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체질침 2단방 구성표」의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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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체질침 2단방 구성표」의 재평가
  • 승인 2023.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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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80

권도원 선생의 차남인 권우준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사우스 베일로 한의과대학1)을 졸업하고, 198662일에 캘리포니아주 침구면허를 취득한다. 그리고 임상을 시작한다. 그런 후의 어느 날, 아들에게 새로 알려주어야 할 내용이 생긴 권도원 선생은 손수 표를 만든다. 권도원 선생이 이 표를 만든 때는 8체질의 국제명이, 금양체질이라면 Pulmotonia로 변경된 이후이다. 이 표에는 8체질의 명칭이 국제명의 약어(略語)로 기재되어 있다.2) 해당 체질에서 가장 강한 장기로서 지칭하는, ~tonia의 형식으로 된 8체질의 국제명3)이 처음 알려진 것은 빛과 소금을 통해서였다. 19944월에 나온 109Pulmotonia가 등장했고 110에는 여덟 체질의 국제명이 모두 소개되었다. 그런데 빛과 소금』 〈109보다 이 표의 시기가 빠르다. 그러니 새로운 국제명이 성립한 날이 이 표가 작성된 시기를 알려줄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tonia의 형식으로 된 국제명의 성립일에 대한 정보는 밝혀진 것이 아직 없다.

 

체질침 2단방 구성표

내가 이 도표를 얻은 것은 20131129일이다. 권우준 씨가 보관하던 원본을 미국에서 조재의 씨가 복사했고, 조재의 씨가 관여하던 한의원에 근무하던 이OO 원장이 사진으로 찍어서 내게 전해 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표로 옮겨 정리하고 분석한 후에 체질침 2단방 구성표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민족의학신문을 통해서 발표했다.4)

 

 

처음 이 표를 정리했을 때는, 8체질의 국제명, 기본방의 세부내용 변화, 기본방과 부방의 조합 방식 변화, 상중하 치료법의 변화, 수리의 변화, 장염방의 주치에서 폐렴이 빠진 것, 정신방의 운용법, 지혈방의 등장 등이 눈에 띄었다.

아래는 체질침 2단방 구성표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분석이다.

각 체질의 기본방이 병근장기를 조절하는 처방이다. 즉 음체질의 기본방이 부방(腑方)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1973년의 2차 논문때와 같다.

처방구조가 Pul./Hep. Pan./Ren. Col./Cho. Gas./Ves.의 네 쌍이 정반대이다. 이것은 상대되는 체질들은 내장구조가 정반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2차 논문때와는 내장구조가 다르다. 1985년에 이필자의 논문을 통해서 두 번째로 변경된 내장구조가 공식적으로 공개된 이후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살균방의 치료대상이 감기와 장티푸스로 구체화되었다. 감기의 경우에는 부방(副方)a방으로 운용하고, 장티푸스는 부방을 c방으로 운용한다고 적시하였다. 그러니까 살균방을 n방으로 운용하는 방식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살균방의 수리가 4:2, 5:1이었던 2차 논문과 다르다. 장계염증방의 수리는 5:1이고, 나머지 부계염증방, 살균방, 활력방, 정신방의 수리는 4:2이다.

장계염증방과 부계염증방은 부방에서 a/n/c법이 모두 있다. 그런데 활력방과 살균방은 부방에서 a법과 c법이 있고, n법은 없다. 그리고 정신방은 부방(副方)에서 a법만 있다.

어쩌면 위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정보인데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2차 논문때와 비교하여 네 음체질에서 부방(副方) 배치가 다르다. 위에서 음체질의 기본방은 병근장기을 조절하는 부방(腑方)이라고 했다. 2차 논문에서는 부염부방이 병근장기와 길항관계인 장기를 조절하는 부방(腑方)이었다. 목음체질을 예로 든다면 기본방은 대장보방이고 부염부방은 담사방이었다. 이 표에서는 음체질의 부염부방이 부방(腑方)이 아니고 장방(臟方)이다. 목음체질이라면 담사방이 아니라 간사방이 된 것이다. 장염부방이 장방인 심사방이 되고 활력부방이 소장사방이 된 것도 2차 논문과 다르다.

권도원 선생은 변화된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을 때 반드시 기록을 남긴다. 다른 어떤 내용보다 처방을 구성하는 실지 내용은 임상가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표는 체질침 치료 원리에서 장()이 우선인가 부()가 우선인가에 대한 권도원 선생의 고민이 이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자료라고 판단한다.

