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현대 한의학, 열린 자세로 함께 성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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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현대 한의학, 열린 자세로 함께 성장해야”
  • 승인 2024.01.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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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학생기자

이원택 학생기자

wontaek99@naver.com


▶인터뷰: 한의정보협동조합 화상 스터디 교육자 정윤봉 김해 신세계한의원장
한의학의 본질은 치료… 현대적 도구와 이론에 대한 수용 강조

 

정윤봉 김해 신세계한의원장
정윤봉 김해 신세계한의원장

[민족의학신문=이원택 학생기자] 원활한 의사소통은 같은 사고방식의 공유를 전제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동양철학적 사고방식을 학습하지 않는 현재, 한의사 개개인은 환자와의 의사소통에서 개개인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해 신세계한의원의 정윤봉 원장은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교차점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한의사다. 한의정보협동조합에서 화상 세미나를 통해 의사소통의 실마리를 공유하는 그는, 한의학과 한의업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 화상 스터디를 통해 한의학과 현대생리를 조화롭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실 인체라는 동일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의학의 사고와 현대의학의 사고는 사뭇 다르다는 인식이 있는데, 차이점을 알아야 융합에 대한 힌트를 얻을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사고관의 차이점은?

젊은 원장님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근래 유행하는 MBTI 검사로 예를 들자면, F와 T의 차이, 즉 Feeling과 Thinking의 차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의학이 선현들의 관찰을 통한 직관과 통찰을 기반으로 발전했다면, 서양의학은 논리적 사고를 통한 결과를 기반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좋은 MBTI와 나쁜 MBTI가 따로 없는 것처럼, 어느 쪽이 더 맞고 틀리다, 또는 우수하고 뒤떨어진다고 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치료의학으로 이론 체계는 다르지만, 결론적으로 환자를 낫게 하는 지향점은 같다고 보고 있다. 다만 스스로가 T 유형이므로, T체계의 공부가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웃음).

 

▶ 결국 임상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용 암기 뿐 아니라 융합된 사고관이 필요할 것이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연결해서 공부하는 것은, 환자를 보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까?

세상에 절대 진리가 존재할지언정, 어떤 학문이건 완전무결한 절대 진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정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의학적인 여러 내용을 공부하며 맞다 혹은 틀리다는 것을 평가하거나, 선택적인 흡수를 하지는 않는다. ‘고스트 버스터즈’에 나오는 캐릭터 ‘먹깨비’처럼, 여러 정보를 편견 없이 흡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넓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지식이나 기술을 효율적이고 선택적으로만 공부하려고 하다 보면 선입견과 편견 혹은 아집으로 빠질 수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나 임상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은, 의학이라는 분야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조언해본다.

 

▶ 많은 정보 속의 옥석을 가리는 것 역시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이상한 쪽으로 '말을 만들어 버리는' 견강부회의 상황이 올 수 있을 텐데,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과 옥석을 가리는 것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좋은 스승을 찾는 것이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좋은 스승은 또 누구인가? 스승이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걸었던 길들에 대한 시행착오를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편협한 시각보다도 넓은 시각으로 의학이나 의료에 대해서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스승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스스로도 스승 없이 혼자 공부하다 보니 ‘이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자기 의구심이 항상 든다. 하지만 그 때마다 주변 학식과 경험을 가진 원장님들에게 문의하고 자문하면서 벽을 두드리는 편이다. 부디 후배들은 정답을 강요하는 선생님보다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선생님들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 그렇다면 혼자, 또는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을까?

교학상장, 즉 스터디를 조직해 서로 발표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공부방법이 아닐까 싶다. 혼자 하는 공부보다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하면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공부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해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 구체적으로 함께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한다.

고등교육과정 중 생명과학 II 정도의 지식은 기본적으로 알고 생리학 책을 읽어야하지 않나 싶다. 기초가 없는 분들은 생명과학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인터넷 강의 정도를 찾아 생물의 기본 생리, 병리를 이해하고 전문서적으로 넘어가시기를 추천한다. 화려한 교재나 이론보다도 아주 쉽고 간단하지만 보편타당한 내용을 가진 내용이 기초를 탄탄하게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많은 학생이나 후배들이 지적 허영심을 위해 전문서적을 접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전문가로서 지적 허영심도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지만, 기초가 없는 지적소양은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 또는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남과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와 지식들을 먼저 공부하기를 추천한다.

