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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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5-1)
  • 승인 2023.11.0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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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보중익기탕 활용의 실제 (전편)-

 

1. 보중익기탕은 어떤 처방?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황기, 인삼, 백출, 당귀, 진피, 감초, 시호, 승마, 생강, 대조로 구성된 처방으로 1247년 출간된 중국 원대(元代) 이동원(李東垣, 1180~1251)의 『내외상변혹론(內外傷辨惑論)』에 처음 등장했다. 극심한 영양불량, 체력결핍, 비위생적 환경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렸거나 소모성 상태에 놓여 열이 날 때, 기존의 발한이나 사하시키는 방식 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아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함에 착안하여 등장했다. 당시 이 치료법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는데, 창방자인 이동원은 그 창방 취지를 “감온제(甘溫劑)로 그 속을 보하고, 양(陽)을 올리며, 감한 (甘寒)으로 화(火)를 사해야 비로소 나을 수 있다…”, “경(經)에서 이르길, 노자온지 (勞者溫之), 손자익지 (損者益之)”라 설명했으며, 비위의 내상에 의한 대열(大熱)에는 온제(溫劑)가 좋은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보중익기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보중익기탕은『내외상변혹론』에 등장한 이래 약 750여년의 시간 동안 줄곧 빈용 한약처방으로 다양한 방면에 걸쳐 활용되어 왔고, 현재는 체력저하, 식욕부진, 전신권태감을 주요 증후로 하는 다양한 질환과 상황에 응용되고 있다.

『한방 123처방 임상해설(후쿠토미 토시아키 저, 야마가타 유지 편, 권승원 역, 청홍 2021)』에 따르면, 이 처방의 적용병태는 다음과 같다.

 

① 전신 체력저하

② 면역기능 저하에 따른 감염증 예방

③ 만성질환, 만성염증의 만성화요인에 기허(氣虛)가 있는 것으로 추정될 경우

④ 골격근, 관강장기의 평활근, 괄약근 긴장저하(이완성)

⑤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의 부작용 예방

 

요약하자면, 전신의 체력저하로 인해 발생한 신체 각 기관의 기능저하로 인해 발생한 각종 감염증 및 감염 전 단계, 평활근 및 괄약근 긴장저하, 소화기 및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 병태에 적합한 처방이다.

 

2. 근거기반 뇌졸중 환자에 대한 보중익기탕의 적응증

뇌졸중 환자 진료 시 보중익기탕은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 가장 주목할만한 적응증은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us, VRE),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 같은 항생제 내성균 집락상태이다. 그동안 다양한 증례보고를 통해 뇌신경질환 환자의 VRE 또는 MRSA 집락/감염 상태가 보중익기탕 복용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음이 알려져 왔는데, 2021년 일본의 한 후향적 관찰연구 결과를 통해 그 효과가 한층 더 높은 수준의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한 의료기관에서 2018~2019년 사이 VRE 집락상태에 놓여있던 입원환자 122명의 임상경과를 관찰한 결과, VRE 집락의 음전(negative conversion)에 보중익기탕 복용이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보중익기탕 복용 시 VRE 음전까지의 기간이 유의하게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중익기탕의 효과는 항생제 내성균 집락상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뇌졸중 환자의 각종 염증성 합병증 예방을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50세 이상의 편마비를 보이는 뇌졸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보중익기탕 적용군과 비적용군의 염증성 합병증 발생여부를 총 24주간 평가했다. 그 결과, 보중익기탕 적용군의 합병증 발생률은 9.1%, 비적용군의 발생률은 41.2%로 보중익기탕 적용군의 합병증 발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결과를 보였다(p=0.049).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반영되어 일본의 “호흡기질환치료용의약품의 적정사용을 목적으로 한 가이드라인”과 “고령자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에서는 전신권태, 무증후성 MRSA 뇨증, 균상식육종(Myocosis Fungoides) 같은 만성 및 재발성 염증성질환 환자에서 영양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때, 보중익기탕을 활용하면 보익(補益)을 통해 소화흡수기능을 높여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기전으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는 보중익기탕을 뇌졸중 환자의 감염성 합병증 발생 예방에 활용할 수 있겠다.

