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2> - 『秘傳神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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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92> - 『秘傳神方』②
  • 승인 2024.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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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神仙으로 나르샤 萬病을 건너다

  앞에서 이 책의 전반부가 활인보감과 제동비급이라는 이름 아래 주로 술수를 이용한 처방법으로 이루어졌음을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후반부는 철저히 임상경험에서 우러난 경험방의 활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후반에서는 주로 저자 자신의 통치경험방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奇觀單方을 비롯해 治痔單方, 咳嗽神方, 驗方祕笈, 麻疹別方편을 두었다. 그 가운데 우선 기관단방을 간단히 해설해 보자면, 紫金錠에 갖가지 약재를 가미하여 만든 응급약이다. 자금정은 『동의보감』사수와 옹저문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부인귀태와 적취, 옹저, 발배, 정창, 일체 종독에 광범위하게 적용한다.

 ◇ 『비전신방』
 ◇ 『비전신방』

 그러나 적응증과 복약방법만 상세히 기재했을 뿐, 정작 처방구성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한참을 뒤적인 끝에 잡병편 해독문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 처방이 적응증이 넓고 이명이 많기 때문이다. 태을자금단이란 방명으로 수재되어 있는데, 이외에도 만병해독단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 소개한 ‘신선태을자금단’(1087~1088회 『神仙太乙紫金丹』, 2024.1.4.~11.일자 참조) 역시 자금정과 동종 처방으로 분류한다.

  문합과 산자고, 속수자, 홍아대극, 사향 등속이 들어간 자금정 원방 4돈에다 관계, 고백반, 정향, 곽향, 침향, 감수, 백개자, 원화, 자완, 용뇌, 전갈 등 약재를 더해 가루 장만하여 대추살로 환을 빚되 녹두대로 만들어 증상에 따라 인경약과 함께 복용한다고 하였으니 무려 20여 종의 약재가 들어가는 대방이 되는 셈이다.

  병증에 따른 인경약은 다음과 같이 연계되어 있다. 졸중풍에 강즙과 진유, 간질통치에 방풍과 생강, 부인적괴담혈에 홍화와 생강, 괴질곽란에 목향과 곽향, 개창에 방풍통성산, 식적주체에 신곡과 건갈, 산사, 소변불통에 목통과 등심, 소아경풍에 죽엽, 양일학에 시호와 초과, 충복통에 율피 등등이다. 30여 종을 상회하는 각종 병증에 따라 인경약을 달인 물로써 자금정을 복용토록 했다.

  그러니 기관단방은 일약일방이 아닌 복합제제 하나로 폭 넓게 적용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는 통치방으로서 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비해 치치단방은 치질 한 가지 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단방법과 외치법을 제시한 것인데, 주로 곤충이나 광물성 약류를 많이 응용하였다. 다만 희귀생물자원보존이나 중금속성분 잔류문제로 약용이 크게 제한되어 아쉬운 입장이다.

  해수신방에는 年久咳嗽와 소아백일해로 2조목으로 나누어 경험방을 실었다. 여기서 노인의 만성해수에는 상백피와 행인을 주재로 생강과 이당을 넣어 복용후 取汗토록 했고 소아에게는 은행과 생율, 호도를 이용한 식치법을 응용하고 있어 저자가 노인소아의 생리특성을 감안한 대체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또 柴胡飮을 기본방으로 좌사약과 분량을 달리하여 가감변용을 시도한 治五方染疾傷寒準信方이 제시되어 있으며, 濟世丹 같은 단약과 濟世酒 같은 酒劑(약용술)를 선보여 만성질환을 다스리기 위해 다양한 제형을 선택하였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飛仙符와 飛仙呪 등 주술법도 함께 수용하고 있어, 초월적 존재로부터 병마를 초극하고자 했던 민초들의 기대심리를 투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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