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바로잡지 못한 과거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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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바로잡지 못한 과거는 이어진다
  • 승인 2024.03.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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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파묘
감독: 장재현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파묘’란 묘를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는 일을 의미한다. 무덤을 다시 파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유는 묫자리가 좋지 않아 조상님께서 불편해하신다는 것, 즉, 묫바람이 났기 때문이다. 이 묫바람이 어찌나 쎈지 장손에게 대대로 조상님의 분노가 이어져 갓 태어난 증손주도 걸핏하면 조상님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괴로워 울부짖는 나날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명절이며 제사마다 상을 차리고 조상님께 절을 하는 이유는 조상님이 계신 곳이 편안하고, 조상님이 우리를 보듬어주셔야, 그 후손들에게 덕이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는 말이 바뀌면서 “진짜 조상님의 덕을 본 집안은 명절에 차례며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해외여행 떠났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판국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선대와 후대의 삶이 결코 분리되어있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무당 화림과 봉길, 지관 상덕과 장의사 영근은 현재의 후손을 위해 과거의 묘를 파내기로 결심한다. 분명 말하지 않은 비밀이 가득하고 이상한 구석이 가득한 이 찝찝한 묘를 파내기로 한 것이다. 묘를 파낸다는 것은 과거를 파낸다는 의미라고 감독은 말했다. 그러니까 이들은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과거를 파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파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지었고, 이들이 하는 소위 퇴마행위라 할 것을 퇴마라기보다는 어긋난 것을 바로잡기 위한 행위로 묘사했다. 이를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바라보면 과거 우리가 겪어야 했던 상처와 가파른 성장과 생존만을 위해 묻어두었던 희생은 여전하다. 그냥 묻어두고 시간이 흐르면 없던 일이 될 것 같지만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이는 아무 죄 없는 갓난아기에게조차 고통이 이어질 만큼 상처는 곪아 터질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이야기가 두 가지로 절단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의외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역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묫바람이 나서 괴로워하는 4대의 이야기와 후반부에 진행되는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어놓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 어색하게 이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하나의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지닌 이야기라기보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옴니버스 영화 두 편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파묘’라는 영화의 허리가 끊어졌다. 그럼에도 선대에 어긋난 것을 바로잡지 못해 후대로 이어진 상처와 현재는 묻어둘 수 있었을지라도 자신이 살지 않게 될 후대를 위해 나서보겠노라는 선대로서의 책임감이 대조되는 효과는 줄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엑시트’가 코미디의 탈을 쓰고 있음에도 아이들을 영화에서나마 구해주고 싶어 했던 것과 비슷하다. 어떠한 관객의 흥미를 끌면서 동시에 어떠한 관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장르적인 농도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무당과 풍수지리사가 등장하는 한국형 오컬트물을 기대하고 보았는데, 그것이 없지는 않으나 마치 마트 시식코너에서 간만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영화에서 음양오행이 어쩌고 백마피가 어쩌고 하면서 굿판만 15분쯤 하고, 파묘를 15분 쯤 진행했다면 “그게 뭔데”하면서 도망칠 관객이 한둘이 아닐테니 이해한다. 그러나 음양오행이 어쩌고 신내림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만 30분쯤 보고 싶었던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음양오행과 굿판을 보려고 갔는데, 후반부는 묘하게 크리처물이 되어있었다. 크리처라는 실체가 눈에 보이고 대사를 하는 순간 오히려 김이 빠졌달까. 전반적으로 특장점과 아쉬움이 명확한 영화였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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