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오십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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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오십견
  • 승인 2023.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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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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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86

오십견(五十肩)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왔다.

학부 시절이었던 1980년대에, “한방 속어에 사십완 오십견(四十腕 五十肩)이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그때 이것을 전한 교수님은 ‘40세에는 팔뚝병이 잘 생기고, 50세가 되면 어깨병이 잘 온다.’는 뜻이라고 했다. 근래에 이 말이 문득 떠올라, 출전이 궁금해서 진해에 있는 박병희 원장에게 자료를 좀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답장이 왔다. 에도(江戶) 시대 서적인 이언집람(俚言集覽)1)대개 사람의 나이가 50세 남짓이 되면 수완(手腕)에 골절통이 생기는 일이 있는데, 어느 정도 지나면 약을 먹지 않아도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속칭하기를 오십완(五十腕)이나 오십견(五十肩)이라고 한다. 또한 장수병이라고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은 사십완(四十腕)을 다시 검색해서 아래와 같이 알려 주었다.

사십완은 1905년에 발간된 家庭のしるべ에 나온다. 또한 1906년의 이언사전(俚諺辭典)에도 나오는데, 이 책은 세간에 전해지는 속담 같은 말을 모아놓은 사전이다. 아마 1900년대쯤에 세간에서 사용되었던 용어인 것 같다. 이때에는 널리 사용되다가 점차 양방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일본 한방계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로 변한 것 같다. 오십견은 여전히 자주 사용되고 있다.”

출전의 내용에서 오십완이나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오십완이나 오십견으로 발생한 관절의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이 어느 시점에서 뚜렷하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처럼 보이는 질병이 비단 오십견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몸이 늘 변하듯이 질병도 변한다. 나는 오십완 오십견보다는 사십완 오십견이 이 질병의 병기(病期)를 이해하는데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팔뚝()이 먼저고 어깨()는 나중이다.

오십견에서 쉰 살이라는 나이는 고정된 개념은 아니다. 마흔일 수도 있고 예순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삶의 경험이나 건강의 조건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쉰 살이 된 것은 젊은 나이에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동결견

동결견(凍結肩, frozen shoulder)은 말 그대로 어깨가 얼어붙은 듯이 굳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ROM)는 모든 방향에서 제한된다. 등을 긁는 것도 세수를 하는 것도 머리를 빗거나 감는 것도 양산을 드는 것도 힘들게 된다. 어깨가 굳는 초기에는 통증이 극렬하지만 더 굳어질수록 통증은 점차 줄어든다. 이토록 굳어서 온갖 애를 먹이다가 어느 순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깨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결견은 이렇게 되는 어깨병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어깨병은 어떻게 변화해 온 것인가.

 

유착성피막염

정형외과학에서는 동결견이 관절낭의 염증, 관절낭 피막(皮膜)의 유착(癒着)과 비후(肥厚), 유착된 관절낭의 경직(硬直)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2) 그러니 순서는 1) 관절낭의 염증 > 2) 유착성피막염 > 3) 관절낭의 경직 > 4) 동결견이다.

임상에서 이 병이 환자에게서 발견되고 인지되는 때는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가 제한되고 어깨 통증이 심해지는 때인 경우가 많다. 이때가 유착성피막염이 발생한 때이다. 이런 이유로 오십견과 유착성피막염(癒着性皮膜炎) 그리고 동결견은 같은 병을 지칭하는 용어로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병의 시작이 관절낭의 염증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환자가 이 병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단계는 지나쳐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절낭의 염증 시기일 때는 경추추간판탈출증, 흉곽출구증후군, 여타의 견관절 주위의 염증성 질환3), 주관절이나 완관절의 터널 증후군, 테니스 엘보우, 수지관절염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소적인 증상들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들 질환들로 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오십견의 특징

정형외과학에서는 동결견이 다른 관절질환과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먼저, 오십세 전후로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 질병을 단순하게 퇴행성질환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왜냐하면 많이 사용하는 어깨가 아닌 반대쪽에 잘 발생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여성에게서 발생빈도가 높다. 둘째로는, 한쪽 어깨가 나아지면 별다른 이유 없이 반대쪽에 또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특징은 어깨가 굳어져서 오래도록 고생하다가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하게 나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번 발생한 쪽에는 재발하지 않는다.

 

오십견의 시발

질병은 변한다. 사십완은 오십견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마흔살인 어떤 사람에게 팔뚝병이 오고 쉰살인 다른 사람에게 어깨병이 온 것이 아니라, 팔뚝병과 어깨병은 결국 한 사람에게 오는 질병이다. 질병이 변화하며 진행하는 도중에 치료되지 않는다면 사십완이 오십견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동결견으로 된다.

