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74> - 『察病要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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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74> - 『察病要箴』
  • 승인 2023.09.2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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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자신을 단속하는 경구, 醫家箴言

  조선후기 민간의원들은 의방서를 열람하다가 자신이 경험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요지만을 발췌하여 謄抄한 자가 편집본 몇 권쯤 늘 곁에 두곤 했다. 물론 골자는 역대 의서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때때로 문장 가운데 자신의 견해를 담아 변형하거나 합편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또한 제2의 창작품이 될 수 있는 성격을 지닌다.

◇ 『찰병요잠』
◇ 『찰병요잠』

  전통방식의 線裝으로 제책되어 있는 이 책 표지에는『直指方合察病要箴』이란 이름으로 적혀 있다. 그러니 조선 전기부터 의원양성에 교과서처럼 쓰이던 『直指方』의 주요 내용과 진단의 요점을 시부로 요약해 정리해 놓은 『察病要訣』을 채록해 한군데에 모아 합편했다는 것을 서명만 보아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서문이나 발문, 목차조차 제시되어 있지 않은 채 곧장 본론으로 진입하는데, 五臟所主論으로부터 시작해 五臟病證虛實論, 諸陰諸陽論, 血榮氣衛論, 脈病逆順論, 男女氣血則一論, 問病論에 이르기까지 도합 7종에 달하는 기초의론이 전재되어 있다.

  인용한 의론의 문장을 대조해 보기 위해 『의방유취』를 들춰보니, 제음제양론과 문병론은 권1 총론편에 讀易簡方論과 함께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 또 권6의 오장문에 五臟所主論과 五臟病證虛實論이 전문 그대로 수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대조해 보진 못했으나 나머지 3편의 의론도 원서의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직지방』원문에서 필요한 의론 7편만을 채택해 고스란히 전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권중반 이후로 ‘察病要箴’이라 이름붙인 내용이 등장한다. 문장은 4언 혹은 5언 등 대귀를 맞추어 과부체로 작성되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찰병요결』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며 거의 흡사하다. 아마도 민간에서 흔히 유전되어 오던 『찰병요결』의 본문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면서 약간의 손질이 가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학술적인 측면에서 기존에 『찰병요결』 혹은 『찰병부』등으로 알려진 여러 이종 사본의 원문과 정밀한 대조작업이 필요하다. 나아가 필자는 조선의학에서 ‘찰병요결’의 기원과 활용 및 영향력 등에 관해서 의사학적인 문헌고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 사본이 비록 초사본이지만 전반부 직지방편은 10행20자로 줄 간격을 맞춰 질서정연하게 필사되어 있다. 이에 반해 후반부 찰병요잠편은 2행씩 대귀를 맞추어 기재해 놓았지만 10행, 12행, 14행에 이르기까지 면마다 서로 다르게 전사되어 있어 형식상 틀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사본의 경우, 몇 사람이 분담하여 베끼는 경우나 시일을 달리해 나누어 등초하다보면, 이렇게 형태상 변형이 오는 사례를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찰병요잠편 이후로도 장부온량보사편이 나오는데, 小腸屬火, 肝屬木方東色靑將軍之官旺於春, 膽屬木, 胃屬土 등 오장속성과 관련하여 12장부별로 각종 약재를 온량보사로 구분하여 정리해 놓았으며, 相反藥을 기재해 두었다. 또 百穴歌에는 7언으로 된 경혈가를 수록했는데, 수태음폐경으로부터 임독맥에 이르기까지 전신경맥의 유주와 소속경혈의 위치가 간명하게 시부로 요약되어 있다.

  그 뒤로도 脈辨臟腑, 脈之所主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권미에는 원형의 오장배속도표가 동그랗게 그려져 있다. 작자는 이 작은 책 한권에 오장육부와 그 속성, 12경맥의 유주와 주요 경혈, 진단의 요점과 주요 병증, 장부온량보사의 용약법에 이르기까지 임상진료에 반드시 필요한 요령을 한곳에 모은 다음, 箴言처럼 늘 곁에 두고서 암송하고 숙지하려 했나보다. 날마다 반복함으로써 가슴깊이 새겨 의사의 본분을 지키려 했던 자신을 향한 경구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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