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32] 杜鎬京(경희대 한의대 교수)
상태바
[한의학은 나의 삶32] 杜鎬京(경희대 한의대 교수)
  • 승인 2005.01.14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동양의학은 영혼이 존재하는 인간의학’
一太九顧의 학문자세 견지
양방 내과 컨퍼런스 10년 청강

吾松 杜鎬京 교수(61)의 경희의료원 3층 연구실과 자택의 한 벽면에는 한분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가 마음으로 모시고 있는 스승 운계 김정제 선생의 생전 모습이다. 杜 교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오늘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제자들에게 성실했는가를….

■ 의료는 ‘기술’ 아닌 ‘사랑’

두 교수가 운계 선생을 흠모하는 것은 한의사도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밖에서 7년간 개원을 해 금전적으로는 여유로웠지만 항상 많은 갈등을 겪고 흐트러진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운계 선생을 만나고부터 의료에 대한 깨닫음과 인생관 전체가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의료는 ‘테크닉’이나 ‘기술’이 아닌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비록 인체가 물질에 속하지만 다른 생물과는 달리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몸을 다루는 의학 역시 ‘물질의학’이나 ‘생물의학’이 아니라 ‘영혼이 존재하는 인간의학’을 다루는 자는 성스러운 직업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신장, 내분비 질환에 정통해 한의계에서는 내 놓아라 할 정도인 두 교수지만 환자를 진료할 때 특히, 제자를 가르칠 때는 두렵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내가 잘못 진료를 해 환자가 고통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못된 치료법을 가르쳤을 때 오는 폐해를 생각하면 두려움과 공포심에 몸서리가 처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두 교수는 지금도 두 시간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네 시간 가량 강의할 부분과 관련된 책을 다시 읽고 명상하는 것을 거르지 않고 있다. ‘一太九顧.’ 꿩이 한 알의 콩을 먹을 때도 주위를 아홉 번 돌아본다는 말은 두 교수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의학을 배우고 강의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학문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그의 신념은 결국 제자들에게 깐깐하고 원칙만을 고수하는 선생으로 낙인(?) 찍히게 했다.
그래서 경희대를 졸업한 많은 한의사들은 ‘수업 한 번 빼먹기 어려운 교수’로 그를 기억한다.

■ 새벽 3~4시에 연구실 출근

“전 재주가 아주 없어요. 노래 한 곡 제대로 하는 게 없고, 아는 것이라고는 한의학밖에 없어요. 그러니 이 일에 모든 걸 다 바칠 수밖에요.”
정년퇴임을 4년가량 남겨둔 두 교수가 지난해 말 출간한 ‘동의내경학’<별항 참조>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한의학이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책은 1985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장장 19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책이다. 서론 격인 ‘동양의약은 어떤 학문인가’와 이 책을 합치면 2천5백여쪽이 넘는 방대함도 있지만 두 교수의 한의학에 대한 소명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크다.

환자 진료와 학생강의에 학장·병원장 등 보직도 맡고 있던 그가 책 출판에만 몰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새벽 3~4시면 연구실에 출근하는 것이 통상의 일처럼 되었다. 그리고 남들의 눈치는 무시하고 10년간 경희의료원 양방병원 내과의국 컨퍼런스에 끼어 앉아 청강을 하며 확인에 확인을 거쳐 동의보감의 내경편을 보완한 것이다. 잘못된 진료나 강의는 죄라는 신념이 그를 쉼 없이 학습하고, 연구하도록 만든 것이다.

두 교수는 “동양의약은 어떤 학문인가를 쓰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을 이해해야 했고, 또한 서양의학과의 待對를 통해 동양의학의 가치와 위상을 정확하게 인식해 그 精華는 취하고 糟粕은 버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 변신의 징검다리 역할이 꿈

기초학문을 존중하지 않으면 부평초와 같아 경험의학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기초이론에 대해 중시하는 두 교수는 동양의학은 신의학으로 탈바꿈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舊과학이 아니라, 新과학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자물리학이나 분자생물학 등과 연계된 기타학문이 동양의학에 도입, 융화돼 신의학을 출현시키고 객관성·보편성·재현성·일반성 등을 충족시키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교수는 동양의학이 이렇게 변신하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꿈이다.
부인 채인선(59) 여사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제민 기자


□ 東醫內景學 □

동의내경학은 동양의학 인체관의 특징인 形과 神의 결합체로 그 기능이 待對인 陰陽 表裏 上下 左右 前後 標本 體用 臟象으로 표출 되는 생명현상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 두호경 교수는 “동양의학의 특성이 인간 생명현상의 추구라면 서양의학은 물질현상의 추구”라고 말하고 “서양의학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규명하고 생명활동을 파악해 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인체관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동의내경학은 ‘동양의학은 어떤 학문인가’를 인지하고 동양의학의 생리·병리를 온전하게 인식하기 위해 저술된 책이다.
이 책은 臟象經絡論, 五臟論, 六腑論, 奇恒之府論 등 총 4편(총 1,850쪽)으로 구성돼 있다. 교학사 刊.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