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9> - 『內經要解』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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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9> - 『內經要解』②
  • 승인 2023.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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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낯빛에 드러나는 오장육부의 病色

근현대 한의학교육 변천과정에서 기초학 강의교재로 쓰였을 이 책은 현재 한의교육현장에서 쓰이는 원전교재와 비교삼아 고찰할 만한 대상이다. 다만 발행경위나 역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드러나 있지 않으며, 당시 교육현장이나 교과과정을 오늘날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뒤따르는 점이 한계이다.

전호에서 이 교재가 ‘서울한의학전문학관’이란 곳에서 강의교재로 발행하였다는 점을 말한 바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의계는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 아래에서 단절되었던 전통한의 교육을 부흥하고 한의 학술진흥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펼쳐나가게 된다.

 ◇ 『내경요해』

그 일환으로 1945년 10월 조선의사회라는 단체를 창립하고 교육기관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1946년 동양의학전문학교 설립기성회를 결성하고 경기도 한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경기도의생회관을 강의 장소로 제공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삼아 1948년 드디어 한의학 전문교육기관인 동양대학관이 설립하게 된다. 이에 앞서 1947년 자체교육을 위해 동양의학회라는 학술단체를 결성하는 한편 학술잡지『동양의학』을 발행하여 새로운 시대에 대비한다.

초대 학관장은 박호풍이 맡았으며, 부산피난시절인 1951년 서울한의과대학으로 승격되었고 이어 1955년 동양의약대학으로 교명을 개칭하였으며, 훗날 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모태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이상 김남일, 근현대한의학인물실록 참조.)

필자는 이 책에서 발행처로 등장하는 서울한의학전문학관이 위에서 언급한 근현대 한의교육기관 변천과정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서기1949년4월17일’로 명시된 발행시기로 유추해 볼 때 이 역시 근현대 한의학교육 발전도상에서 수 없이 부침을 거듭했던 흔적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전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황제내경』의 전문을 편별로 逐次 번역한 것이 아니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조문만을 임의로 선별하여 주석을 더하고 해설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방대한 분량을 모두 강의에 붙이기 어려우므로 역자가 비중 있는 대목만을 엄선해 문구를 분석하고 해설을 가미한 것으로 보인다.

 상편에는 지진요대론, 평인기상론, 방성쇠론, 맥요정미론, 삼부구후론 등에 실린 조문이 주해되어 있고 중편에는 영추 경맥편, 조경론, 옥기진장론, 풍론, 평열론, 자열론 가운데 중요한 문장을 발췌하여 풀이하였다. 또 하편은 열론, 경맥별론, 복중론, 영추 수창론, 거통론, 비론, 위론 등에서 비롯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상편과 중, 하편은 필경한 서체도 판이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중, 하편에만 발행시기가 명시된 점 등으로 보아 서로 다른 시기에 순차적으로 펴낸 것을 모아 묶어 놓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대상자료 자체가 속편임을 명시하였고 상편과 중편 둘 다 본문 첫 머리가 앞뒤로 이어지지 않고 문장이 끊겨 있어 편집상태가 상당히 허술하고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문으로 돌아가 한 가지 실례를 살펴보자. 면부의 色診에 관한 기술이다. “오색이 나타나 보이는 것이 각각 그 色部에 나오나니, 部骨이 陷한 자는 반드시 병에 면치 못한다. 그 색부가 서로 生旺하야 허한 틈을 乘襲하여도 剋賊됨이 없는 자는 비록 병이 심하다 할지라도 죽지 않는다.” 이는 원문 “五色之見也, 各出其色部, 部骨陷者, 必不免乎病矣. 其色部乘襲者, 雖病甚不死矣.”에 대한 풀이[釋義]다. 이어 오장육부의 어느 일부가 부족하면 병사가 침습해, 장부의 外見部 즉, 면부에 표현되는 것이며 면의 部色을 보아 서로 상생상극과 치유불치의 예후를 알 수 있다고 부연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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