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35) 나에게 해로운 것을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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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135) 나에게 해로운 것을 하지마세요
  • 승인 2023.12.2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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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doodis@hanmail.net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김영호​​​​​​​한의사
김영호
한의사

유명 연예인 부부의 방송에서 아버지와 연예인 아들간의 대화를 본적이 있다. 대기업 임원을 역임하셨다는 부친은 아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아들~! 며느리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싫어하는 걸 안하는 거야!” 이 장면에서 여성 출연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말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조언이라며 크게 공감했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좋은 일을 백 번 해주는 것보다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 하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듯 나 자신에게도 그렇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와는 조금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학교나 회사, 특히 군대와 스포츠 팀에서 상급자나 선배는 아랫사람을 여러 번 괴롭혀도 뒤풀이에서 잘 풀어주고 달래면 리더십 있는 괜찮은 리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 너를 위해 그랬던 거니까 이해하지?” “우리 팀, 우리 조직을 위한 거였지 개인적 감정은 없었다는 거 알지?” 이런 위로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면이다.

 

남녀 관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많다. TV나 영화, 우리가 살아온 주변에서 변함없이 진심인 사람은 이성적 매력이 없다는 핑계로 이별 당하는 장면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신드롬까지 있었다.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해서일까?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다이내믹한 것들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그런 경향을 보인다. 술도 끝까지 마시고, 일도 자신의 한계까지 해본 후에 제대로 쉬어주는 삶이 멋있다는 선입견이 있다. 술을 밤새도록 마시고 숙취해소 약을 먹거나, 몸을 극한까지 혹사시킨 후에 보약을 먹는 셈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이렇게 사후 약방문보다 차라리 과로와 과음을 하지 않는 편이 낫듯, 나 자신을 위해서도 열(熱)과 한(寒)을 왕래하는 것보다 몸에 해로운 한기(寒氣)를 피하는 편이 낫다.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잔뜩 해놓고 감동적인 위로를 전하는 것 보다 평소에 사소한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낫다. 대기업 조직을 오랫동안 경험한 노신사께서는 아들 부부에게도 이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안타깝게도 현재 해당 연예인은 아버지의 충고를 제대로 따르지 못한 듯하다)

나와 나 사이의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가득하다. 행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하고, 자신을 위한 여행과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고, 사고 싶었던 것을 손에 넣고 난 후에는 어떤가? 다시 그 전과 똑같은 일상이다. 몸과 마음이 제로베이스에서 가볍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다시 여행을 그리워하고 또 다른 탈출구를 찾게 된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가는 노력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하지 않는 거다.

‘지금의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어차피 나는 더 노력해봤자 안 될 거야.’ ‘불쾌하다는 걸 지금 내색하면 관계가 나빠질 테니, 내가 잠시만 참자.’ 와 같은 내 안의 해로운 목소리 뿐 아니라 자신의 외모를 유독 초라하게 생각하는 사람,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가득한 사람, 부정적 결과를 습관적으로 상상하는 사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조가 가득한 사람 등 해로운 생각으로 자신을 해치는 사람들은 꽤 많다. 경중(輕重)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자기에게 해로운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생각의 습관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다.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해로운 것들부터 알아차리고,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나에게 해로운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좋아질 수 있다. 해로운 것을 그대로 두면서 좋은 것으로 보상하려하지 말고, 차라리 해로운 걸 하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 하다보면 모든 것은 저절로 좋아지게 마련이다. 자신을 나쁜 방향으로 인도하는 인생의 자율주행은 없다. 만약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가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아름다운 인테리어의 시작은 청소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평생 살아오며 나에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해로운 것들을 정리해보자. 해로운 것들이 정리된 그곳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의욕, 편안함, 행복감, 충만감이 자리 잡게 된다. 만약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무언가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행복이 들어올 여유 공간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2024년 새해에는 <나에게 해로운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나 자신에게 해로운 것들을 정리하고 비워 내다보면 분명 2023년보다 나은 2024년이 되리라 믿는다.

김영호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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