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체질이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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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체질이 진짜로
  • 승인 2024.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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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 질문과 대답 ①

 

동서양의 고전에는 문답식 구성인 경우가 많다. 중국의학에서 황제내경도 그렇다. 그런데 훌륭한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그러니 고전의 문답식 구성에는 보통 질문 안에 해당하는 주제의 핵심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8체질의학 질문과 대답을 새로운 글감으로 정하고서, 첫 번째 질문을 무엇으로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동료 한 분이 체질이 진짜로 있습니까?”로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다. 체질의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체질의학 임상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가장 원초적인 질문일 것이다. 반면에 가장 강력하고 난해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재어 볼 필요도 없이 아주 간결하게 답변할 수는 있다. “, 있습니다.” 이것은 우주를 창조한 하나님이 진짜로 있습니까?”, “, 물론 삼라만상에 하나님이 존재합니다.”라고 답하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에 종교가들은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니 믿으십시오.” 나도 우주의 질서를 주재(主宰)하는 신은 믿는다. , 그렇다면 체질의 존재도 믿음의 영역이었단 말인가.

 

체질맥

2017410일에 나온 체질맥진도 문답식 구성이다. 책을 쉽게 써야겠다고 작정하고 일부러 그런 형식으로 꾸몄다. 이 책의 첫 챕터1)체질이 진짜 있는지 무척 궁금했던 사람이 나온다. 그는 부산 사람인 류OO 원장이다. 평소 복싱 훈련에도 진심을 다 하지만, 8체질 공부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혼자 계신 모친과 떨어질 수 없어서 부산과 경남 쪽에서 일하면서, 쉬는 날에는 전국 각지의 8체질 한의원을 찾아 다녔다. 그러는 동안 그는 여덟 가지의 감별 결과를 모두 받았다.

권도원 선생은, ‘체질맥은 8체질 8개성의 증명이고, 8체질의 선천적인 증표2)라고 했다. 그리고 평생 어떠한 경우라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체질맥이 8체질 존재의 증거인 셈이다. 체질감별 여정을 통해서 8체질의학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류 원장에게는 체질맥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의심만 쌓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2006430일에 서울 강남에 있는 새시대한의원에서 모임이 있었다. 8체질 임상의이면서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진단학을 전공하는 팀이 주관한 행사였다. 맥진을 해야 할 모델이 있고, 행사에 참석한 임상의들이 안대를 하고 체질맥진을 시행한 결과를 취합하는 시험이었다. 한의원 공간이 비교적 넓은 편인데도, 참석한 인원이 많았고 안대를 한 채로 이 방 저 방으로 이동하면서 참 분주했다. 그러는데 누군가 체질맥이 정말 있나 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순간 목소리가 익숙하긴 한데하면서 아니 8체질에 초보인 사람이 온 건가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바로 류 원장이었다.

나는 그 이전에 그의 체질감별 여행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이 금방 이해가 되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안대를 한 채로 고정된 모델을 대상으로 체질맥진을 하는데, 공통적인 감별 결과가 나오는 것을 처음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2006년 당시에도 자신의 체질을 스스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토음체질이다. 결과론이지만 고민스럽고 어지러웠던 그의 체질맥진 여정은, 8체질의학에서 토음체질이 가진 영역과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일면이다.

 

뜨거운 감자

동무 이제마 공이 태양인(太陽人)을 판타지의 영역에 두었듯이, 동호 권도원 선생은 토음체질(土陰體質, Gastrotonia)을 그렇게 했다.3) 지금은 약간 조금 느슨해지기는 했지만 2006년에 토음체질은 희소하다.’는 개념은 강력한 규정이었다. 8체질의학의 창시자인 권도원 선생을 교조적으로 추앙하는 집단에게는 더 그러했다. 2000년이 되기 전에 있었던 이상길 원장의 선구적인 주장4) 이후에는, 권도원 선생 앞에서는 토음체질의 희소성에 대해 다르게 언급하는 것이 뜨거운 감자5)가 되었던 것이다.

OO 원장이 체질감별 여행에서 여덟 가지 체질을 받았다면 그를 토음체질로 감별한 임상가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 임상가는 토음체질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가졌고 진정한 용기가 있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내가 분명하게 말한다.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이든 8체질이든 지극히 적거나(絶少) 매우 드물게(稀少) 존재하는 체질이란 없다. 태양인은 소음인만큼은 있고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 토음체질도 수음체질보다는 분명히 많을 거라고 나는 판단한다.

 

다름

지금 체질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툴(tool)이나 지표는 없다.

기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풍선을 부풀게 함으로써 제 존재를 증명한다. 체질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있는(存在) 은 나타나고, 표출되고, 느껴지며, 인지될 것이다. 그리고 공감되고 공유될 것이다. 이런 결과물이 동서양 역사의 전통에서 나타났던 체질론이다. 체질론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다름을 본 것이다.

