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2030년 한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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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2030년 한의의 미래
  • 승인 2023.09.0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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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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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앰비언트

서울에서 사는 77세 김순자 씨는 길을 가던 중 어지러우면서 심장이 답답한 것을 느꼈다. 손목의 워치에 주치의 문자가 도착했다. ‘심장 박동수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내원 부탁드립니다. 예약하시려면 예라고 답문해주세요.’ 김순자 씨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서울시에서 손목닥터9988 사업으로 준 워치가 매번 건강을 챙겨주니 든든하다.

김학용 지음, 책들의 정원 펴냄

예약 일 김순자 씨는 한의원 입구에서 카메라로 안면인식을 하였다. 모니터에 뜬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 후 입장한다. 한의원에 들어서자 바로 진단실로 들어갔다. 진단실에는 공항 검색대에서 볼 수 있는 원통형의 진단기가 있다. 두 손을 머리로 하자 자신을 중심으로 몇 바퀴 돌며 스캔을 시작한다. 앞의 모니터에서 스캔 결과로 나타난 자신의 혈압, 온도 분포, 십이경락, 맥파, 엑스레이 등 여러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만 봐서는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다.

김순자 씨의 대기 순번이 되자 바로 원장실로 들어섰다. 정원장이 반갑게 맞이하였다.

“어제 손목닥터로 놀라셨지요? 그래도 바로 오셔서 다행입니다.”

김순자 씨는 묻는다. “뭔 일이래유?”

진맥한 정원장이 심각하게 말한다.

“심장 부정맥으로 어지럼증과 흉통이 생겼네요. 맥을 보니 심장의 혈이 허해서 생겼네요. 요즘 신경 쓰는 일이 있었나 봐요.”

“요즘 돈 때문에 신경 좀 썼슈”

“치료는 한 달 정도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증상이 바뀌니 꼭 오셔서 검사와 치료를 받으셔요. 오늘은 약도 처방하겠습니다.”

자녀들과 떨어져서 혼자 사는 김순자 씨는 건강이 항상 걱정이다. 그러나 손목닥터 덕분에 이렇게 바로 치료받을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

“매번 고쳐주셔서 감사해유~”

김순자 씨는 치료실로 향한다. 침대에 누우니 밑에서부터 덮개가 올라온다. 기계 안에서 팔과 무릎을 중심으로 전기 뜸과 함께 레이저 침이 시술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은 초음파 치료와 함께 전기 자극 치료, 자기장 치료, 감압 치료, 온열 치료 등을 받고 나니 1시간이 금방 흐른다. 누워있는 동안 천장에서 내려온 모니터에서 정원장의 건강강의를 듣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김순자 씨는 두 번째 치료실로 향했다. 운동치료실이다. 화면 속 연예인을 보며 심장이 튼튼해지는 운동을 따라 한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정원장이 말한 것을 상기하며 열심히 운동했다. 나오면서 약제실에서 한약이 나왔다고 안내가 나왔다. 김순자 씨는 집까지 들고 가기 싫어 드론 택배 버튼을 눌렀다. 결제는 손가락의 지문으로 끝냈다. 예전에 실비보험을 들어놔서 진료비 걱정은 없다. 멀리서 걱정하는 자식들을 위해 몸만 건강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앰비언트』를 읽고 2030년의 한의원을 상상해보았다. 저자는 메타버스 이후에 ‘Ambient’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Ambient’는 ‘주변의’, ‘환경의’라는 뜻이다. 인공지능으로 개개인의 정보를 저장하여 맞춤형 AI.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타기 위해 주차한 것까지 갈 필요 없어지고 미리 집 앞에 출근 시간에 맞추어 차가 대기하고 있다. 갈 곳을 지정하지 않아도 매일 출퇴근하는 곳의 위치가 내비게이션에 표시가 된다. 그리고 목적지만 설정하면 인공위성에서 확인한 차량 흐름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장점은 소외된 자가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과 메타버스로 노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고 외면당했다. 이 시대에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의료계에 도입된다면 환자는 워치를 통해 바로 의료기관을 찾을 것이다. 안면인식이나 손의 지문으로 진료기록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률적인 검사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진단을 할 것이다. 한의원에서는 한의사가 처방만 하면 바로 약장에서 약재가 나와 탕전을 하고 포장까지 되는 기계가 나올 것이다. 모자란 약제는 인공지능 약장에서 자동으로 주문이 된다. 그리고 한약 배달용 드론으로 방금 전탕한 약을 배달할 것이다. 대법원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뇌파계’ 등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뒤늦은 판결이지만 한의사도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Ambient’ 시대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의학계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현대과학기술을 응용하여 한의학을 부흥시켜보자!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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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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