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1> - 『秘傳神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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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91> - 『秘傳神方』①
  • 승인 2024.0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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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植民治下 풍미했던 술수처방법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임상경험방서 가운데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장본 의약서 한 종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구에서 발행한 책이기에 지역적 특색도 지니고 있는데, 서문이나 발문이 붙어 있지 않아 자세한 저술 경위와 발행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향후 저작자와 지역에서의 의업활동사항을 중점으로 책과 관련한 사안들을 좀 더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 『비전신방』
◇ 『비전신방』

  저작겸발행자로 權大燮이란 이름이 올라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의생이나 약종상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작자와 발행소인 大昌藥房의 주소가 ‘大邱府 南城町 61番地’로 동일한 것으로 보아 1930년 무렵 대구약령시가 열리던 남성로 인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던 저자 자신의 의약경험을 담아 펴낸 것으로 여겨진다.

  책장을 펼치자 첫머리에 상세한 목록이 제시되어 있어 전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 용이하다. 목록상 여타 경험의약서와 달리 좀 특이한 면이 있다. 곧 첫 대목 活人寶鑑을 필두로 八卦出藥法, 濟東祕笈, 作卦命藥法, 奇觀單方 등 다소 이색적인 장제에다가 治痔單方, 咳嗽神方, 驗方祕笈, 麻疹別方 등 특정질환에 대한 치법을 제시하였고 기타 부위나 병증별 단방을 다양하게 수록하였다.

  또한 특이한 것은 주역 동효법, 운기용약법 운용하고 있어, 구한말~일제강점기에 풍미했던 수리오행에 따른 술수용약법을 자주 활용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첫 번째 대목인 활인보감편인데, 병자의 생년과 得病한 년월일시를 미리 배정한 수로 대입하여 합산한 다음, 팔괘로 作卦하여 용약하는 방법이다.

  納甲法을 이용해 수리적인 방법으로 푸는 것인데, 방식은 다르지만 운기용약법처럼 정해진 처방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예컨대 出藥法을 보면, 甲甲甲에 갑술작약탕, 병자감초탕, 무인백출탕, 임오익지인탕, 경진사삼탕, 갑신치자탕, 을해사청탕, 정축황련탕, 을묘당귀산, 신사황기탕, 계미입효산, 을유시호황련탕이다.

  다만 처방을 계산해 내는 방법(八卦指掌訣)은 설명이 되어있지만, 처방이 선정된 이치와 응용방식에 대해서는 일체 해설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 한계점이다. 위와 마찬가지로 을을갑, 병병갑, 정정갑, 무무갑, 기기갑, 경경갑, 신신갑, 임임갑, 계계갑의 차서로 10가지 괘수마다 각각 12가지 처방이 배속되어 있다. 도합 120가지에 달하는 각종 처방을 미리 산출하여 배정해 놓은 셈이다.

  이어진 濟東秘笈 또한 계산 방식은 다르지만, 위와 같이 수리적인 방법으로 방약을 정하는 풀이법이다. 여기서는 일명 作卦命藥法이라는 조항을 두어 해설하였는데, 그 요건은 다음과 같다. 병자가 언제부터 아프게 되었는지를 물어 득병한 날의 일진수를 합해 작괘하고 動爻를 더해 용약할 약재를 산출해 내는 방식이다.

  이것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미리 약정된 10간12지의 배속을 숙지하고 있어야하는데, 책에서는 가결로 제시되어 있다. 예컨대, “甲己化土五, 乙庚化金四, 丙申化水一, 丁壬化木三, 戊七癸二火.”같이 10간을 수에 배속한 것이라든지 “未辰一兮子酉二, 巳申三兮卯午四, 丑戌五兮寅亥七.”처럼 12지에 배정된 수를 암기해야한다.

  또 12지와 육기의 관계를 상정해 놓은 것으로 “子未爲寒丑申風, 寅酉暑兮辰亥熱, 四五燥時卯戌濕.”이라고 설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12지와 육기를 결합해 각각 치료 약재를 배정해 놓았다. 하지만 술수용약법에 대한 필자의 식견이 모자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이외에도 예외적인 경우를 대비해 통치방을 수록해 놓았는데, 乾甲一丸, 坤乙二丸, 艮丙三丸 …… 육갑산, 육계산, 정신환 등 환산제 처방을 다수 제시해 두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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