서양의학의 시조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6)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4체액설을 주장했고, 로마시대에 갈렌(Cladius Galen)7)은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로 4대 기질설을 내세웠다. 혈액/다혈질은 온정적이고 정서적이며 사교적이고 흥분이 빠르고 명랑하다. 점액/점액질은 냉담하고 정서가 느리고 부드러우며 조용한데, 인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다. 황담즙/담즙질은 인내력이 적고 정서적이고 흥분이 빠르다. 단기(短氣)하나 용감하다. 그리고 매우 객관적이다. 흑담즙/우울질은 인내력이 많고 지속적이나 우울하다. 주관적이며 보수적이다.8)

중국의학에서는 영추72편인 통천에 오태인이 나온다. 태음지인, 소음지인, 태양지인, 소양지인, 음양화평지인이다. 그리고 64편인 음양이십오인에서는 목형지인, 화형지인, 토형지인, 금형지인, 수형지인으로 나눈 후에 이것을 오음인 궁상각치우로 세분했다. 학계에서는 영추가 성립한 시기를 기원 전 475년에서 221년 사이로 보고 있다. 묘하게도 히포크라테스의 생존 시기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통천의 묘사가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마치 2천 수백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간 것처럼 사람의 다름에 대한 묘사는 생생했다. 그들은 날 것 그대로의 사람이었다.

 

체질의학의 시원

그래서 나는 오늘날 체질의학의 시원(始原)통천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태음의 사람(太陰之人)은 탐욕스럽고 어질지 못하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단정한 듯 보이는데 자신의 생각을 깊이 감추고 있다. 안에 넣어두기를 좋아하고 내놓는 것을 싫어한다. 쉽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또한 본디 게으르며 순발력 또한 없으니, 적당한 때에 맞춰서 즉시 힘쓰려고 하지 않고 뒤이어서 움직인다.”

소음의 사람(少陰之人)은 탐욕은 적은데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망하는 것을 보면 항상 무엇을 얻은 것처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해코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이에 오히려 성질을 내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인정이 없다.”

태양의 사람(太陽之人)은 늘 자신만만하다. 큰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능력이 없으면서 과장하여 헛되이 말하고 생각은 늘 원대하다. 일을 처리할 때 상식적인 옳고 그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일에 임할 때는 항상 자기의 뜻에 맞게 처리하려고 한다. 일에서 실패가 있어도 항상 후회하는 법이 없다.”

소양의 사람(少陽之人)은 자세하게 살피고 조사해서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 아주 작은 관직에 있더라도 높은 직위인 양 스스로 뻐기고, 밖으로 교제하며 다니기를 좋아하고 안에 붙어 있지를 않는다.”9)

동무 공은 오태인에서 음양화평지인을 제외하고 태소음양지인(太少陰陽之人)을 취했다. 태음지인은 그대로 태음인, 소음지인은 소음인, 태양지인은 태양인, 소양지인은 소양인이 되었다. 그리고 동무 공은 통천에서 찾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사상인의 내장구조를 도출했다. 바로 폐비간신(肺脾肝腎)의 길항구조이다. 이것이 사람에게서 다름을 표출시키는 근본적인 구조이다. 체형이나 성격 태도 등의 차이는 이 구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무 공의 마지막 저술이면서 사후에 가장 먼저 출판된 동의수세보원10)이 체질의학의 원전이다.

 

부족한 답변

체질이 진짜로 있습니까?” “,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체질이란 다름이다.11) 어떤 다름인가? 내장구조(內臟構造)가 다르다는 뜻이다. 내장구조가 다른 것을 사람의 감관을 통해서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줄 방법이 지금은 없다. 하지만 동일한 구조를 지닌 사람은 다른 체질과 뚜렷하게 구별되게 하는 공통적인 개성과 특징을 지니고 또 표출한다. 그런 개성 속에 체질맥이 있다. 체질맥 또한 8체질의 여덟 가지 내장구조로부터 다르게 표출되는 것이고, 8체질의 증명이고 선천적인 증표이다. 이제 믿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세상일이 모두 그렇듯이.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체질맥의 발견」 『체질맥진』 행림서원 2017. 4. 10. p.19~22

2) 체질은 왜 여덟인가, 『빛과 소금』 〈122호〉 두란노서원 1995. 5. p.123

3)  이강재, 『8체질의학』 행림서원 2024. 1. 24. p.315.324

4) 세선한의원의 이상길 원장은 1999년 3월에 한의사통신망인 동의학당에 ‘토음체질 캐내기’를 발표하였고, 11월에는 토음체질 치험례를 올렸다.  

5)  이강재,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 행림서원 2019. 10. 20. p.232

6)  460~377 B.C

7)  130~200 A.D

8)  이을호.홍순용, 『사상의학원론』 수문사 1973. 9. p.385  

9) 《靈樞》 「通天」 
   太陰之人 貪而不仁 下齊湛湛 好內而惡出 心和而不發 不務於時 動而後之 此太陰之人也 
   少陰之人 小貪而賊心 見人有亡 常若有得 好傷好害 見人有榮 乃反慍怒 心疾而無恩 此少陰之人也 
   太陽之人 居處於於 好言大事 無能而虛說 志發乎四野 舉措不顧是非 為事如常自用 事雖敗而常無悔 此太陽之人也 
   少陽之人 諟諦好自貴 有小小官 則高自宜 好為外交 而不內附 此少陽之人也

10)  이제마, 『동의수세보원』 율동계 1901.

11) “8체질은 인간의 서로 다름을 말한다.” 
   북향집은 흉가, 남향집은 복가? 『소금과 빛』 〈175호〉 두란노서원 1999. 10.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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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3:53:16
8체질 사상 이런거좀없애고 교육개혁좀 합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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