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후한(後漢) 시대의 문화 전반에 걸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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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후한(後漢) 시대의 문화 전반에 걸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책
  • 승인 2023.11.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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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文淵閣欽定四庫全書 백호통의 역주(白虎通義 譯註)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후한 반고 찬, 김만원 역주(後漢 班固 撰, 金萬源 譯註)”라고 표지에 붙어있어야 했다. 물론 김만원 선생이 표점·교감·역주한 공로를 인정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표지로 보아서는 반고가 찬집했다는 말이 전혀 없기에, 원저자인 반고의 노력이 폄훼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속지에 이를 밝혀 놓았고, 서문에도 그 내용을 언급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나, 학자로서의 의식구조를 의심하게 될 만하다. 행여 출판사의 오류가 있어 그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출판사는 책임지고 이를 곧바로 폐기하고 새로 책을 찍어냈어야 했다. 그래야 출판사로서도 권위가 살고 저자로서도 그 노력이 훌륭함을 모두가 인정하게 될 것이다.

김만원 지음, 역락 펴냄
김만원 지음, 역락 펴냄

그것은 그렇다고 쳐도 이 책의 가치는 아주 훌륭하다. 반고가 백호관(白虎觀)에서 당시의 여러 고서를 통해 각종 제도와 정치, 문화,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의문을 가지고 풀어내는 방식은 마치 후한 시대의 다윈이즘(Darwinism)을 보는 것 같다. 불과 160여 년 전의 챨스 다윈(Charles Darwin)과 같은 방식으로 집요하게 사회적 현상을 붙들고 그 의미를 캐내는 방식이 참 비슷해서다. 그런 면에서 고대 후한 때의 사회적 다윈이즘(Social Darwinism)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시대적 차이도 있고 전혀 무관한 분야이기 때문에 얼토당토 않는 사견이지만, 인간의 집요함은 시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끈질김이 많이 요구되고 있어서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이 책을 통해 반고는 다양한 주제를 끄집어내어 설명하고 있음으로 보아 『사기(史記)』·『황제내경(黃帝內經)』·『시경(詩經)』·『서경(書經)』·『역경(易經)』 등뿐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 이전의 거의 모든 책들을 탐독한 것 같다. 특히 저자 김만원 선생은 그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내경(內經)』을 보지 않았다면 도저히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있음을 볼 때,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즉, 우리가 『내경』을 공부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당시의 사회적 의식이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해석에 오류를 범하기 쉬운 점들이 있는데, 이러한 책이 나옴으로써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내경』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공자(孔子)를 받아들이고, 『사기』를 이해 하는데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내경』을 이해 하는데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반고의 의식은 당시에 추연(鄒衍)의 오행(五行)이 상당히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래서 그의 인체관과 사회제도에 있어서는 오행적 규정을 길게 설명하고 있는데, 초기의 오행적 변환을 적용하고 있기에 오늘날 우리가 보는 『내경』에서 보는 오행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게다가 『내경』에서 조차 전통적인 음양(陰陽)을 나중에 출현한 오행에 억지로 맞춰 오늘날 난해한 원전(原典)이 된 점을 고려할 때, 『백호통의』를 세심하고도 유의하게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원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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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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