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동의신정(22) 신년에는 우리 한의사의 마음도 스스로 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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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 동의신정(22) 신년에는 우리 한의사의 마음도 스스로 돌보면 어떨까
  • 승인 2024.01.1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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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마도 일선 의료진(frontline medical personnel)의 정신건강이었을 것이다. 이 연구들을 보면서, 마음 한편에서는 코로나 시대 한의사의 정신건강을 조사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예로부터 의료직에서 정신건강의 주요 관심 직군은 간호사였다. 잘 알려진 소위 ‘태움’과 같은 문제도 있지만, 간호직은 기본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와의 접촉이 밀접하기 때문에 감정노동(emotional labor)과 번아웃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은 직무를 위해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조절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자신이 느낀 감정을 억제하거나, 자신이 느끼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직무상 느껴야 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즉, 감정노동은 화병(울화병의 준말)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간호직은 화병에도 취약할 수 있는 직군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의사의 업무 특성 역시 간호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진료과정에서 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전인적으로 환자에게 접근하다보니, 항상 공감적 태도를 필요로 하고 소위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 또, 시국이 뒤숭숭한 의료계 환경은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한의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 한의사의 마음도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4권 4호에 발표한 논문은 이에 대한 필자의 케이스시리즈이다.

Kwon CY. Mindfulness Meditation Combined with Digital Health for Medical Personnel at a Korean Medicine Hospital in South Korea: A Case Series. J of Oriental Neuropsychiatry. 2023;34(4):463-471.)

 

이 케이스시리즈는 한의 의료기관 근무 의료진을 대상으로 특별히 구성된 마음챙김(mindfulness) 프로그램 5세션이 사용되었고, 한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3명, 한의사 4명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2개월 동안 격주로 시행되었고, 통상적인 의료진의 근무 일정을 감안하여 오후 8-10시에 Zoom을 통해서 온라인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면, 기존의 MBSR과 같은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비해 자애명상 요소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면서 자기돌봄도 필요한 의료진의 직무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또, 보통 마음챙김 프로그램의 경우, 세션과 세션 사이에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숙제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필자의 연구과제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스스로 주어진 명상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참여 전후의 결과를 소개하면 위와 같다. 특히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지표를 빨간 네모로 표시했다. 감정노동에서는 표면행위(surface acting)와 심층행위(deep acting)를, 번아웃에서는 직무(work)와 관련된 번아웃을, 그리고 화병 척도에서는 화병 증상을 중요한 지표로 보았다.

결과를 보면, 표면행위는 감소하고, 심층행위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표면행위와 심층행위를 쉽게 설명하면, 표면행위는 ‘실제로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 그런 척 행동해야 하는 것’을 말하며, 당연히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노동이다. 반면, 심층행위는 ‘실제로 그렇게 느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말하며, 이 심층행위는 오히려 정신건강과 직무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다. 이 외에, 직무와 관련된 번아웃도 화병 척도도 꽤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의사들에서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개선을 보인 반면, 간호사들에서는 개선이 관찰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두 집단 간의 연령(한의사: 20대 3명, 30대 1명 vs. 간호사: 50대 3명)과 성별 구성(한의사: 남2여2 vs. 간호사 여3) 차이, 직무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사용과 관련된 디지털 리터러시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또, 개별 면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존에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더 고통스러웠다는 간호사 참가자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명상 프로그램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경험으로, 이 고통이 정신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개별 증상 개선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두 집단 모두 이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10점 NRS 척도)에 한의사 8.25점, 간호사 9점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2년 동안 진행해오고 있고, 정신건강 개선에서 유사한 결과를 얻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확장시키고 반복적으로 그 효과를 확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챙김 훈련이나 자애명상이 한의사의 감정노동, 번아웃, 화병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이러한 방법들은 다른 직군이나 일반인, 환자에서도 정신건강 개선 효과가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이 올해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유용한 자가관리 방법으로 이를 사용하시길 기대하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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