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한방약 효과 없다’와 내과의사회의 소책자 비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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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한방약 효과 없다’와 내과의사회의 소책자 비교 검토
  • 승인 2005.03.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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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할 가치도 없는 책의 짜깁기”
현 일본 한방의료제도와도 불일치

김영신 원장, 동양의학회서 주제발표

내과의사회는 일본에서 한약의 부작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이라며 일부를 발췌해 소책자로 만들어 2만여 회원에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발췌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책 전체를 번역해 배포하겠다고 방침을 변경했다. 아직까지 책자가 완성됐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이책으로 인해 한의학이 일반인에게 왜곡될 우려를 버릴 수 없어 한의계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내과의사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8일 있었던 제 323회 동양의학회 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 김영신 동양의학회 부회장<사진>이 발표한 ‘일본한방의 실체보고’의 일부를 정리 게재한다. <편집자 주>

다카하시 코세이가 쓴 ‘한방은 효과가 없다’라는 책을 직접 접한 한의계 인사는 비판할 가치조차 없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는 의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이 책의 그대로 전달될 경우 한의학이 잘못 이해될 소지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내과의사회가 ‘한방약은 효과가 없다’라는 책의 내용을 전적으로 인용해 간추린 내용물이라는 소책자를 보면 상당한 부분이 잘못 번역돼 있거나, 전체 내용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95곳이나 빠진 것이 발견됐다.

▲베스트셀러=베스트 셀러즈社

문제의 ‘한약은 효과가 없다’는 책은 ‘KK 베스트 셀러즈’라는 회사에서 출판한 ‘악어의 책-베스트셀러 시리즈’의 하나다. 이 시리즈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흥미를 제공하는 오락성이 강한 문고판 책으로 주관적인 내용이 많아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비판할 수준의 책이 아니다.

▲시대적 배경-내과의사회의 시대착오적 인용

1993년 당시 일본은 한방의 제도가 없고, 제제약에 증후를 맞춰 쓰는 수준이었다. 즉, 감기=갈근탕, 천식=소청룡탕, 간=소시호탕을 무조건 투약하는 형태였다. 일본에서 소시호탕 간독성이 나왔을 때 일본의 전통한방가들은 말도 안 되는 증상에 양방병명을 기준으로 한약을 무조건 사용해 부작용이 일어난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었다. 현재 한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한방약 효과 없다’의 문제점

책의 성격상 큰 책임을 요하지 않음으로 저자의 주관을 부담 없이 생각하는 데로 저술한 경향이 있다. 논문을 인용할 때도 상세한 정보 없이 부분적 내용만을 자의적으로 소개해 학술서적으로는 기본적인 항목이 부재하다.
이 책에 나오는 논문들은 전통한방적인 이론을 무시한 양방병명적 투약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가감이 불가능한 한약제제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병의 경증, 중증 병증의 진행상태에 따른 처방 내용이나 약의 변경 없이 무한정 복용돼 왔다. 이 책이 발행된 1993년 무렵은 닉슨의 방중에 힘입은 한방 붐, 한방엑스제제가 보험에 적용된 초기로 현 일본 한방의료와도 큰 차이가 있으며 한국에 적용하기는 더욱 힘들다.

▲내과의사회 소책자 오도 사례(일부. 미게재; 원서에는 계속 이어지나 소책자에서는 빠져 있는 부분)

1)“약은 본질적으로 독이다”라는 원칙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한방에서는 통용이 안 되어 왔다. (원문: 잊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2)알레르기성 간장염
(미게재: 서양약에서 간이 망가지는 것은 예부터 알려져 있는 것이다. 대부분은 약 때문에 일어나는 중독성 간염이다. … 최근에는 가끔 한약복용 중에 나타나는 것이 알레르기성 간염이고 중독성 간염과는 간기능 검사에서 구별되고 실질적으로 LST시험에서 검사된다.) 1990년까지 28례의 한방약물에 의한 알레르기성 간장염 case가 보고 되었다.

3)감초로 인한 multiple side effect(부종, 심부전증, 혈압변화)
일본에서 보험에 적용받는 한약의 70%에 감초가 섞여 있음.
감초안의 글리칠리진 성분이 근력을 저하시키고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판명됐다.(미게재: 에도시대의 책에는 근의 경련을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유럽에서는 민간약으로 위궤양 치료에 사용되는 등 감초의 작용을 이용한 사례도 있다.)

