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70> - 『朝鮮家庭醫學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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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70> - 『朝鮮家庭醫學全書』
  • 승인 2023.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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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식민지 조선인의 생존과 건강

  일제강점기인 1939년 조선일보사에서 펴낸 가정의학백과전서이다. 의학박사 이갑수가 교열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신경생리의 대요, 소화이야기, 혈족결혼과 유전, 醉의 생리, 태교와 태아위생 등 생리위생편과 기타 잡속편에 글을 여럿 실었고 발문도 직접 작성하였기에 이 책의 편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조선가정의학전서』

  이갑수는 당시 경성제대 의학부 생리학교실 소속이었는데, 필진으로는 각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요원이나 병원에서 진료하는 담당의들이 대거 참여했다. 임상의로는 용산철도병원, 경성성모병원, 적십자병원, 홍제병원, 元京城府立病院, 京城府民病院의 진료진이 보이며 특별히 충북도청위생과장 오세남이 필진에 참여했다.

  특이한 것은 대개 의학박사, 강사, 병원장 등 직함이나 직위를 표시한 반면에 여성필진들은 하나같이 ‘女醫’라고 표시한 점이다. 손치정(肝油효능에 대하여)을 비롯, 소아과편에서 김복인(離乳法), 김금선(小兒大鼓腹), 산부인과편 정자영(월경의 생리), 장문경(임신중 섭생과 식물), 또 가정간호편 김동숙(맥박측정법, 병자의 식이 등), 허봉조(溫罨法과 냉엄법, 芥子纏絡法)를 여의로 표시했다.

  필진에 한의계 인사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한의학 내용도 거의 없지만, 굳이 관련 내용을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조선인삼 오진섭, 약초이야기 오근태(이상 경성제대의학부 약리학교실), 조선인삼에 대하야 민병기(의학박사) 등이다. 다만 感冒니 盜汗, 염병, 虎列刺, 黴毒, 赤痢, 花柳病 같은 병증 용어가 쓰이고 있는 점은 시대적 배경이 투영된 것임이 분명하다.

 본문은 크게 생리위생편, 병리약리편, 내과편, 외과편, 소아과편, 산부인과편, 피부화류병과편, 안과·이비인후과·치과편 및 가정간호급잡찬편 등 9부류로 분류하여 160여 편에 달하는 글이 실려있다. 또 기타잡속과 부록을 곁들여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였다.

  기타잡속은 이를테면 건강위생 상식에 해당하는 단편적이고 짤막한 내용들을 테마별로 기술한 것인데, 각 주제별로 본문에서 빈 공간이 생길 경우, 문장의 끝나는 말미 여백에 외곽선을 둘러 강조하여 독자로 하여금 눈길을 끌게 한 것이 특징적이라 하겠다.

  예컨대, 臭覺과 性慾, 홀몬과 비타민, 妊娠可能의 性交期, 酒豪는 酒의 浪費者, 廢經期 부인과 폭군 같은 시어머니, 인공구토법, 링겔氏液, 월경도 일종의 流産, 의학상으로 본 貞操觀, 雜穀飯과 두부, 음주후 顔色의 赤紅과 蒼白의 이유, 여자의 月經週期性 같이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12가지 주제를 배정했다.(필자 띄어쓰기.) 대부분 간단한 위생상식과 건강관련 Q&A에 등장할 법한 것들로 꾸며져 있다. 또 부록으로 ‘수명론과 장수법’이란 글이 실려 있다. 이런 가정상식은 모두 경성제대강사인 이갑수가 쓴 것이다.

 또 50쪽에 분량에 달하는 부록 내용 가운데, 天壽의 역사적 관찰이란 대목이 있다. 여기에 동서고금 역사상 유례없이 장수한 기록들이 열거되어 있는데, 당시 조선통영에 130세 된 朴善二라는 노파가 살고 있었다고 하니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시점에서도 가히 기대하기 어려운 최장수기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필진 가운데 가정상비약, 복통, 두통, 구토와 설사, 객혈토혈 등 여러 편을 기술한 李永春은 일본인이 운영한 구마모토농장부설 자혜진료소장으로 부임하여 조선인 소작농들을 돌보는데 주력했던 양심적인 의료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정근양은 경성제대병원 의사로 재직하면서 동서의학 논쟁에서 전통의학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며 한의부흥무용론을 펼쳤던 논객으로 유명하다.(998회 한의학의비판과 해설 참조.)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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