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워너브라더스 역대급 흥행작이 한국에서 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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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워너브라더스 역대급 흥행작이 한국에서 망한 이유
  • 승인 2023.09.0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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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바비
감독 : 그레타 거윅출연 :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감독 : 그레타 거윅
출연 :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올 여름 개봉한 영화들 중 <엘리멘탈>과 <바비>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흥행성적이 극과극으로 나누어진 작품들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엘리멘탈>는 우리나라에서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 여름 최고 흥행작이 되었지만 미국에서의 반응은 저조했다. 아마 한국계 감독의 작품이다보니 우리나라 관객들과 정서적 코드가 맞았던 것 같다. 반면 2023년 9월 현재 전 세계 수익이 제일 높은 <바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58만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치며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젠더 갈등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바비들과 켄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땅 바비랜드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요직과 전문직까지 모두 바비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바비(마고 로비)는 초기 바비인형의 금발 벽안 외모를 가진 '전형적인 바비'이며, 그 옆에는 남자친구 켄(라이언 고슬링)이 있다. 어느 날, 바비는 예전의 자신이라면 결코 생각하지 않았을 '죽음'이라는 개념을 인지하게 되고, 언제나 하이힐을 신기 위해 까치발이었던 발이 평발이 되어 버리고, 허벅지의 셀룰라이트가 생기는 등 여러 변화를 감지하며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현실세계를 찾아 가게 된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는 바비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영화이다. 전형적인 바비 인형인 바비는 자신이 살고 있는 바비랜드와 완전 딴판인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또한 여성들이 주도하면서 살고 있는 바비랜드에서 거의 무쓸모한 존재로 있던 켄이 현실세계 속에서 남성들의 모습을 본 뒤 바비랜드를 뒤바꿔 놓는 등 <바비>는 여성과 남성의 젠더적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메시지를 담으며, 단순히 외모와 패션에만 관심이 있던 바비가 현실 세계에서 외모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을 추구하는 여성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진짜 바비인형 같은 외모의 마고 로비가 꽤나 잘 표현하고 있고, 라이언 고슬링 또한 코믹한 켄의 역할을 춤과 노래는 물론 몸개그 까지 선보이며 극의 재미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특히 <바비>는 실제 출시되었던 다양한 바비 인형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트들도 그대로 다 재현하면서 어릴 적 바비 인형을 갖고 놀았던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향수를 제공하고 있다. 그로인해 모든 화면은 핑크색으로 도배한 듯 강렬한 색감을 선보이고 있어 간혹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바비인형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잘 돋보이게 하는 미장센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오프닝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패러디한 장면은 바비인형의 시작을 알리기에 딱 맞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등 전반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오히려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 초반부의 기발함이 점차 후반부로 가면서 좀 더 영화적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말로만 설명하고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좀 남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젠더 갈등으로 인해 <바비> 영화가 본질과 다르게 외면당하게 되었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동안 바비 인형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바비와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게 된 켄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묵은 젠더 갈등과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원해 보며,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100년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우뚝 선 <바비>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가족들과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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