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2> - 『鍼灸別穴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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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2> - 『鍼灸別穴方』
  • 승인 2023.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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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온몸의 경맥은 하나로 이어진다

  이번 주엔 어떤 책을 살펴볼까 잠시 망설이다가 침구서를 소개한지 한참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연재목록을 들춰보았다. 올 신년 초에 사암침법 의안을 소개하느라『(智妙措鍼)經驗方』에 대해 쓰고선 그 후로는 내내 침구분야를 다루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1043회 사암침법으로 치료한 臨症醫案, 2023년1월19일자 ~ 1045회 禍家餘生, 병든 老夫의 資生之道, 2023년2월9일자)

◇ 『침구별혈방』
◇ 『침구별혈방』

  해서 부랴부랴 특별한 침구경험서 하나를 골라보았다. 기실 이 책 ‘침구별혈방’이 담겨져 있는 본 책은 침구뿐만 아니라 약이나 외치법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담겨져 있는 경험방서라 할 수 있다. 서명도 분명치 않은데, 겉에는 『동의보감』표지를 이용해 改衣한 탓에 희미하게 ‘東醫寶鑑’이라 적힌 제첨이 읽히고 이제면에는 袖寶, 輕寶, 要覽등 갖가지 이서명이 보여 하나로 획정하기 어렵다.

  서문 없이, 권두에는 병증문 목록이 게재되어 있으나 뒤쪽의 경험처방을 손쉽게 검색하기 위한 분류목록에 불과하다. 권두에는 十二經抄穴이 맨 먼저 등장하는데, 다음과 같이 옮긴이의 해설이 매달려 있다. “경이란 지름길이다. 경이 곧추선 것은 경락이 인체를 따라 순행하기 때문인데, 야밤에 등불 없이 길을 가는 것처럼 맥락을 알지 못하면 자세히 살펴서 믿음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동의보감』침구편에서는 “12경은 한줄기의 혈맥이니 대략 12가지로 나누어 말한 것일 뿐이다.”라고 정의하였다. 바꿔 말해서 전신에 흐르는 경락은 수태음폐경 중부혈로부터 시작하여 온몸을 순행하고 나서 다시 심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12경락별 기혈다소와 12지 분속, 오장육부 병증, 정영수경합혈, 그리고 이들의 혈성과 혈위, 정혈법, 자입심도, 주치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상세한 내용은 대략 다른 침구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새삼 거듭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의 주요 관심사인 침구별혈방으로 넘어가 보자. 귀곡, 장곡, 어요, 갑근, 내태충, 독음, 족외과첨, 족내과첨, 氣端十穴, 陰獨八穴, 陰陽二穴, 交儀, 漏陰, 勞冲 등 생소한 기혈명이 등장한다. 이밖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風市, 膝眼, 鶴頂 같은 혈명도 보인다.

  또 여성 질환에 자주 응용할 수 있는 子宮, 子戶, 胞門, 氣門 같은 별혈이 기재되어 있다. 한편 直骨, 通關, 대공골, 소공골, 십선, 사봉, 오호혈 등은 모두 급성질환에 응급혈로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밖에도 중괵, 삼백, 중천, 여세, 백로, 주첨, 견주, 장요, 란문, 낭저, 정궁 등 40~50종 별혈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한편 『동의보감』 침구편에서는 별혈에 대해 『銅人經』에 나오지 않고 여타 다른 여러 서적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별혈이라고 부른다고만 하였다. 즉 정경혈 이외에 역대 제가방서에 등장하는 각종 침구혈을 별혈이라고 명명해 한데 수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별혈은 대략 『동의보감』과 대동소이해 보이나 순서도 다르고 기재내용에도 다소 차이가 있어 대조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각조에는 혈위수와 위치, 주요 치료법, 특정 주치 위주로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을 뿐, 정경혈처럼 경락순행에 따른 혈성이나 오행분류, 주치해설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음으로는 玄機病論各部가 이어지는데, 간단하게 오장육부와 경락의 오행속성에 따라 침구치법의 대강을 변려문체로 작성한 것이다. 또 折量法이 수록되었고 본론인 治病要穴이 나온다. 그 첫 머리에 다음과 같은 요지가 적혀있다. “침과 뜸의 경혈치료는 대개 한 가지다. 다만 두면은 모든 양기가 모이는 곳이며, 흉격은 二火가 자리한 부위라서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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