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한의협 회장 직선제 쟁점정리(3) - 직선제 논의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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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한의협 회장 직선제 쟁점정리(3) - 직선제 논의 어디까지 왔나
  • 승인 2005.02.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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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필요성 불구 간선제 선호의식 뿌리 깊어

일선 한의사에게 직선제와 간선제 중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도 대다수는 ‘직선제가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 이유는 ‘회원의 의사가 정책추진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은 본지의 홈페이지 여론조사와 개원한의협의 전화여론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 “한의계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당장 직선제를 도입하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직선제의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의사들은 대표적인 부작용의 예로 많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 낮은 투표율을 든다. 특히 ‘애협심’이 강한 원로 회원들은 직선제가 회원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단정에 가까운 결론을 내린다.
그밖에 ‘한의계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선제에 부정적이다. 한의사의 지리적 분포, 정서, 숫자, 회무에 대한 관심 등에 비추어 간선제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도 주장도 적지 않다. 언젠가는 직선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의사의 주류를 이루는 30, 40대에서 회장후보군이 없으므로 이들이 50대가 되는 10년 후에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런 부류의 판단이다.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 경향은 서울시한의사회 소속 이사의 선호도 조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중앙회에 서울시의 입장을 표시하기 위해 이사 전체의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의견이 13명, 반대가 12명으로 나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의원총회에 의안상정하기로 한 지부의 의견치고는 찬성의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토론을 거친 뒤의 결과다. 회무에 조예가 있는 지부이사들의 여론이 이 정도라면 일선 한의사의 속생각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 논의 생략한 채 대의원에 떠넘겨

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면 힘있게 추진해가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의계내에는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집단이 안보인다. 청년한의사회는 작년에 직선제 도입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회세의 열세로 논의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개원한의사협의회도 간단한 여론조사 이후로 논의를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의지를 보인 주체가 있다면 일부 지부장과 젊은 한의사 정도다. 이들이 움직인 것은 한의협이 정관개정을 위해 ‘정관 및 제규정 연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올 1월초부터다. 한의협은 정관개정대상에서 직선제를 할 의향이 보이지 않자 젊은 한의사 몇몇이 AKOM에서 직선제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한의사들마저도 다른 현안에 밀린 탓인지 며칠 지나지 않아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그 뒤를 이어서 서울시한의사회를 필두로 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에서 직선제를 전국이사회에서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결의하면서 겨우 공식적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시도지부장의 노력에 힘입어 전국이사회는 ‘직선제 도입여부와 도입할 경우 시기를 대의원들의 판단에 맞긴다’는 결의를 이끌어내 최종적으로 3월 26일 열리는 전국정기대의원총회의 결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의협은 한의계 내 여론조성을 기피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기관지인 한의신문에 직선제와 관련한 일체의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생략한 셈이다. 이 점에서는 10년에 걸쳐 직선제를 추진해온 대한약사회와도 비교된다.
여론이 없고,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한의협이 총회에 안건을 상정한들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대의원들에 일방적으로 판단을 맡기는 것 자체부터 형식적이란 인상을 준다. 정확한 정보에 입각해 토론과정만 보장해도 논의수준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아쉬움을 준다.

◇ “의협 직선제 문제 많더라”

일상적 회무에서도 나타나듯 선행하는 단체의 경험은 한의계가 좌표 설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의계 관계자들은 타 의약단체의 성과를 성실하게 평가하는 것 같지 않다.
가령 의협의 낮은 투표율이 도마에 오른다. 투표율이 44%에 불과하고 당선자의 득표율이 적다는 것이다. 김재정 회장의 득표율(38.5%)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투표율과 득표율로 어떻게 대표성있는 회장이 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한의협집행부측은 의협회원들이 간선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 않다. 투표율이 44%라 해도 적극적인 회원 1만4천명이 참가한 선거인데 어떻게 대의원 200여명이 참여한 간접선거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직선제가 다수 회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의협은 의약분업투쟁을 통해 회원의 참여가 절박하다는 대전제 아래 회원의 참여를 유도할 목적으로 여러 가지 의협 개혁과제를 수립한 끝에 그 중의 하나로 직선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협도 ‘회원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다양한 개혁프로그램을 수립해서 실천하는 가운데 회장선출문제를 고민했어야 했는데 정작 이런 과정은 생략한 채 ‘의협도 해봤더니 문제가 많더라’는 식으로 평가절하하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

의협은 2003년 선거결과를 409쪽 분량의 백서형태로 출간해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평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협은 한의협의 평가와 같이 선거인의 수가 전체회원에 비해 너무 적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의협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개선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테면 10~20명 단위로 선거인단을 만들어 선거하자는 방안도 끊임없는 변신의 몸부림으로 비쳐진다.

의협이 이 방식을 채택할지 미지수지만 어쨌든 의협은 직선제를 시행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회장선출방식에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직선제를 운용함으로써 조직을 운영하는 무형의 자산을 축적했다고 평가된다.

◇ 회장선출방식은 끊임없는 진행형

한의계에서 회장직선제가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그간의 회무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간선제를 유지하던 직선제로 전환하든 회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회무를 활성화하면 된다.

다른 요소는 전부 무시하고 회장선출방식에 한정하더라도 어떤 선출형태가 회무를 활성화하고 회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식이냐는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회장선출방식은 양자 택일의 문제라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끝임없이 수정해가는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끝>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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