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9> - 『經驗秘方集大成』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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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9> - 『經驗秘方集大成』⓵
  • 승인 2024.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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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근현대 한의명가 實名經驗方

  현대 한의학으로 이르는 道程에서 한의학자나 강단교수들의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임상한의들이 기울인 노력 또한 기릴 만하다. 특히 50~60년대 한의학술계는 사학의 연구여건이 열악하였기에 명망 높은 임상명의들의 실전 임상에서 우러나온 경험처방 공개와 학술 집담회에 크게 의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 한의학으로 이르는 道程에서 한의학자나 강단교수들의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임상한의들이 기울인 노력 또한 기릴 만하다. 특히 50~60년대 한의학술계는 사학의 연구여건이 열악하였기에 명망 높은 임상명의들의 실전 임상에서 우러나온 경험처방 공개와 학술 집담회에 크게 의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 동양의과대학을 비롯해 각종 학술단체와 출판사에서 앞을 다투어 경향 각지 노련한 명의들의 경험방과 특수치료법을 수집해 책으로 출판하거나 학술모임을 통해 공개 발표하는 것이 광범위하게 유행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오늘 대상 자료로 삼은 『(경험비방)집대성』을 손꼽을 수 있다.  1964년 雲坡 尹完重이 자신이 경영하던 출판사 신일문화사를 통해 펴낸 책으로 7월에 초판을 내고 그해 10월 다시 재판을 찍었으므로 당시 한의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양장으로 제책하였고 국한문 혼용한 세로쓰기로 조판한 것이 눈에 띄지만, 형태상 가장 큰 특색은 임상현장 조제실에서 곧바로 사용하기 좋게 화제식으로 처방을 기재하여 수록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본문에 앞서 병증별 목차를 제시해 놓았지만 특정한 체제를 구비해 편집했다기보다는 그저 일련의 처방을 병증별로 구분해 둔 색인에 가까울 뿐이라고 여겨진다. 주목할 점은 본문 구성에 있어서 각 처방별로 맨 앞쪽에 한의원명과 소재 지역, 그리고 제공자 성명을 선두에 제시하였다. 이는 아마도 한의계에 지적자산을 공여한 제공자의 충심과 學德을 존중한 편집진의 원칙으로 보인다.   각 경험방은 다음과 같은 차서에 따라 수록하였다. 주치, 처방(처방명), 구성약물과 수치(상하 배열), 약재별 각 분량, 주(作貼, 탕전방식, 복용회수 및 복약법) 등의 순서로 기재되어 있다. 특별히, 약재 분량은 전통적인 근량법에 따른 돈푼수와 함께 괄호 안에 그램 단위를 병기하고 있어, 정부의 미터법 통일정책에 발맞추어 현대적인 계량법으로 지향해 나가는 과도기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또 권미에 별도로 그램법 환산표를 부록으로 첨부함으로써 당시 한의약 현대화 혹은 표준화를 갈망했던 시대적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또 이와 함께 한양병명대조표를 게시하였는데, 이러한 병명대조표는 일제강점기 의생제도를 실시한 이래 內鮮病名對照表로부터 시작해 동서병명대조표, 한양방병명대조표 등 동서양의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 이어져온 공통관심영역으로 보인다.  이쯤해서 편저자인 윤완중의 머리말을 통해 직접 이 경험방집을 출판하게 된 배경과 그 동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吾人의 생활양식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의식주의 방식이 隨日變遷되여 그 재료, 섭취이용 그것이 선생들 遺籍시대와는 全然달러진 금일인지라 유적 그대로의 施藥으로서 만족한 功果를 기대함은 愚에 極한 바 있음을 성찰한 선배제현은 각자의 蘊蓄을 기우려 屢用屢驗의 實을 擧하고 있음은 널리 周知되고 있는 바 ……(하략)”  표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머리말에 담긴 요지는 대략 이런 뜻이다. 역대 고금명의들이 남긴 명저들에 수록된 처방과 치료법이 생활방식이 크게 달라진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대로 쓰일 수 없게 된지라, 여러 한의계 선배들이 각자 임상실전에서 쌓아온 용약 경험을 중요시하게 되었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첫머리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1950~60년대 전국에서 활약하던 임상대가들의 실명 처방들을 한데 모은 점이라 할 수 있다. 당대 명의들이 평생을 투신해 온 의업에 명예를 걸고 내놓은 명방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 『경험비방집대성』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 『경험비방집대성』 

