복용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한방에서 취급하는 약제는 첩약(전탕약), 산제, 환제, 외용제, 엑스제 등이다. 이중 첩약은 좋긴 하지만 복용문제로 10여개 제약사가 공급하는 과립제가 많이 사용된다. 이중 한방제제 생산액은 보험약이 처음 도입된 1976년부터 소시호탕 부작용이 발생한 1991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그후 감소했으나 한방이론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에 있다는 게 김성준 씨의 전언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주로 많이 사용되는 제제는 보중익기탕, 가미소요산, 육군자탕, 맥문동탕, 당귀작약탕, 갈근탕이며, 최근에는 시령탕, 대건중탕, 작약감초탕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반면 B형간염약으로 사용하다 부작용을 일으킨 뒤 사용량이 줄어든 소시호탕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약이 됐다. 일본의 한약사용량은 전체 의약품의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일본의 약대와 의대에서 한방과목이 속속 개설되는 추세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약학대학과 약학부가 있는 61개 대학 모두 한방의약을 강의하고 있고, 약제사국가고시에서도 ‘生藥’ 외에도 ‘漢方藥’ 과목이 수재돼 있다. 의대나 의학부가 개설된 대학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995년에 한방의학을 편성한 대학 24개 중 8시간 이상의 한방의약과목을 편성한 대학이 4개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한방의학을 편성한 대학이 80개로 늘고 이중 8시간 이상으로 편성한 대학이 62개나 됐다. 여기서 8시간은 단일과목이 되는 기준을 말한다.

■ 한약, 침구 비중 작지만 가능성은 커

키타사토대학 동양의학총합연구소 약제부를 방문했을 때 한약이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대학에서 과립제로 만드는 데 사용하는 한약이 제약회사로부터만 공급받는다는 사실 외에도 한약의 효능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일본사회의 지향과 사회적 합의가 어느 수준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의료가 일원화돼 있어 한국과 기본 바탕이 다름을 인정한다해도 제도와 연구, 치료, 투약과정과 목표 하나하나가 환자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반면 침구치료비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됐다. 가령 메이지침구대 한방외래진료실의 침구수가는 초진료가 3천엔(약 3만원), 재진료가 2천엔이었다.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적은 일본으로서는 부담되는 금액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침구이용 비중은 미미한 편이었다. 전체 환자 중 침구이용비율은 한방의료 이용자의 6~7%에 불과하고, 치료비용으로 보면 더 낮은 비율을 점유한다. 주요 치료세대도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50대가 주류를 이룬다.

침구가 보험에 편입되면 이용율은 현저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사카대 이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과 미국의 보완대체의학(한의학 포함)이 활성화된 이유는 의료비가 절감된 데 있다. 아울러 환자의 상태를 개선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계속>

일본 도쿄 = 김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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