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俗談과 體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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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俗談과 體質
  • 승인 2023.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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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88

 

지난 128일에 어떤 선배가 한의대 동기를 통해서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1997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고 전화 통화나 문자를 나눈 적은 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는 분이다. 동기도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못해서 무슨 이유일까 혼자 궁리하다가 친한 후배에게 알렸더니, ‘내자불선 선자불래(來者不善 善者不來)’1)라고 톡을 보냈다.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은 좋은 뜻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고, 좋은 뜻을 가진 사람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후배의 직감대로 그 선배의 의도는 아름답지 않았다.2)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늘 다짐하지만 지난 2주간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내 속에 가라앉았던 헛된 욕심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촌항목에서 보면,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설되어 있다. 그러니 이 속담의 키워드는 질투3)와 시기4)이다.

사촌(四寸)은 그 부모가 친형제자매 사이니 사촌이라면 아주 가까운 친척이다. 삼촌이거나 할아버지가 아니라 사촌인 것은 배가 아픈 당사자와 같은 항렬(行列)로 연배가 비슷하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서로 비슷한 조건일 가능성이 있는 가까운 친척이다. 그런데 그가 나는 못 가진 땅을 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가 아파서 견디지를 못 하겠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 축하를 해 주어야지 왜 그러는 것일까. 그래서 사람들은 이 속담을 파고 들었다.

한반도유일설(韓半島唯一說)이다. 이런 의미를 가진 속담은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고 한민족에게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민족은 본디 서로 질투하고 헐뜯기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것인데, 이런 시기심을 유별난 교육열과 경쟁심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에 기여한 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 다음은 인분공여설(人糞供與說)이다. 이 속담은 질투나 시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죽는 건 객지에서 죽어도 볼일은 집에 와서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의 똥은 중요한 쓰임이 있었다. 즉 옛날에 최고의 비료는 바로 인분이었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무언가 축하를 해 주어야 하는데 내 삶이 그리 풍요롭지 못하다. 사촌이 산 땅에 거름으로 쓰라고 똥이라도 보태주어야겠다. 그러니 똥이 나오려면 배가 아파져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는 일제왜곡설(日帝歪曲說)이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왜곡이란 분석에서는 일제가 단골손님이다. 인분공여설에서 나왔던 해석이 원래 이 속담이 가졌던 아름다운 의미인데, 일제가 우리 민족을 이간질하려고 나쁜 뜻으로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사실 이 속담은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누군가 인터넷에 떠도는 왜곡설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에 정식으로 질문을 했다.5) 국립국어원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한국의 속담 대사전(정종진), 우리말 속담 사전(조평환/이종호), 속담 풀이 사전(한국고전신서편찬회), 우리말 속담 큰사전(송재선) 등과 같은 속담 사전에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상의 정보는 찾을 수가 없어서, 질문한 의미 변화에 대한 근거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왜곡되었다고 볼 근거로 삼을 문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질투와 시기에 대해서 역사 속에 유명한 사람들이 남긴 명언들을 보자.

나는 내 실망은 견딜 수 있어도 남의 희망은 참을 수 없다.” W. 윌시

시기심은 살아 있는 자에게서 자라다 죽을 때 멈춘다.”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

질투는 사람의 감정 중 가장 오래 간다. 질투는 휴일이 없다. 질투는 가장 사악하고 비열한 감정이다. 이 감정은 악마의 속성이다.” 베이컨(Francis Bacon)

훌륭한 사람을 보고 비난하는 것은 도덕적 견지에서가 아닌 분명 질투심에서 그러는 것이다.” 월터 서배지 랜더(Walter Savage Landor)

질투심만큼 사람의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 박혀있는 감정도 없다.” 리차드 브린슬리 셰리던(Richard Brinsley Butler Sheridan)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허영심이 강하고, 타인의 성공을 질투하기 쉬우며, 자신의 이익 추구에 대해서는 무한정한 탐욕을 지닌 자다.”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여기까지 오면 한반도유일설은 근거가 좀 희박해진다.

 

소음지인

동무 이제마 공의 사상인론에서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 사상인(四象人)의 명칭은 영추(靈樞)》 「통천(通天)에 있는 오태인(五態人)에서 나왔다. 오태인은 태음지인(太陰之人) 소음지인(少陰之人) 태양지인(太陽之人) 소양지인(少陽之人)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이다.6) 동무 공은 여기에서 음양화평지인을 덜어내고 각각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으로 한 것이다. 통천에 있는 태음지인, 소음지인, 태양지인, 소양지인의 특징에 대한 설명은, 마치 2천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간 것처럼 아주 생동감 있고 실제적이다. 이 중에 소음지인 부분이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눈길을 끈다.