  그리하여 당시 동양의과대학을 비롯해 각종 학술단체와 출판사에서 앞을 다투어 경향 각지 노련한 명의들의 경험방과 특수치료법을 수집해 책으로 출판하거나 학술모임을 통해 공개 발표하는 것이 광범위하게 유행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오늘 대상 자료로 삼은 『(경험비방)집대성』을 손꼽을 수 있다.

  1964년 雲坡 尹完重이 자신이 경영하던 출판사 신일문화사를 통해 펴낸 책으로 7월에 초판을 내고 그해 10월 다시 재판을 찍었으므로 당시 한의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양장으로 제책하였고 국한문 혼용한 세로쓰기로 조판한 것이 눈에 띄지만, 형태상 가장 큰 특색은 임상현장 조제실에서 곧바로 사용하기 좋게 화제식으로 처방을 기재하여 수록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본문에 앞서 병증별 목차를 제시해 놓았지만 특정한 체제를 구비해 편집했다기보다는 그저 일련의 처방을 병증별로 구분해 둔 색인에 가까울 뿐이라고 여겨진다. 주목할 점은 본문 구성에 있어서 각 처방별로 맨 앞쪽에 한의원명과 소재 지역, 그리고 제공자 성명을 선두에 제시하였다. 이는 아마도 한의계에 지적자산을 공여한 제공자의 충심과 學德을 존중한 편집진의 원칙으로 보인다.

  각 경험방은 다음과 같은 차서에 따라 수록하였다. 주치, 처방(처방명), 구성약물과 수치(상하 배열), 약재별 각 분량, 주(作貼, 탕전방식, 복용회수 및 복약법) 등의 순서로 기재되어 있다. 특별히, 약재 분량은 전통적인 근량법에 따른 돈푼수와 함께 괄호 안에 그램 단위를 병기하고 있어, 정부의 미터법 통일정책에 발맞추어 현대적인 계량법으로 지향해 나가는 과도기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또 권미에 별도로 그램법 환산표를 부록으로 첨부함으로써 당시 한의약 현대화 혹은 표준화를 갈망했던 시대적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또 이와 함께 한양병명대조표를 게시하였는데, 이러한 병명대조표는 일제강점기 의생제도를 실시한 이래 內鮮病名對照表로부터 시작해 동서병명대조표, 한양방병명대조표 등 동서양의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 이어져온 공통관심영역으로 보인다.

  이쯤해서 편저자인 윤완중의 머리말을 통해 직접 이 경험방집을 출판하게 된 배경과 그 동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吾人의 생활양식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의식주의 방식이 隨日變遷되여 그 재료, 섭취이용 그것이 선생들 遺籍시대와는 全然달러진 금일인지라 유적 그대로의 施藥으로서 만족한 功果를 기대함은 愚에 極한 바 있음을 성찰한 선배제현은 각자의 蘊蓄을 기우려 屢用屢驗의 實을 擧하고 있음은 널리 周知되고 있는 바 ……(하략)”

  표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머리말에 담긴 요지는 대략 이런 뜻이다. 역대 고금명의들이 남긴 명저들에 수록된 처방과 치료법이 생활방식이 크게 달라진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대로 쓰일 수 없게 된지라, 여러 한의계 선배들이 각자 임상실전에서 쌓아온 용약 경험을 중요시하게 되었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첫머리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1950~60년대 전국에서 활약하던 임상대가들의 실명 처방들을 한데 모은 점이라 할 수 있다. 당대 명의들이 평생을 투신해 온 의업에 명예를 걸고 내놓은 명방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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