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꽃의 인문학;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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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꽃의 인문학;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
  • 승인 2024.02.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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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꽃을 읽다

참 좋은 책이 서재에 숨어 있었다. 그야 종종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고 나면 책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난다. 이사를 하는 통에 구석에 잠들어 있던 책을 꺼내 들며 귀하게 매만져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책이기에 주저하지 않고 독자 여러분에게 권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예쁘고 빨간 장미꽃 한 송이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서 얼른 눈에 띄는데, 그 한 송이 꽃이 이 책의 전부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꽃이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지만, 빨간 장미꽃은 특히 우리 눈에 강렬하다. 이 꽃으로 많은 청춘의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다. 인간에겐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실어 나르는 꽃이지만, 진정 꽃에게 필요한 곤충에게는 그 색깔의 의미가 다르다.

스티븐 부크만 지음, 박인용 옮김, 반니 펴냄

가령 벌에게는 이 같은 붉은 장미꽃이 그저 검은색으로 보일 뿐이다. 붉은색은 색 스펙트럼에서 파장이 길고, 보라색은 짧다. 벌은 파장이 짧은 붉은색이나 적외선 빛은 볼 수 없기에 적색맹이기도 하지만,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색깔 덕분에 그 밖의 잘 보이는 색을 쉽게 감별해낸다. 그 의미는 꽃은 수분을 쉽게 하고, 벌은 필요한 꿀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어서, 상호 이득을 위해 필요한 자연계의 평형이다. 게다가 꽃은 자외선 빛을 반사하고, 벌이나 개미 등은 자외선 빛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과 평형은 조화를 만들어내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자는 꽃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자연계의 조화를 언급하고 있다. 자연을 관찰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 책은 말하며, 꽃의 언어를 읽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말벌, 개미, 벌 등이 자외선 빛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1877년에 영국에서 처음 발견하고, 1922년에 미국에서 실험으로 입증하였는데, 사람은 수정체가 아직 안정적이지 못한 3개월 미만의 젖먹이를 제외하고는, 꽃을 찾아오는 벌과 같은 곤충들에게 보이는 자외선 무늬를 보지 못한다. 그것은 곧 성장환경에 따라 인간은 볼 수 있는 빛의 스펙트럼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곤충에 따라 빛의 스펙트럼을 달리 인지할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는 모든 동물에게도 적용되는 현상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동물은 어떤 색의 꽃을 좋아한다는 일정한 테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를 그대로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오늘날 우리는 한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환자를 대하면서 향기요법을 쓰기도 하고, 치료 목적에 따라 오음계의 소리를 통해 질병에 맞춰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향기요법과 음악치료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임에 따라 임상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빛에 따른 동물행동 양상을 관찰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통해 색깔로 임상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한다면, 서로 다른 체질과 서로 다른 질환에도 적용하여 미래 의학에서 앞서 나가는 성과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견을 내어 본다. 더구나 『황제내경』에서부터 꾸준히 내려오는 색깔에 대한 언급이 오랫동안 이어온 점을 생각해 보면, 오방색의 응용으로 오늘에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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