소음의 사람은 탐욕은 적은데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망하는 것을 보면 항상 무엇을 얻은 것처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해코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이에 오히려 성질을 내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인정이 없다.”

 

날 것

야생마는 길들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이 타고 부릴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람을 가르치는 가정이나 사회의 교육도, ‘날 것인 사람을 사회에 어울리도록 길들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통천에 묘사된 사람들을 보면 훈육(訓育)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람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니 더 생생하다. 자신이 태어나면서 받은 품성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

 

돌다리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사람은 수양체질이다. 아주 오래전에,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돌다리 앞에서 실제로 그런 행동을 했던 수양체질 한 사람에게서 이 속담은 유래했을 것이다. 생생한 현장의 상황이 속담을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이에 오히려 성질을 내고 질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소음지인(少陰之人)이고 사상인으로는 소음인(少陰人)이다. 소음인은 8체질에서 수양체질(水陽體質)과 수음체질(水陰體質)로 나뉜다. 두 체질을 구분하는 요소 중에 하나로 너그러움()이 있다. 두 체질을 비교한다면 수음체질이 상대적으로 너그러울 수 있으니, ‘사촌의 땅 소식에 배가 아파지는 사람은 수양체질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이간

체질적 성향이란 그 사람의 바탕에 있다. 수양체질에게는 이간(離間)하려는 욕망이 있다. 성질이 급하지 않다면 토양체질이 아니고, 엉뚱한 생각을 품지 않는다면 금양체질일 수 없다. 수양체질이 가진 이간의 욕망은 질투와 의심과 불안의 표출인 듯하다.

동무 공이 남긴 원고 중 하나인 사상초본권2권 제4통에, 중국의 역사 속에서 유명한 인물 30인을 예로 들어서 사상인으로 분류한 것이 있다. 삼국지의 여러 영웅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제갈량(諸葛亮)일 것이다. 동무 공은 제갈량을 소음인(少陰人)으로 보았다. 제갈량은 세밀하고 철저하며 직관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간계(離間計)란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헐뜯어서 관계가 멀어지도록 만드는 계책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를 힘들게 공격하는 것보다 말을 통해서 손쉽게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약한 쪽에서 강한 적을 분열시키고 자기들끼리 싸우게 하여 자멸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책략이다.

제갈량은 뛰어난 전략가인데 이간계도 잘 썼다. 자기 속에 본디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잘 발휘되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북벌을 강행하면서 위나라 장군인 강유와 부딪친다. 강유의 전략 전술이 뛰어났으므로 이간계를 쓰기로 한다. 위나라 장수인 강유가 촉나라에 야심을 가지고 투항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다. 강유는 위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다가 결국은 제갈량에게 항복한다. 삼국지의 클라이맥스인 적벽대전도 제갈량의 이간계와 황개(黃蓋)의 지략이 연합하여 강대한 조조(曹操)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전투이다. 이간계는 인간에게 내재된 욕망과 불안을 자극한다. 욕망이란 결국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탐욕이고 불안이란 가까운 사람에 대한 의심이다. 권력의 상층부에 도달한 사람일수록 더욱 거대한 힘을 원하고, 자신을 보좌해주는 측근에 대한 의심은 오히려 더 깊을 수 있다. 전쟁에서 이간계는 이런 곳에 침투하는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청나라 때 문인 조익(趙翼, 1727~1814)이 저술한 《해여총고(陔餘叢考)》가 출전이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81장에 비슷한 구조의 구절이 있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2) 결과적으로 내게는 불선(不善)했다는 것이다. 가치는 항상 상대적이니 그 선배의 입장에서는 선(善)할 수 있다. 

3) 질투(嫉妬) :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

4) 시기(猜忌) :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

5)  2013년 8월 31일에 오형석 씨가 처음 질문했고, 2022년 7월 6일에 남정희 씨가 내용을 보충하여 다시 질문했다. 

6) 《靈樞》 「通天」 
   太陰之人 貪而不仁 下齊湛湛 好內而惡出 心和而不發 不務於時 動而後之 此太陰之人也
   少陰之人 小貪而賊心 見人有亡 常若有得 好傷好害 見人有榮 乃反慍怒 心疾而無恩 此少陰之人也 
   太陽之人 居處於於 好言大事 無能而虛說 志發乎四野 舉措不顧是非 為事如常自用 事雖敗而常無悔 此太陽之人也
   少陽之人 諟諦好自貴 有小小官 則高自宜 好為外交 而不內附 此少陽之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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