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자료는 민간에서 자가 편집한 의방서로 주요 의서 내용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여긴 요지만을 간추려 소장용으로 재편한 것이다. 따라서 활자화된 적이 없기에 유일한 사본으로 여겨지며, 작성 당시 의약계의 주요 관심사뿐만 아니라 작성자가 지닌 의약지식의 심도와 독서의 폭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찰이 필요한 흥미로운 대상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서명에서 보이는 神訣이란 우리 의학에서 반드시 숙지해야할 진료지침 같은 필수 지식만을 압축해 모아놓은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본문은 모두 묵서로 작성되어 있지만, 앞뒤 표지는 두터운 마분지를 접어서 사용했고 편철용 실끈으로 묶여져 있다.
표지 이면에 국문과 한문으로 적은 ‘民意尊重, 法規嚴守, 行政强化’라고 大書한 표어가 적혀 있는데, 아마도 어느 관공서에 걸려있던 훈시내용을 적은 표어판을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표지에는 ‘光輝藏書’라고 쓴 장서기가 적혀있으며, 특별히 이제면에 ‘檀紀四二八九年丙申 金光輝回甲紀念書’라는 필서기가 남아있다.
이로보아 이 책자는 1956년에 환갑을 맞이한 김광휘라는 분이 이를 기념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작성시점을 역산하면 작성자는 1897년생임도 미루어 알 수 있다. 또 다른 한 쪽을 보니 ‘奪意千讀, 自有活命’이라고 붙여놓은 讀書箴이 보인다.
위에서 ‘奪意’란 아마도 이런저런 잡념을 버리고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1000독 하라는 의미인 듯하다. 수 없이 암송하는 가운데 저절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비결임을 깨우치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자신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경구인 셈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되면 한번쯤 등장하는 말, ‘讀書百遍意自現’과 통하는 말이다.
본문 첫머리에는 작자나 명사의 서문 대신 허임이 지은 『침구경험방』의 서문을 배치하였다. 아마도 자신의 생각이 이 ‘침구방서’에 죄다 함축되어 있다고 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서문에는 단순히 침구법에 대한 견해를 넘어서 찰병, 진증, 음양허실과 보사치법에 대한 기본개념이 잘 녹여져 있어 의학도에게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명문이자 반드시 숙지해야할 침구대법인 것이다.
서문에 앞서 목차가 구비되어 있는데, ‘索編目錄’이란 다소 특이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아마 여기저기 발췌한 내용을 취합했기에 한군데 모아 검색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전문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은 老少男女異脈, 肥瘦長短異脈으로부터 제맥주병, 팔요맥까지 맥진과 관련된 12편 논설이 들어있다.
이어 2장에는 오색길흉, 명당찰색, 명당오색 등 관형찰색에 관한 3편이 들어 있다. 또 3장에는 음양이증, 오행병상, 水火分治謌 3편이 들어 있어, 음양오행을 구분하여 구사하는 치료대법이 제시되어 있다. 4장에는 용약대체, 용약방, 諸經引導로부터 修製法, 제약법, 煮藥法 등 각종 수치제조법, 그리고 허실보사, 보사묘결, 藥忌助陽瀉까지 각종 보사용약에 관련한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다.
제5장은 침구경혈편으로 腹中行, 각혈명칭, 12경정영수경합 등 경락유주와 공혈위치, 자오유주 관련 내용과 함께 胎兒成貌란 항목을 두어 태아의 발육상태와 보태양육의 대강을 기술하였다. 또한 권미에는 처방편을 따로 묶어두었는데, 이 역시 별도 목록을 두었다. 5장으로 나누어 병증별로 분류해 치료처방을 수록하였다.
처방목록을 보니, 제1장에는 체증, 부종, 해수, 풍증, 창증 등 상습질환, 2장에는 두면이목으로부터 대소변까지 외형질환 처방, 4장은 被傷方, 諸咬傷方, 5장에는 釀酒方, 和劑數葉, 針灸數方, 그리고 痁疫及瘧疾治法과 몇 가지 치료처방을 부가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