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72> - 『補幼醫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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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72> - 『補幼醫方』②
  • 승인 2023.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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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한방의학소아전과의 축약보급판
  ◇ 『보유의방』

  조선시대 전기 두창, 마진 같은 유행성 전염병을 소아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여겼다. 이에 비해『동의보감』으로부터 시작하여 조선후기『급유방』,『보유신편』,『주촌신방』으로 이어지며, 유소아의 독특한 생리병리 현상이 성인과는 사뭇 다르며, 이에 따라 치법과 치료처방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대한제국 광무연간에 太醫院 典醫를 지냈던 夢菴 崔奎憲이 『小兒醫方』을 펴내면서 소아의 생리병리로부터 각종 소아의 특이질환 영역을 설정함으로써 소아과영역이 전문 분과학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규헌의 의학은 사후 이기영, 이명칠이 유고를 모아 1936년에 처음 간행하였는데, 같은 해 이승천에 의해 『경험비방 소아보감』이라는 제목이 다른 소아의서가 발행됨으로써 소아명의로서의 그의 명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이 책 『보유의방』은 1929년 경성 金璧社에서 펴낸 것으로 저자가 민태윤으로 밝혀져 있다. 민태윤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는 그가 곧『漢方醫學小兒專科』라는 소아과의서를 펴낸 저자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929회 京城街頭 서점마다 비치된 소아전문서, 930회 소아전문과를 주창한 의론서, 931회 저자미상, 醫原擧綱 규명할 단서, 2020.8.27.~9.10일자 참조.)

  그런데 『한방의학소아전과』는 이 책과 마찬가지로 금벽사에서 연활자로 인쇄한 선장본으로 1928년에 발행한 것이다. 따라서 민태윤이 지은 이 책들은 발행시기가 최규헌의 이름으로 나온 앞의 두 책『소아의방』과 『경험비방 소아보감』보다는 한참 먼저 나온 것이다. 물론 이 책들은 최규헌 사후 남겨진 유고와 생전에 애용하던 처방을 후인들이 모아서 펴낸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편집본의 발행시점만을 따져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책 『보유의방』과 『한방의학소아전과』와는 어떤 상관관계에 놓여 있을까? 저자도 같고 동일한 출판사에서 불과 1년 간격을 두고 발행한 의서이기에 내용상 많은 부분 중첩되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서발이 붙여져 있지 않아 저간의 사정을 직접 기술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권미에 본문의 기술이 끝나는 마지막 끝머리에 이 책의 서명이 아닌 ‘小兒專科終’이란 종결 문구가 적혀있다. 이로보아 분명히 이 책은 동저자의 전구작인 『한방의학소아전과』로부터 많은 부분을 채록하여 편집되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권두에 적힌 서제 『補幼醫方』과 다르게 판권부에는 ‘保幼醫方全一冊’이라고 표기하여 같은 책의 앞과 뒤에서 서명이 흔들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저자의 주소지가 충남 홍성군에서 청양군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방에서 활동한 향촌의원인 것으로 보이며, 인물정보가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

  이 책 『보유의방』또한 정규 출판사에서 신활자로 인쇄한 정장본으로 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작은 수진본으로 제작되어서인지 각종 서지목록에서 빠트려져 있어 서명조차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저자나 이 책, 모두 한국의학사 영역에서 미처 다루고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이와 관련한 소아과 영역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시급히 진행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본문에서 처방은 대개 단방이나 민간요법 위주의 간이한 치법을 많이 구사하고 있으며, 전반부에 총론과 병론을 차례대로 열거하고 뒤쪽에 藥方을 한데 모아놓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손안에 쏘옥 들어오는 크기에다가 솜털이 보송한 귀여운 갓난아기를 떠올리게 하는 앙증맞은 모습을 지닌 휴대용 간이의서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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