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7-1)
상태바
[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7-1)
  • 승인 2024.03.08 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팔미지황환 활용의 실제 (전편)-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1. 팔미지황환은 어떤 처방?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은 지황, 산수유, 산약, 목단피, 복령, 택사, 육계, 부자로 구성되며 중국 한대(漢代)에 출간된『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첫 모습을 보였다. 당시『금궤요략』에서는 다른 처방에 비해 비교적 폭넓게 총 4가지 영역에 걸쳐 그 활용법이 제안되었는데(중풍역절(中風歷節), 혈비허로(血痺虛勞), 담음해수(痰飮咳嗽), 소갈소변리림(消渴小便利淋), 부인잡병(婦人雜病)), 이 다양한 영역을 관통했던 적응증은 소변이상, 요하지부 허약 및 통증, 소복불인(少腹不仁)이라는 복부소견을 동반한 제반상황이었다. 이후, 다양한 의학서적 속에서 꾸준히 활용되며 현재는 초로기(初老期) 제반증상(인지기능의 저하, 근육량감소 및 근력저하, 소변이상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였다.

 

2. 근거기반 뇌졸중 환자에 대한 팔미지황환의 적응증

뇌졸중 환자 진료 시 팔미지황환은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데, 크게 3가지 영역에 걸쳐 활용될 수 있다.

첫째, 뇌졸중 후 인지장애의 개선과 뇌졸중 재발방지에 활용할 수 있다.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인지장애 개선을 위해 단독 또는 병행 투약을 고려해야 할 처방 중 하나로 팔미지황환을 제시하였는데, 대표적인 8주간의 임상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팔미지황환 복용군은 위약 사용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및 뇌혈관성 치매에서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정도 측면에서의 유의한 호전을 보였다. 또한, 무증후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전후비교연구를 수행한 결과, 팔미지황환 복용 후 Tc99m ECD SPECT 상 전뇌혈류증가가 확인되었으며, 동시에 MMSE로 평가한 인지기능 역시 향상되었다. 이를 토대로, 팔미지황환은 뇌졸중 환자에서 인지장애 개선효과를 낼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기전은 전뇌혈류증가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전뇌혈류증가라는 효과를 활용하면, 뇌졸중 재발방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둘째, 고령 뇌졸중 환자가 재활 과정에서 다수 경험하게 되는 통증의 원인 중 하나인 퇴행 관절질환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퇴행 슬관절염이나 만성 요통증후군과 관련된 근거를 갖추고 있다. 먼저 “퇴행성 슬관절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위약치료 보다 유의한 통증 감소와 기능 및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팔미지황환을 제시했으며, “만성 요통 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만성 비특이적 요통 환자의 기능 개선을 위해 팔미지황환으로 대표되는 한약치료를 기타 한의치료(침구, 추나, 부항 등)와 병행할 것을 추천했다. 고령 뇌졸중 환자는 뇌졸중 발병 전부터 퇴행 관절질환에 이환되어 있거나, 뇌졸중 재활을 시작한 뒤로 과도한 운동부하가 걸리면서 퇴행 관절질환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제한하는 원인이 된다. 팔미지황환은 이러한 퇴행 관절질환의 임상증상 개선 및 관절기능 보존에 기여함으로써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배뇨이상을 동반한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의 증상 개선에도 응용 가능하다. 이 적응증은 출전에서부터 강조되었던 것인데, 실제 임상시험을 통해서도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일본의 “과민성 방광진료가이드라인[제2판]”에서는 팔미지황환과 그 변방인 우차신기환(+우슬, 차전자)을 과민성방광,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사용해 보길 추천하고 있으며, 팔미지황환은 비뇨기 증상 자체 뿐 아니라, 비뇨기증상에 흔히 활용되는 항콜린제로 인한 구강건조에 활용해 볼 수 있는 한방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야간빈뇨 진료가이드라인”과 “야뇨증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야간빈뇨 증상에 우차신기환의 사용을 제안했고, “고령자재해의료시 의료가이드라인 2011”에서는 팔미지황환을 재해지 의료지원 시, 고령자 요실금에 활용할 수 있는 상비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립선비대증과 관련된 효과를 평가한 한 연구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에서는 팔미지황환과 알차파단제인 탐스로신(Tamsulosin)의 효과를 비교했다. 2주간 두 군으로 나누어 약제를 투약하고 그 효과를 평가한 결과, 두 군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할 만한 개선이 확인되었는데, 최대 요류량은 팔미지황환군이 IPSS 점수는 탐스로신군이 보다 나은 결과를 보였다. 후편에서 언급하겠지만, 탐스로신은 특유의 부작용인 기립저혈압 탓에 거동이 힘든 뇌졸중 환자에서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팔미지황환이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외, 팔미지황환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인 당뇨병이나 고혈압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경구혈당강하제 단독 복용 시 보다 팔미지황환을 병용했을 시, 혈당조절에 유리했다는 결과가 존재하며,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임상증상 개선에도 팔미지황환(계부지황환)이 유의한 효과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감각저하로 인한 운동실조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팔미지황환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뇌졸중 환자의 원활한 재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혈압 역시도 혈압강하제와 병용 시, 혈압강하제 단독 투약 시에 비해 보다 원활한 혈압조절이 가능했다는 결과가 존재하므로 팔미지황환은 전뇌혈류증가라는 효과와 함께 위험인자조절을 통해 뇌졸중 재발방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상현장에서 소변이상에 팔미지황환을 쓸 때는 과유불급(過猶不及)임을 기억하자. 보통 고령자의 야간뇨 3회는 정상범주에 속하는데, 이것을 0~1회로 줄이겠다고 치료에 도전하면 환자나 의사 모두 고통스럽다. 또한 통증에 활용할 때는 ‘부자’에 주목하자. 생각보다 효과가 부족하다 싶다면, 부자용량을 1~2g 정도 추가해보는 것이 좋겠다.

 

 

참고문헌

1. 대한중풍순환신경학회.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2021. p.8,9.

2. 岩崎鋼, 千村百合, 井上和美, 田口眞寿美, 丁宗鉄. 無症候性脳梗塞患者の脳血流に及ぼす八味地黄丸の影響: SPECT による検討. 和漢医薬学雑誌. 2002;19(Supplement):92.

3. 千村百合, 岩崎鋼, 田口眞由美, 小林誠一, 趙重文, 丁宗鉄. 老人性痴呆に対する八味地黄丸の効果・第1報。無症候性脳梗塞患者の脳血流に及ぼす影響: SPECTによる検討. 日本東洋医学雑誌. 2003;54(別冊):S157.

4. 대한침구학회. 퇴행성 슬관절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2021. p.6.

5. 대한침구학회. 만성 요통 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2021. p.54.

6.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8 Appendix. http://www.jsom.or.jp/medical/ebm/cpg/pdf/KCPG2018.pdf

7. 吉村耕治, 寺井章人, 荒井陽一. 前立腺肥大症に対する八味地黄丸少量2週間投与の治療成績. 泌尿器科紀要. 2003;49(9):509-14.

8. 谢富书. 金匮肾气丸治疗106例糖尿病的疗效观察. 中国卫生产业. 2012(13):159.

9. 赵瑜, 邢渊. 桂附地黄丸联合甲钴胺治疗糖尿病周围神经病变30例疗效观察. 甘肃中医学院学报. 2012;29 (2):21-3.

10. 刘旭东,付坚,封木忠,章正华. 金匮肾气丸联合硝苯地平控释片治疗老年脾肾阳虚型高血压的效果观察. 中国中药杂志. 2015;40(24):4908-1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