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와 茶文化] 10. 行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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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와 茶文化] 10. 行茶
  • 승인 2005.06.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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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곤 (쌍계제다 대표)

♣ 茶 나누기

차를 까다로운 격식과 절차에 따라 올리고 나눠야 할 때도 있지만 평소에는 쉽고 편안한대로 마실 일이다. 명산대천과 신불(神佛)이나 조상께 다례(茶禮)를 지내거나 행사 때의 헌다(獻茶) 등에서는 격식을 따져야한다. 하지만 통상의 생활차를 마실 때는 물을 다루는 데 있어서의 신중함과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배려만 있으면 차나누기-곧 행다(行茶)에 충분하다.

차를 즐기려면 우선 물을 끓여야 한다. 소독 냄새나는 수돗물이 아닌 음용수면 좋다. 수돗물 밖에 없다면 한나절 받아 놓았다가 소독 냄새가 가신 후에 사용한다.
물이 끓고 차가 준비되었다면 차그릇[다기(茶器)]이 있어야 한다. 차를 우려낼 주전자[흔히 다관(茶罐)이라 한다]와 찻잔이 기본이 된다. 끓인 물을 한김 나가게 식히고, 우린 차를 부어서 각자의 잔에 나누기 편하도록 홈대가 있는 귓사발[흔히 숙우(熟盂) 또는 식힘사발이라 한다]을 사용하기도 한다.
격식있는 찻자리라면 차통·차숟가락(차시, 차칙)·잔받침·찻상·차수건·차행주·다식·탕관·풍로·구기 등의 많은 차도구가 있어야하지만 후에 차가 편해진 후에 사용해도 늦지 않다.

이제 차를 우려서 나눌 차례이다. 우리 속담에 “수제비 잘하는 아주머니, 국수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인스턴트이지만 커피를 맛있게 타는 사람은 차도 맛있게 다린다. 현대의 차는 거의 우려서 마시지만 옛날에는 끓여서 마셨고 그 말이 남아 차를 다린다고 한다.
맛있는 차를 끓이려면 우선 끓인 물로 차그릇들을 한번 가셔준다. 잔을 예온(豫溫)하는 것도 커피와 마찬가지인데, 이는 갑자기 더운 차가 잔에 따라지면 잔의 테두리와 안쪽 온도 차이로 차가 아랫윗물이 져서 균일한 차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잔을 정갈하게 소독하는 뜻도 있다.

숙우에 사람 수만큼 필요한 탕수를 붓고 다관에 1인당 2~3g씩 차를 넣는다. 한 김이 나간 숙우의 물을 다관에 붓고 차가 우러나기를 1분여 동안 기다려 잔에 따른다. 잔에 따를 때에는 차례대로 찻잔에 조금씩 따르고, 다시 역순으로 차를 부어 각 잔의 차 농도를 균일하게 한다. 지금은 숙우에 우린 차를 다 부어서 각 잔마다 한 번에 따르기도 한다.
차를 마실 때는 팽주(주인)가 차를 권하고 함께 2~3회에 나누어 마시며 가벼운 담화를 나눈다. 다시 2번째, 3번째 탕도 같은 방법으로 차를 다리고 나누면 된다. 차는 한번 다리면 보통 3잔까지 마시는데 이를 삼탕(三湯)이라 한다.

예부터 우스개가 있다. 첫 탕은 어린 숫처녀와 같다고 했다. 그 맛이 순수하고도 산뜻하기 때문이다. 둘째 탕은 신부와 같다고 한다. 그 맛이 달고도 감칠맛이 나며 아름다운 까닭이다. 셋째 탕은 조강지처와 같다고 하였는데 그 맛은 “담백하고 모를 맛이 있다(淡而無味)”고 한다. 그러나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강지처와의 해로(偕老)를 원해서인지 6~7탕까지 동거하려고 애들을 쓴다. 건강에 좋은 차, 남편들이 매일 마시도록 하자!

♣ 차의 성분

녹차에는 약 2백여 종의 향기성분이 있고, 그 함량은 0.005% 정도의 정유성분이다. 차의 성분들 중에서 차맛을 좌우하는 것은 200종의 향기와 쓴맛을 내는 카페인, 떫은맛을 내는 탄닌의 카테킨과 달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류 등이다.
단백질에 1~5% 함유된 유리아미노산은 차의 맛과 향기 생성에 깊은 관계가 있는 성분으로 일조량이 많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는 늦차에는 함유량이 현저히 감소한다. 늦차의 품질과 가격이 봄차인 첫물차(우전차·작설차)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쓴 카페인과 떫은 카테킨은 높은 온도의 물에서 잘 우러나오므로 감칠맛 나는 아미노산 성분이 많이 나오게 하려면 낮은 온도에 차를 다려야 한다. 고급 녹차일수록 차탕물을 60~70°C로 식혀서 써야 떫지 않은 향기로운 차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차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 C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녹차에는 레몬이다 귤보다 5배나 많은 비타민 C를 가지고 있다.
발효차는 반대로 뜨겁게 우려야 좋은 향기와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카테킨류가 발효로 인하여 산화하였기 때문이다.

녹차의 주요 성분인 카테킨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EGCG는 요사이 차의 건강보건 성분으로 각광받고 있다. EGCG는 많은 식품 등에 항산화제로 사용되는 비타민 E의 20배, 비타민 C의 10배에 해당하는 강력한 항산화력을 나타낸다.
차의 카테킨은 노화나 동맥경화, 암 등의 각종 성인병 예방과 장수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차 생산지의 주민들이 차를 거의 마시지 않는 지역주민들보다 암과 성인병의 발생이 적고 장수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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