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신의 인도기행문2] 간디아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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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신의 인도기행문2] 간디아쉬람에서
  • 승인 2005.04.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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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이 없음을 깨닫는 것’
오쇼 라즈니쉬 센터에서 명상을 체험하다


간디 같은 지도자를 매료시킨 자연치료의학은 과연 무엇일까?
자연치료의학의 원칙은
① health is natural, diseases are un-natural. body has tendency to remain in healthy state. (건강은 자연적인 것이고 질병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몸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② acute diseases show us path to health. (급성 질환은 건강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③ listen to voice of nature, “body intelligence” (자연의 목소리인 몸의 현명함에 귀를 기울여라)
④ suppression of symptoms lead to the chronic diseases. (급성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만성병을 만든다.)
⑤ maintain vitality for healthy life. (건강한 생활을 위한 활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
⑥ the food is the medicine. (음식이 곧 의료이다)
⑦ germs are not the causes of diseases. (세균은 질병의 원인이 아니다)
⑧ fasting is sure way to regain health. (단식이야말로 건강을 회복하는 데 가장 확실한 길이다.)
⑨ nature cures - body has its own healing capacity. (자연치료란 몸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런 관점이 전적으로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 따른다면 의료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토론과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또 다른 사유체계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다. 한의학은 어쩌면 자연의학적인 이론 기반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제내경’에서 말하고 있는 한의학에서 양생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하면
① 天人相應(法於陰陽, 調於四時)
② 精神內守, 形勞而不倦, 恬虛無
③ 有德有化, 有用有變, 出入升降이다.
첫 번째는 人身은 小宇宙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신과 육체의 조화와 통일이며 세 번째는 인체 변화의 恒常性이다. 항상 이를 지켜서 治未病, 治未亂해야 한다는 것이 한의학의 예방의학 사상이다.
이러한 사고의 근저에는 ‘인간은 스스로 완전한 존재’라는 믿음이 들어 있다. 서양의학은 인체를 전적으로 예측가능하고 해부학적, 조직학적, 세균학적 틀로만 보려는 기계론적 인체관에 얽매여 있다.

Ivan Illich는 의원성 질환(iatrogenesis)이라는 것을 제기하면서 인간들이 제도화된 관료적 의료체계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서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율성을 마비시킨다고 하였다. 즉 병을 치료해야할 의사가 오히려 병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체를 대상화시키는 것이 서양의학이다. 자연의학은 한의학의 양생사상으로써 현대의 서양의학을 비판하는 데 주요한 철학적 기초가 될 수 있다.

간디 아쉬람에서 1주일 동안 게으름과 더불어 호사스러움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 아쉬람 원장님과 함께 근처 오래된 힌두 사원을 방문했다. 입구에 서있는, 거지인지 성자인지 헷갈리는 누군가로부터 축복을 듣고 이마와 양볼에 점을 찍고 시바상에 절을 하는 것으로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간디 아쉬람을 뒤로 하고 우리는 뿌네 시내 근처에 있는 ‘오쇼 라즈니쉬 명상 센터’로 이동해 1주일을 머물렀다. 이미 유명해진, 그러나 찬사와 험담이 공존하는 오쇼 라즈니쉬이다.
명상센터는 오쇼가 창안한 독특한 명상기법들이 있는가하면 또 전세계에서 현존하는 모든 명상방법을 모아 프로그램화하였다.
기공에서부터 요가, 쿤달리니, 위빠사나, 춤, 구제프 댄스, 훨링 등등 아마 이런 모든 것을 한번이라도 체험하려면 1년 가지고도 모자랄 것이다.
명상센터는 인도 내에 있지만 하루에 출입하는 2천여명 중 95% 정도가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에서 온 외국 사람들이다. 이들이 동양의 신비스러운 전통을 체험하러 일부러 인도에 온다.
그들 중에는 깨달음을 위해 오기도 하지만 일부는 유행이 되어버린 문화를 즐기려고 오기도 한다.

한국에서 행하고 있는 수련법은 대체적으로 도교 계통의 전진교 용문파 중심으로 내려온 단전과 금단을 위주로 한 수련법이다(용문파는 도교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그동안 외단 위주의 수련법을 내단 위주로 바꿨다).
수련법의 역사와 관련해서 몇 개의 서적을 고찰해 볼 수 있는 데 대표적인 것이 갈홍의 포박자, 황제 음부경, 태상 황정경, 태상감응편, 주역 참동계와 우리에게도 익숙한 신농본초경을 지은 도홍경의 양성연명록과 손사막의 천금요방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용호비결이 대표적인 저술로 꼽힌다.
이러한 저술의 공통점은 단전과 금단 위주로 수련법이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용의 풍부함과 깊이를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수련법과 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방법들이 의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醫와 巫가 혼합되어 존재하였다. 양생법이 의학에서 분리된 때는 대체적으로 송나라 전후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일신라 시대까지 呪術醫師가 있었으며 고려시대에는 醫業과 별도로 呪禁師를 선발하는 과거시험도 있었다. 물론 주금사의 역할은 이전 시대와 다르게 외과를 치료하는 것 위주였지만 여전히 醫와 巫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였었다.

한의학이 도교나 불교와 같은 종교와 분리되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금나라, 원나라 시기이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에 해당하는 데 조선이 유교의 주자학을 이념으로 채택하면서 의학을 천시하는 바람에 본격적인 발전은 지체되었지만 그래도 조선 전기와 중기 이후에 본초학과 진단, 치료에 관련한 풍부한 저술이 대량 나타난다.

현재의 기공은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0년대 말부터 새로운 공법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여 1990년말까지는 각종 방법들이 난립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민족주의 바람을 타고 이를 용인하다가 사회주의 체제의 위협을 느끼게 되면서 1998년말 중국 국가체육총국에서는 열한개의 건강기공을 추천하여 엄신기공(嚴新氣功), 곽림신기공(郭林新氣功), 마예당양기공(馬禮堂養氣功), 대안공(大雁功) 등 4가지가 인증을 받게 된다.
그리고 2000년 7월에는 ‘의료기공관리 임시시행규칙’을 공포하고, 중의사가 아니면 의료기공을 할 수 없다는 법을 제정한다.

지금까지 수련법과 양생, 기공에 대한 역사를 일괄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그것은 과연 한의학을 깨달음의 의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요즘 웰빙 바람을 타고 명상(meditation)이 붐을 이루고 있다. 명상과 의학의 접점이 과연 어디일까?
오쇼 명상센터에서 다양한 수련법을 체험하면서 든 생각이다. 명상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이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오쇼는 ‘언제 어디서든 눈을 감아라. 그리고 너 자신을 응시하라’고 했다.

앞으로 명상은 정신과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 진단과 치료, 재활 영역에 이르기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가 명상을 알아야 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서서히 변할 수도 있다. 명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기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의사는 의사로서, 환자는 환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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