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31] 환경심리학과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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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31] 환경심리학과 인테리어
  • 승인 2005.03.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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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실 행태패턴으로 본 공간의 이해

“We shape the things we build. Thereafter, they shape us.”
우리는 건축을 만든다 그리고 나면 건축은 우리를 만든다(의역).

윈스턴 처칠의 이 말은 건축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읊조리는 말로서 우리가 만드는 건축환경이 뒤에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건축환경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포함하는 모든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환경을 만들어 나갑니다. 환경심리학은 환경과 인간행태의 상호관계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사람이 주변 자연 및 건축환경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하는 문제는 처음부터 환경심리학자의 관심사였습니다. 이러한 심리학의 발전은 다시 건축학에 영향을 미쳐 공간디자인의 이해와 깊이를 심화시켰습니다.

■ 공간척도의 심리적 측면

건축학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삼아 공간척도를 정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몸의 척도를 공간을 이해하는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르꼬르뷔제는 미터법이 갖는 해악에 반대해 인체척도를 모듈로 제안했습니다. 인체치수는 인간의 행동패턴과 공간지각의 기준이 됩니다. 인체치수의 형상화가 곧 가구이고 건축입니다.
서양심리학은 공간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인간의 체험을 강조하면서, 공간지각이라는 복합적인 과정에는 여러 가지 변화요인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솜머나 벨 등에 의해 이루어진 ‘공간과 행동패턴에 관한 연구’는 개인적 공간에 대해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해 인간은 미묘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능과 효율이 뛰어난 공간설계라도 인간적 유대감을 지원하는 “공동의 공간”을 빠뜨리면 실패하고, “개인적 공간”을 느낄 수 없는 공간조건이라면 역시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갖지 못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심리학의 연구결과입니다.

■ 동선에 따른 행태패턴 사례

위상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동선의 방향성은 행위자에게 목표지향점을 주는 것으로 방향의 진행과정에 있을 때에 안정감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소파의 위치가 현관 출입구를 향할 때 자신이 들어온 방향을 다시 쳐다보게 하는 것은 그에게 무의식적으로 최종단계를 지향하게 만들어 행위의 불일치에 의한 긴장 초조감을 가져오며 진료시간을 기다리는 데 있어 참을성이 부족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동선의 방향성은 비단 대기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진료의 전 과정 진찰과 치료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각 실 공간의 문의 위치도 이러한 방향성에 순기능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공간구성에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환자는 공간 속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불편함을 호소하게 됩니다.

■ 개인공간에 따른 행태패턴 사례

솜머(R. Sommer)는 “개인적 공간”을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의 구역으로 정의하며, 공간행동의 유형에 따른 의미를 규명 했습니다.
가령 사회적 신분에 따라 사람을 만날 때 접근 거리가 틀리는데 이는 그 공간이 권위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 사람이 복도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우리는 그 사이를 가로질러가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 돌아가게 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개인적 공간을 보호하고 남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동기와 노력은 대기공간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기실에 환자가 앉는 패턴을 보면 대기석에 4명이 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두 명이 양끝에 앉는 것이 보통입니다. 늘 양끝의 두 사람에 의해서 소파는 ‘만원’이 되고 그 후에 온 환자는 다른 좌석을 찾습니다.

대기공간이 아무리 넓어도 앉지 않고 서성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기석의 개인공간 영역이 지나치게 확장되어 타인의 개입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탁자와 같이 공동의 공간 개념을 가진 목적물을 배치하여 개인공간을 차단하거나 소파를 바꿔주어야 합니다.
이렇듯 사람은 일정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타인과 격리되어 지내기를 바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과 너무 떨어져 고독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도 싫어합니다. 더욱 적극적으로는 집단에서 소속감을 얻으려는 경향이나 친교와 접촉에 대한 욕구도 근원적인 것입니다. 공간에 대한 이러한 양면성은 공동의 공간을 요구합니다.

■ 대기실의 개인공간 사례

1) 소파가 크고 편한 경우

개인공간이 확장된 만큼 사회적 신분의 확장으로 인식하며 개인적 성향을 가장 크게 드러냅니다. 공간적 권위를 요구하며 타인의 접근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소파 전후 좌우로 그와 같은 공간을 만들려는 성향을 보이며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대기공간이 넓어도 부족하게 느끼며 타인이 끼어앉는 것을 불쾌하게 여깁니다.

2) 소파의 등받이가 없거나 소파의 폭이 좁은 경우

자신의 영역이 앞을 지향하며 행위의 적극성을 띠게 됩니다. 소파 전후의 폭이 좁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좌우의 폭을 가지며 다른 환자가 앉는 간격도 좁혀 집니다.
“ㄷ”자형 대기실로 소파를 상호 마주보고 앉도록 유도했을 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공동공간을 형성하여 환자 간 친밀감이 생기며 대기실에 활기가 돕니다.
대기환자는 공히 출입구를 등지고 앉아 진료실을 바라보거나 카운터를 대각선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여 한 공간이면서 보이지 않는 차원의 경계를 만들어 주는 것의 좋습니다.
심리적으로 별도의 대기공간을 느끼며 안정감을 줍니다.

오늘날 대두되는 공간디자인의 경향은 단순히 건축물의 기능적 조건만족에 머물지 않고 그 공간에 내재된 심리적 행동적 현상의 해석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과 집단 차원에서 발생하는 행동패턴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가치기준을 밝히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이용자 중심의 접근법으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시설이라면 이용자인 환자중심의 심리적 안정감과 감각적 안락성 등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해나갑니다.
전장에서 언급하였던 공간의 인간화란 공간이 인간적인 의미를 갖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공간이 단순히 기능적 공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생태적 환경이 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공간의 인간화는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공간의 의미를 파악함과 동시에 공간을 구성하고 조절하면서 그 공간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전장 공간별 세부계획에서 언급한 프루이트 이고우의 생생한 사례는 인간이 물리적인 환경에 단순히 적응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 환경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또 다른 심리적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울러 모든 건축환경의 설계는 사람이 갖고 있는 공간행동의 원리 그리고 환경과 인간 행동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인테리어를 한 후 환자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면 기능과 멋 효율만 앞세웠지 정작 중요한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 도 환
(주)아반프러스 대표
02)323-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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