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양의사 소견서로 한의사 7개월간 홍역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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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양의사 소견서로 한의사 7개월간 홍역 치러
  • 승인 2005.02.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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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협 자료가 救命 길 터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모한의원 원장의 7개월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시간이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최선을 다해 진료했고,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의료사고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환자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범죄자인양 경찰서로, 검찰로 불려 다니며 조사 받기를 수차례. 말할 것 없이 한의원이나 집이나 쑥대밭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7월 퇴근시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남학생(당시 고1)이 찾아왔다. 학생이 다른 증상도 호소해와 원장은 진단을 마친 후 주관절 곡지혈과 수삼리에 침 시술을 했다. 진료를 마친 후 학생은 아무런 이상 징후 없이 한의원을 나갔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은 진료를 받은 후 손목이 위로 올라가지 않았고, 부모는 정형외과로 학생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 때 정형외과 의사가 “침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소견을 낸 것이 7개월간 생업을 포기하다시피하게 만든 것이다.
원장은 그럴 리가 없다고 환자 가족을 설득시켰지만 막무가내였다. 경찰의 고발로 이어지고 조사에서도 한결 같이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검찰 조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회에 자문을 요청해 답변을 받았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조사에서는 이미 의료사고라고 단정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학회의 의견서가 제출됐지만 한의사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믿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듯 했다. 조사과정에서 오는 중압감과 손해보험에 가입해 있어 위자료만 주면되기 때문에 이 원장은 웬만하면 일을 빨리 매듭짓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해자 측의 과도한 요구는 그를 포기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개원협에 이 사건이 접수된 것은 지난해 12월경이었다. 그 때부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한방은 물론 해부학에서 정형외과 치료지침까지, 자문을 얻어 가며 오랜 노력 끝에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려면 주관절 이상에 신경손상을 입어야 가능하다는 자료를 찾아냈다.
자료를 제출 받은 검찰은 “침 때문에 생긴 이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 정형외과 의사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추궁했고, 지난 1월 말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한방의료계에서 작성한 의견서는 인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 양방 자료에는 바로 수궁하는 현실은 너무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뚜렷한 대응 한 번 없이 피해자로 둔갑해버리는 한의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 한의계는 부당한 의료사고로 인해 가해자로 전락되는 것을 그저 운이 없는 사람의 일로 돌릴 때는 지났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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