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 (18) 한의사의 사회참여 – 나를 둘러싼 공동체 환경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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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 (18) 한의사의 사회참여 – 나를 둘러싼 공동체 환경 ①
  • 승인 2024.03.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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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필자는 개인의 의지력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신뢰한다. 의지를 세우는 힘, 의지를 유지하는 힘에 드는 노력이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떠한 것을 하고자 할 때 그것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잘 조성하여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게 하는 편이다. 어떠한 방향을 향한 시스템을 세팅해 놓으면 이 시스템 안에서 하는 일들은 매우 편안하게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굳이 순간순간 다짐을 새롭게 다지면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필자의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에 하게 된 습관일지도 모른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주변 환경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나 생활환경 등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바른 마음을 지킬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 자신만의 환경 뿐 아니라 함께 하는 공동체(가정, 회사, 업계 등)의 환경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때쯤 나의 여러 가지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생겨 아주 깊은 숙고 끝에 3가지를 정리한 적이 있다.

첫째로는 신뢰받는 보호자로서 딸에게 공감하는 태도로 안전하고 발전적인 정서적∙신체적 환경을 제공하겠다, 두 번째로는 신뢰받고 존중받는 대표원장으로서 구성원들이 안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의원 제반환경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 세 번째는 영향력 있고 신뢰받는 한의사로서 올바르고 재미난 한의학 정보를 강의∙책∙방송 등을 통해 전달하겠다 라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정리하고 펜으로 종이에 꾹꾹 눌러 써 보면서 나에게는 신뢰, 존중이라는 가치가 무척 소중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적절한 방향으로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런 성향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이전에도 항상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며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는 아이에게 학습내용을 직접 알려주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적 부분에 노출되고 건강한 생활습관이 당연하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의원에서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하더라도 특정 바운더리 안에서 선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한의사를 둘러싼 비존중적 환경 개선을 위해 불법의료척결을 목표로 하는 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불합리적 요소들 개선을 시도하다 보니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으로 출마도 해 보았고, 한의원에서는 실제 진료참여보다는 소속 한의사들의 진료를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하기 위한 환경조성과 유지역할을 주로 하고 있기도 하다. 한의사들이 환자에게 적절한 한의진료를 제공하는데 있어 생기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나 부당한 부분들이 개선된 진료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싶어 노력하다 보니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 보기도 했다.

나, 가족, 한의원, 한의계, 사회 전반. 확대되어 가는 동그라미같은 공동체들을 가꾸는 것은 누구나 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회참여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각자가 어떤 분야에 더 집중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한의계, 사회 전반에 대한 참여에 대한 것은 다음 글에 이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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