4)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는 부자의 부작용 (원문: 무서운 부자의 독성)
한약의 효능서에 적혀있는 부작용(원문: 부자를 그냥 즉, 생부자를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5)나카타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한약 복용 4,628명 중 350명에서 부작용이 발생됐다고 한다. (미게재: 그 빈도를 서양의학과 비교하기란 어렵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또 그 중 중증은 0.5%로 200명에 1인이다)

6)한약에 대한 종합평가에서 (원문: 종합평가의 무엇이 문제인가)
… 실제 효과가 없는 약도 유효한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 (미게재: … 경우에 따라서는 1993년 이전 20년간에 종합평가로 승인된 신약(양약) 모두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 서양약의 약효논문 역시 한약에 대한 것과 같은 상태라서 충격을 받았다.)

이날 발표한 김영신(경기 성남 김영신한의원) 원장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경희대 한의대를 거쳐 현재 한국동양의학회 부회장과 일본동양의학회 회원으로 있다.

이제민 기자


■■ ☞ 다까하시 코세이(高橋황正)는 누구인가?

1918년 출생, 2004년 사망
동경대학의학부의학과 졸업, 동경대학의학부강사(物療내과), 1970년 ‘약효를 감시하는 국민운동회’ 발족 대표 역임.

1950년대 널리 사용된 간장병약의 부작용을 계기로 국민피해를 강력하게 호소해 의료계와 마찰이 많았고 상수도 및 치약 불소의 부작용(골상해, 다운症, 전신의 암 등)에 대한 활동을 벌였으며 20여권의 저서를 낸바 있다.

◆한방 저서 : 한방의 인식(1969), 한방약 Q&A (1990), 한방약은 위험하다(1992), 한방약은 효과 없다(1993) 등

◆기타 저서 : 의사에게 진찰받기 전에(1971), 약의 공해(1971), 일본의 의료를 고발한다(1973), 藥害·식품공해(1973), 어떤 약이 안전한가(1976) 등 20여종


■■ ☞ 일본의 한방의료 제도
2003년부터 의대 커리큘럼에 포함
한·중에 비해 낮은 교육 수준으로 평가
증후와 처방 1대1 대응 ‘方증相對’ 체계

◆한방의학 교육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으로 ‘漢方醫’라는 의사는 제도상 없어졌다. 이후 한방의를 부활시켜 보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1895년 완전히 소멸됐다.
이후 일본의 한방의료는 이제까지 한방의료를 해왔던 사람이나 서양의학을 배운 사람들이 이후에 한방의료를 사용하는 정도였다.
1980년대에서야 일부 대학의학부에서 한방의학에 대한 강의가 시작됐다. 2003년도에는 한방의학이 의학부교육 속 커리큘럼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나 양방의학 위주에 부수적으로 강의되는 내용이어서 한국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교육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한방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사들은 졸업 후 임상을 하면서 이를 보충하고 있다.

◆한방의학의 형태

일본의 한방은 18세기 초까지 중국과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고방파로 인해 ‘傷寒論’ 중심의 의학 체계가 구축됐다.
고방파의 권위자인 요시마슈 토우도우(吉益東洞)의 출현으로 그때까지의 전통의학 이론은 파괴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의학이 출현 했다. 즉, 음양·오경을 부정하고, 장부나 경락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病因病機는 실제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약의 寒熱이나 補瀉를 무용지물이라고 하면서 四診으로 인식할 수 있는 증후만이 신뢰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즉 病態에 邪의 개념이 없다.
결과 증후와 처방을 1대1로 대응시키는 ‘方증相對’의 체계를 만들었다.

◆일본 한방의 현황

‘漢醫學’을 독립된 의학이라고 보지 않고 보조의학으로 취급한다. 물론 한방전문의(침구사)는 한방의학을 서양의학의 보조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방의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거의 양의사들이어서 한약도 단순한 약의 일종으로 사용한다.
‘양방진단병명’에 의한 ‘한방엑기스 제제’를 투약하는 것이다. 한방엑기스제제는 1976년 건강보험에 적용됐다. 이로 인해 한방약이 의료계에 보급되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한약을 단순히 양약과 같은 약물의 한 종류로 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아 한방의약의 체계를 무시하고 한방약을 사용하는 경향을 낳았다. 일본의 의사 중에는 엑기스제제 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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