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스스로의 내재 역량을 보존하는 훈련이 건강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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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스스로의 내재 역량을 보존하는 훈련이 건강에 필요 
  • 승인 2024.03.0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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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

강솔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 102세가 된 장모님을 돌보던 82세이신 어르신이 허리를 삐어서 오셨다. 고령화 사회의 현실이다. 최근 <마흔 수업>이라는 책에서 우리나라의 중위 나위(서열로 중간에 있는 나이)가 30여 년 전에는 29세였다면 지금은 46세이며 현재 나이에서 17세를 뺀 나이가 체감 나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가속노화>의 상황이 벌어지는 <젊으나 노년처럼 아픈> 환자들이 많다는 글로 저자는 이 글을 시작한다. 요구받는 사회적 역할이나 본인의 마음은 17세를 빼야 하는, 빼고 싶은, 사회이지만 실제로는 노화에 가속도가 붙어 있는 사회. 왜 가속노화가 진행되는지, 이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노화의 속도를 늦추며 살 수 있는지, 그래서 건강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정희원 지음, 더퀘스트 펴냄
정희원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이 책은 최근 내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이 대부분 들어 있었다. 실제로 2023년 봄, 내 건강에 대해서 <각성>의 순간을 겪었고 삶에서 반복하던 <습관 회로>를 바꾸기 시작했던 경험이 있었다. 탄수화물 중독 상태를 줄이고 걷고 호흡하기 시작하면서 얻어졌던 내 삶의 변화야말로 이 책에서 말하는 <내재 역량의 증가>에 해당하는 변화였으며, 건강이란 내재 역량을 보존하고 기르는 것과 일치하는 훈련이라는 저자의 말에 백퍼센트 동의한다.  

우리의 삶에서 발생하는 쾌락과 보상, 통증회로에 대해 설명하고 이 사이클의 잘못된 적용으로 <가속노화>의 삶을 살고 있을 때 이 요인들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습관 회로를 형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해 미국병원협회와 미국노인병학회에서 만들고 보급한 4M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동성(Mobility), 마음건강(Mentation), 건강과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이 네 개의 기둥 4M이다. 삶의 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삶을 이루는 여러 가지 영역, 곧 도메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생명계 전체라는 거대한 복잡적응계의 알로스타틱 부하를 가늠할 방법이 바로<내재 역량>이다. 이러한 내재역량의 곡선을 어떻게 그리게 되느냐에 따라 생애 주기적 노화 지연을 가져올 수도, 가속노화의 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그 결정 요인들은 이동능력, 인지, 정신적 행복, 활력등인 것을 깨달았다면 불로장생을 바라던 수많은 권력자들이 술과 쾌락으로 점철된 가속노화의 악순환을 만들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p75 구절 인용)  

이 책은 어찌보면 뻔한(?) 내용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서도 의학적인 근거와 인문학적 베이스를 함께 적절하게 제시한다. 읽기 쉽고 유익한 실제적인 책이었다. 이동성과 운동을 구분하지 말라는 말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의 헬스장에 차를 끌고 가는 지인을 떠올리고 웃었고 마음챙김과 호흡에 대해서도, 4M의 한 축인 <나에게 중요한 것>을 각자 알아차리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이효리가 모교에서 했다는 졸업 축사 <나를 믿고 독고다이로 가라>는 말도 결국은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수행과 명상, 실제 먹거리와 운동, 나 자신에 대해서 알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삶, 이것이 느리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의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물병의 목까지 물이 차 있을 때 한 방울의 물을 떨어트리면 그 병에서는 물이 넘치게 된다. 사소해 보이는 일에 화를 벌컥 내는 사람들, 가벼운 교통사고에 회복을 못하고 계속 아픈 환자들은 물병의 목까지 물이 차 있던 사람일 것이다. 내재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은 그 병을 잘 비우는 일과 비슷하다. 물병의 물을 잘 비워 공간을 만드는 삶에 대해서 조곤조곤하게, 그렇지만 삶의 방향에 대해선 명확히, 얘기해주는 이 책은 어찌 보면 영성 관련 코너에 있어도 어울릴듯 싶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고요해지고 마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 아닌가. 내 삶의 도메인들 사이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점검 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강솔 / 소나무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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