오십견의 시발(始發)은 척추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추하부와 흉추상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추와 흉추에서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되는 구조적 이상(뒤틀림), 2차적으로 쇄골과 견갑골 등 어깨관절을 이루는 구조에 영향을 미쳐서, 마침내 어깨관절염과 유착성피막염이 유발된다고 궁리했다. 또한 돌발적인 사고나 외부적인 충격이나 손상에 의해서 비교적 단기간에 척추나 어깨 관절에 구조적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조건들이 척추와 관절의 염증, 신경의 염증을 발생시키고, 그것이 신경의 전도장애, 근육의 운동성(수축/이완)에 영향을 주며, 혈행(血行) 장애를 일으켜서 질병이 진행되고 고착화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십견의 병기

나는 2018년 후반기에 민족의학신문기고4)를 통해서, 정형외과학에서 동결견을 보는 인식을 바탕으로 오십견의 임상 진행과 체질침 치료 방향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나는 오십견의 병기(病期)를 염증기, 유착기, 경직기 3단계로 나누었다. 그리고 오십견의 치료처방을 제안했었다. 그때로부터 5년이 지났다. 오십견에 대한 치료 경험이 늘었고, 여기에 내가 다시 제시하는 체질침 처방도 진보했다.

 

오십견의 치료

오십견의 치료에 관련되는 경락은 대장경('), 소장경('), 담경(')이다. 그리고 오십견의 증세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경혈로는 대장경의 견우(肩髃), 소장경의 견정(肩貞), 담경의 견정(肩井)이 있다. 세 경락에서 가장 중요한 경락은 대장경이다. 그래서 오십견에 5단방을 운용할 때는 4단에 반드시 대장방()이 와야만 한다. 대장경이 오십견의 주 목표경락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 후에 5단에는 소장방()이나 담방()을 쓴다.

5단방을 쓰지 않고 4단방만으로 운용할 때는 4단에 대장방, 소장방, 담방을 모두 쓸 수 있다. 유착이 생긴 관절의 반대쪽에 먼저 KFPset이 들어간 처방을 45)로 쓰고, 그 반대쪽에 DZPset이 들어간 처방을 56)로 쓰는 것이 통상적인 치료 처방이다. 목음체질 처방을 예시하면 [qq'qq + oo'ooo] 이렇다. 혹은 [qq'qq + oo'ooo] 이렇게 할 수도 있다. 목음체질이라면 환자의 통증 양상을 살펴서 대장방과, 소장방, 담방을 적절하게 조합할 수 있다. 목음체질의 처방을 참고하여, 각 체질별로 단계에 따라 운용할 수 있는 처방을 하나씩 예시해 본다.

 

구분

Pul./Hep.

Col./Cho.

Pan./Ren.

Gas./Ves.

염증기

oo"ooo

+ qq"qq

oo'ooo

+ qq'qq

oo'ooo

+ qq'qq

oo"ooo

+ qq"qq

유착기

qq"qq +

oo"ooo

qq'qq + oo'ooo

qq'qq +

oo'ooo

qq"qq +

oo"ooo

경직기

oo"oo

+ qq"qq

oo'ooo

+ qq'qq

oo'ooo

+ qq'qq

oo"ooo

+ qq"qq

체질별 오십견 처방 예시

표에서 먼저 나온(윗줄) 처방이 주방(主方)이고 아래의 처방이 부방(附方)이다. 주방은 오십견이 발생한 어깨의 반대쪽에 먼저 시술한다. 그런 후에 부방을 주방을 시술한 반대쪽에 시술한다. 오십견 처방은 반드시 양쪽에 겸방(兼方)이 필요하다.

유착기 주방은 KFPset4단에 대장방()을 쓴 것이다. 이 처방은 4단에 소장방()이나 담방()보다는 대장방으로 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5단방은 그리 필요하지 않고 4단방으로 충분하다. 침의 효력을 단기간에 증대시키기 위해서 2배방으로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직기에서 외회전 각도가 30도 미만이면 경직이 상당히 심한 상태이다. 주방은 DVPset이 필요하고 경직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서 3배방으로 시술하는 것이 좋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오오타젠사이(太田全齋)가 저술한 것으로 26권으로 이루어진 국어사전이다. 에도시대 중기(1797년 이후)에 나왔다. 

2)  EBS 명의, 오십견과 손목터널증후군 (296회) 2013. 2. 22. 
   KBS 생로병사의 비밀, 어깨 통증 (655회) 2018. 7. 18.

3) 국소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이런 질병들이 있다. 극상근건염(극상근건석회화), 견봉하활액낭염, 회전근개건염, 회전근개파열, 극상근염, 삼각근하점액낭염, 상완이두근건염 등이다.

4) 견비통의 체질침 자료, 『민족의학신문』 〈1162호〉 2018. 10. 25.
   견비통의 체질침 처방, 『민족의학신문』 〈1164호〉 2018. 11. 8.
   오십견의 체질침 치료, 『민족의학신문』 〈1166호〉 2018. 11. 22.
   오십견의 단계별 감별, 『민족의학신문』 〈1168호〉 2018. 12. 13.

5) 유착성피막염은 부계(腑系)의 병이라는 의미이다.

6)  관절염증방 계통 처방은 당연히 5수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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