감염성 합병증 발생 예방 뿐 아니라 감염증 발생 시, 특히 면역력 저하가 동반된 상태의 난치성 감염증 치료에도 보중익기탕을 활용할 수 있다. 욕창 궤양(decubitus ulcer)에 보중익기탕을 적용할 시 그 회복이 촉진됨을 보고한 증례가 존재하며, 창상 유합에도 보중익기탕이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결과도 존재한다. 보중익기탕은 항생제(항균제)에 대한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은 감염증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대표 사례가 폐 미코박테륨 아비움 복합체(Mycobacterium avium complex) 감염증, 곧 폐MAC증이다. 폐MAC증은 폐비결핵성 항상균증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중장년 여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감염증이다. 대개 항생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폐MAC증 환자 18명을 보중익기탕 적용군과 비적용군으로 나누어 24주간 치료하고, 흉부 X-ray 영상을 통해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보중익기탕 적용군에서는 증상의 개선, 유지 증례가 다수였던 것에 반해 비적용군에서는 악화증례가 다수로 나타났다. 곧, 보중익기탕은 기존의 발한, 사하법이 듣지 않는 발열에 맞춰 설계된 창방의도에 맞게 기존의 항생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감염증에 응용될 수 있는 것이다. 장기간 재활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뇌졸중 환자 중 반복적인 감염증이 발생하며 다제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종종 있는데, 이런 환자에게 적합한 처방이 바로 보중익기탕일 것이다.

다음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환자에게도 응용이 가능하다. 흡연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이며, COPD의 가장 큰 위험인자이기도 하므로 뇌졸중 환자 중 COPD가 합병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보중익기탕은 바로 이러한 COPD 환자의 전신성 염증지표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안정기에 놓인 COPD 환자 71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보중익기탕 적용군과 비적용군으로 나누어 경과관찰을 실시한 결과, 보중익기탕 적용군에서만 프리알부민(prealbumin)의 유의한 상승이 나타나 영양상태개선이 확인되었으며, 보중익기탕 적용군이 비적용군에 비해 전신 염증지표에 해당하는 hs-CRP와 TNF-α가 유의하게 저하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본의 “호흡기질환치료용의약품의 적정사용을 목적으로 한 가이드라인”과 “고령자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에서는 COPD 환자(특히, 고령자)에서 감기이환횟수 경감, 체중증가효과를 목적으로 보중익기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또한 보중익기탕은 철결핍빈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30명의 철결핍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보중익기탕을 적용한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의 변화를 토대로 판정한 유효율이 9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한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직접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결과를 보면, 보중익기탕이 COPD가 합병된 뇌졸중 환자에서의 감염증 발생 예방과 영양상태개선을 통한 재활치료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뇌졸중 환자의 골다공증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골다공증은 뇌졸중 환자의 운동능력에 제한을 일으키며, 재활 도중 사고 발생 시 골절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보중익기탕은 이러한 골다공증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요양시설에 입소한 고령자 중 기허변증에 해당하는 10명에게 보중익기탕을 투약하고, 골밀도검사를 실시하며 6개월간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6개월간 점진적으로 골밀도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효과는 뇌졸중 환자에서 골밀도 개선을 통해 낙상사고 시 발생 가능한 골절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 외에 보중익기탕은 운동능력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육상선수 10명을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보중익기탕을 적용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있었다. 2주간 보중익기탕을 투약한 결과, 혈중 에너지 대사 특히, 젖산(lactate)의 대사에 유의한 변화가 확인되었다. 이는 보중익기탕이 운동 후 회복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결과로 끊임없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에게 보중익기탕이 보다 효율적인 재활치료를 진행하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보중익기탕은 뇌졸중의 각종 위험인자에 조절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먼저,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인 고혈압 동반 환자의 혈압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혈압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5편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하여 “성인 기허변증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강하를 목적으로 항고혈압제 단독투여보다는 항고혈압제와 보중익기탕 병행투여를 고려해야 한다(권고등급 B/근거수준 Moderate)”고 권고했다. 당뇨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존재한다. 기허변증 당뇨병 환자에게 글리벤클라미드(glibenclamide) 단독 적용과 보중익기탕 병용 시의 혈당조절 상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식후혈당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그 유효율이 보중익기탕 병용군에서 91.1%, 비병용군에서 71.4%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폐색성 수면 무호흡 관련 근거도 발표된 바 있는데, 총 13명의 폐색성 수면 무호흡 환자에게 2개월간 보중익기탕을 투약한 결과, 총 무호흡수와 무호흡지수가 감소되었다. 이러한 보중익기탕의 효과는 뇌졸중의 각종 위험인자의 효율적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 알레르기 비염, 만성가려움과 같이 뇌졸중 환자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에 대해서도 보중익기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주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4-6주에 걸친 보중익기탕의 단독 또는 양약과의 병용복용을 추천했다. 동시에 증상 재발률 개선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보중익기탕과 소청룡탕 합방의 활용(양약과 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발표한 “코알레르기진료가이드라인 -통년성비염과 꽃가루알레르기-2016년판”에서도 알레르기비염에 사용할 수 있는 한약 중 하나로 보중익기탕을 제안했다. 고령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만성가려움과 관련된 근거도 있다. 일본의 “만성 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근거는 미약하지만, 다발성 만성 가려움에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보중익기탕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보중익기탕은 ‘뇌졸중 후 우울증’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우울증의 정신증상 보다는 우울증 환자의 전신권태감, 소화기증상 등과 같은 신체증상에 유효한 것으로 분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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