 

자료의 재평가

그런데 근래에 다른 깨달음이 생겼다. 우리는 평소에 1992년 말에 성립한 체질침 장부방과 신경방의 최종 자료만을 보고 있으므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낸다. 하지만 체질침의 장부방은 여러 차례 변화해 왔다. 권도원 선생이 직접 작성한 체질침 2단방 구성표는 본래도 중요한 자료이지만 체질침의 역사에서, ‘장부혈 특히 기본방이 4혈 체계5)로 공개된 최초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1992년말 장부방 체계

종종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 ‘1992년 말에 완성된 체질침 장부방이 과연 최종본인가.’하는 의문 말이다. 체질침 체계는 1959년쯤에 성립해서 1992년 말에 최종본이 확립되었다. 1959년으로부터 33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권도원 선생이 2022년에 별세했다. 1992년으로부터 30년이다. 변화한 버전이 생길 시간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19925월에 열렸던 기독한의사회 강의에서 기존의 병근 개념을 허무는 획기적인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러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는 않다. 또 권도원 선생이 제선한의원의 진료실에서 금양체질과 목양체질 그리고 토음체질과 수음체질의 신경방을 서로 맞바꾸어 시도한 시기가 있었다. 외부에 알려진 것이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이다.

권도원 선생은 체질침의 창시자이니 체계를 만들고 수정하고 또 있던 것을 어느 순간 갑자기 없앨 수도 있다. 선생은 당연히 그런 권능을 가졌다. 하지만 창시자가 만든 체계라고 해서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창시자가 가졌던 고민의 무게도 가늠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3년의 나는 1992년 말에 완성된 체질침 장부방과 신경방이 최종본이라고 확신한다. 체질침 장부방의 완성 이전에 8체질에서 마주 보는 체질의 내장구조가 정반대로 확정되었다. 두 번째 내장구조 변화의 결과이다. 그리고 장부방을 실지로 구성하는 장부혈의 번호로부터 내장구조를 이루는 장부의 번호까지 이어지는 수리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이런 수리구조와 조합원리를 실현한 것이 기준5단방구성원리6)이다.

 

당부

나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스스로 체질침을 시술한다. 그러면 내가 목적한 바가 달성된다. 체질식을 오래도록 유지했더니 마치 내 몸은 테스트베드(testbed) 같아졌다. 몸이 깨끗해졌다. 좋은 반응도 나쁜 반응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음식에서 특히 그렇고 체질침을 시술한 후의 반응도 그렇다. 혹시라도 체질침 처방을 잘못 선택하면 종종 나쁜 반응이 생긴다. 나는 어떤 약 종류이던 복용하는 약이 없다. 약 먹는 일을 몹시 싫어하기도 한다. 체질침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나는 1997년에 입문한 이래로 오로지 할 줄 아는 것은 8체질 공부와 체질침 뿐이다. 그런데 1992년 체계보다 나은 체질침 버전은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의심하는 일을 거두었다. 그래야 그 믿음을 바탕으로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고 또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체질침의 체계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원리는 계통성이다. 계통성이란 각 체질의 내장구조에서 병근(病根)을 기준으로 하여 동일한 위치에서 도출되었고 동일한 조합의 처방들이 각각의 체질에서 동일한 계통의 질병 영역에 동일한 치료효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고단방의 영역에서는 기존의 병근이라는 개념이 희석된다. 그리고 기준5단방을 기본으로 다른 원리의 계통성이 있는 것 같다. 체질침에 계통성이 존재한다면 체질침 장부방을 기반으로 한 체질침 처방은 목음체질인 이강재에게만 유효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일곱 체질의 사람들에게도 유효해야 한다. 이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체질침을 잡고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나는 이렇게 선언한다. 8체질을 위한 더 나은 장부방 체계와 신경방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시간 낭비 헛수고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상의학계에 계신 분들에게도 한 마디 해야만 하겠다. 이미 체질의학을 위한 체질침이 1959년에 성립했고 지금까지 충분히 발전되어 왔다. 사상의학과 사암침법을 결합해서 새로운 사상침법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이젠 좀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 보기 참 딱하고 어떨 때는 한심하기까지 하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South Baylo University 
   1126 N Brookhurst St, Anaheim, CA

2) 8체질 국제명의 약어
   Pul. / Hep. / Col. / Cho. / Pan. / Ren. / Gas. / Ves. 

3) 목양체질의 국제명인 Hepatonia는 간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Pulmotonia인 금양체질은 폐가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4) 허공을 향해 검 휘두르기, 『민족의학신문』 〈1184호〉 2019. 4. 11.
   이강재,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 행림서원 2019. 10. 20. p.146~151

5) 1973년의 「2차 논문」에서는 기본방이 특정한 형식으로 고정되지 않았고 반복법도 있었다. 송혈이 생략된 경우도 있었다. 

6) 이강재,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 행림서원 2019. 10. 20. p.27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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