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68> - 『內經要解』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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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8> - 『內經要解』①
  • 승인 2023.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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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중요한 서적으로 간수한 강의교재

  삼복더위를 뚫고 궁중생활유물전을 보러 고궁박물관에 들린 길이었다. 국지성 호우가 오락가락하는 이상기후인지라 외부일정을 잡기도 여의치 않다. 전시실에 냉방이 잘 갖춰진 덕분에 순조롭게 촬영을 마치고 내친 길에 근방에 위치한 시중한의원을 방문했다.

  그간 학계에 침금동인 연구로 알려진 박영환원장이 소장한 고의서 몇 가지를 꺼내 준다. 대부분 잘 알려진 것들이고 여기서 이미 소개한 책들이다. 그중 앞서 소개한 『상한대의』처럼 정규 한의과대학 수립 이전에 만들어진 초창기 강의교재가 눈에 띈다.

  표지 서명은 『내경요해』라 되어 있지만 ‘續編’이란 부제가 달린 것으로 보아 이보다 앞서 본편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본편을 마저 구해 전모를 알아본 다음에 차차 소개하는 것이 순서에 맞겠지만 어느 때 본편이 나타날지 기약할 길이 없으니, 미흡하지만 우선 확보된 속편 자료에 국한해 먼저 살펴보기로 하였다.

  대상 자료는 상, 중, 하 3권이 각기 별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소장자가 분실과 훼손을 우려해 한꺼번에 모은 다음, 표지를 다시 입혀 실끈을 꿰어 합철해 놓았다. 재미난 것은 표지제첨 곁에 ‘重要한 書籍’이라고 명기해 두었고 소장인을 찍어놓은 것으로 보아 무척 소중하게 아꼈던 책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책 안에 판권지가 별도로 붙어있진 않지만 표지에는 ‘서울한의학전문학관’이란 발행처가 표기되어 있다. 또 중, 하편에는 ‘서기1949년4월17일’로 발행시기가 밝혀져 있어 대략 이 책이 사용된 시점을 추정할 수 있으며, ‘孫中允’이란 저자명이 기재되어 있다.

  본편이 아닌 속편이어서인지 그 외에는 서발이나 목록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아 각 편에 담긴 내용을 재빨리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내경』의 편제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강의용 교재로 그때그때 엮었던 탓에 체계적인 편제를 갖추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 『내경요해』
 ◇ 『내경요해』

  전문저작이나 강의교재로서 결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중요한 서적으로 가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자 역사적 계통을 이루는 『황제내경』을 조문별로 상세하게 번역하고 풀이하는 일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본문은 대략 조문별로 나뉘어 원문과 釋義, 句解로 이루어져 있으며, 때에 따라 附演이란 항목을 두어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전문은 국한문 혼용으로 기재하고 있는데, <원문>에서는 표점을 붙이고 띄어쓰기를 하였기에 구문을 한눈에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석의>는 뜻풀이에 해당하는데, 한글로 토를 붙인 국한혼용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구해>는 어려운 자구나 구절을 알기 쉽게 풀이한 것인데, 기존의 자구해에 해당한다. <부연>에서는 독자가 원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조적 장치로 부가해설을 달아놓거나 다른 문헌에서의 해석을 참고자료로 삼아 제공하였다.

  예컨대, 육원정기대론 “婦人重身毒之何如,…大積大聚其犯也, 衰其大半而止.”<원문>에 대해 <석의>에서 “부인임신중 적취로 고통할 때 독약 쓰는 것이 어떠한가?…大積大聚가 있을 때는 가히 쓸 수 있으나 병이 태반 가량이 滅하면 끊어야 한다하였다.”고 했다. <구해>에서는 ‘重身’을 임신이 되어 배가 뚱뚱해졌다는 뜻이라고 해석하였다. 또 ‘毒之’란 독한 약을 쓴다는 뜻이라고 풀이하였다.

  이 구절에 대해 부연에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醫學入門曰不及이 愈於太過라 하였다. 임신 중이라도 대적대취가 있으면 독약을 부득이 쓸 것은 毋論이어니와 衰其大半止로 過劑는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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