 

▶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논리인 현대과학적 사고관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의학의 발전 방법 중 하나는 임상 결과에 따른 귀납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한의학의 치험례 논문은 종종 실험군의 작은 크기로 인해 영웅담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공감하는가?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면 한의계 각각에서 어떤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논문을 쓰지 않아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로컬에서 임상 시 치료 결과나 결과에 대한 해석은 당연히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오류가 있는 해석일지라도 많은 결과와 경험들을 공유하는 것이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의계에도 많은 학회 및 공부와 실력을 겸비한 많은 선생님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론의 장에서 서로의 학문과 임상을 소개하고 서로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문적인 폐쇄성으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안타깝다.

 

▶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 한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결국 세상의 수요와 자신의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세상은 한의원에서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드름의 한의학적 치료가 생소하던 시절 피부과 전문으로 여드름 환자를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드름 치료라는 세상의 수요를 한의원이라는 공간으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환자가 한의원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수요를 인식시키고 소비 행위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을까?

의료산업이라는 것은 누군가 개척하고 소비를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료시장이 원하는 진료 형태 및 진료 과목들이 새로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데, 앞으로도 많은 선생님들이 이러한 의료소비의 흐름을 읽고 대응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그러면서 한의업 역시도 확장성을 갖출 것 같다. 같은 논리로, 시대적 흐름으로 초음파를 비롯한 진단기기 및 레이저 등 치료기기의 활용도 시장의 요구에 따른 변화라고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앞장서서 나서 주신 많은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한 마디 더 하자면, 시장을 개척하는 프론티어 정신보다는 시장의 변화에 잘 대응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 말한 것처럼,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해 한의학은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로 대답을 해 왔던 것 같다. 그렇다면 긴 시간을 관통하는, 한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와 한의학의 답변의 본질은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본질은 치료다. 한의학과 한의원은 치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학식이 풍부하다고 해도 치료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학문이나 업장 운영에는 관심이 많지만, 환자를 낫게 하는 진짜 치료에 대해서는 고민이 덜하다고 판단한다. 선현의 말씀 및 침, 뜸, 부항, 한약이라는 도구의 틀에 갇혀 있기보다는 낫게 할 수 있는 과학적인 도구와 수단 및 합리적 이론을 수용하는 것이 의료시장에 대한 한의계의 확실한 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한의원 운영 흐름이 자리와 광고 시스템 등의 실력 외적 요소들이 많이 관여했다면, 앞으로의 흐름은 실력이 있는 한의원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예측한다.

한의사는 환자를 보는 사람이고 환자를 잘 낫게 해주는 것이 한의사 한의원의 본질이다. 점점 더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배출되며 의료시장에 대한 점유율도 높여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미국 한의사협회 및 AAAMA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 한의학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했을 것 같은데, 현재 해외에서 한의학은 어떤 식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기회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교류하기에는 아직은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韓醫學은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가진 경희대학교조차 70년 안팎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역사로 인해서 교육체계나 학문 자체가 통합되고 체계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학문적으로 더 정비하고 교육체계 또한 발전해서 국내에서 치료의학으로 자리를 더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정책이나 의료제도 및 한의학 연구시설 확충과 더불어, 자본의 유입이 있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아직은 내부적으로 정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므로, 아마도 수십년 후의 후배들이 성과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노벨상을 타는 한의사 후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웃음).

 

▶ 마지막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한의학의 기회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학문적인 발전만 본다면 수천년의 한의학 역사보다 근래의 2~30년 간의 흐름이 훨씬 빠르고 크다고 이해한다. 따라서 내가 은퇴한 이후가 될 수도 있지만 수년 혹은 수십년이 지나서 한의학의 모습을 많이 기대한다. 한의 의료시장만 놓고 본다면 아마도 똑똑하신 원장님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이 너무나 당연한 지금이지만 보편적으로 보급된 지는 10년이 되지 않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한의학 혹은 한의업 역시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변화를 인정하고 대응하는 분들이 더 좋은 성과물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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