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1)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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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1)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 승인 2023.06.2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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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말이 있다. 너무도 유명한 격언이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다들 그 말에 끄덕일 것이다. 필자 역시 운동을 할 때마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튼튼해지는 것을 느낀다. 특히 작년에 축구를 하면서부터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작년에 필자는 개인적으로 정말 크게 어려운 일들이 여러 가지 겹치면서 쓰나미 속에 서 있는 사람인 듯 했는데, 축구 덕분에 정신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주 한의사 축구팀인 FC한의발에 정회원으로 가입한지는 10년이 넘었지만 매니저로서만 활동했다. 선수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함께 한다는 소속감이 있었다. 정기연습 때 물당번을 하고, 여름에 더울 때는 집에서 손수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를 준비해 가기도 하고, 전국대회가 열리면 함께 가서 부상자 케어를 하는 등의 일들은 우리 팀에 내가 무언가 기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원장도 한 번쯤 뛰어봐야지~”라고 말하는 선배들의 말에 항상 손사래를 치며 고사를 했다. 몸치이기 때문에 뛰는 게 자신이 없기도 했지만, 괜시리 팀에 민폐가 될까봐 걱정했던 마음이 정말 컸다. 그리고 “꼭 뛰어야만 팀의 일원인 것은 아니지”라는 생각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년에 우연히 축구 레슨을 받게 되고 우리팀이 풋살장에서 미니경기를 할 때 나도 같이 공을 차기도 하면서, 함께 뛰어봐야지 않겠냐 했던 선배들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가 몸으로 다가왔다.

그렇다. 숨차게 뛰며 땀을 흘리고 소리치며 교감하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 마치 인생사 같다. 힘든 일을 함께 하고 고비를 함께 넘긴 사람들과 동료애를 넘어선 단단한 결속이 생기는 것처럼, 한 판의 축구를 가슴터지도록 함께 뛰고 함께 외치고 난 뒤 느끼는 그 끈끈한 유대감이라니!

유능한 감독님께 개인레슨을 받았다지만 나는 애초에 심각한 몸치인데다가 풍채만 있지 근력은 하나도 없는 몹쓸 몸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가 팀의 전력에 무슨 도움이 되리. 그렇지만 우리팀 식구들은 함께 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즐거워 해 주었다. 힘들기도 하지만 팀의 약점이 되는 게 미안해서 벤치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가 부른다. 은근히 생각보다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된다며 함께 하자고 끌어낸다. 부딪히는 게 두려워서 망설이면 저 멀리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야! 남원장아! 가라! 아무도 너 못 건드린다!” 이런 독려에 힘입어 작년에 실컷 공을 찼다.

그리고 올해, 정말이지 몇 년 만에 전국 클럽대항전이 열렸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개최되지 못했던 대회다. 언제나처럼 물과 음료를 챙기고 부상자에게 부항과 테이핑과 침치료 등을 하는 매니저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선수들도 고맙다는 마음을 평소보다 더 많이 표현해 주었다. 이 때 얻은 에너지가 내 마음의 배터리를 아주 많이 충전해준 것 같다.

마음이 힘들거나 고달픈 이가 있으시다면 운동을 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는 축구 이외의 경험도 있다. 21세 때 깊은 권태감으로 6개월간 말을 거의 안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우연히 스쿼시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한 적이 있다. 몸을 움직이게 되면 마음도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학술적으로도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직접 느끼고 겪은 경험들로 인해 이것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마음먹고 운동하기가 힘들다면 밖으로 나가 걷는 것부터 시작하셔도 좋다. 마음이 무거울 때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일단 몸을 움직여보면 마음도 따라서 움직일 수 있으니 운동을 해 봅시다!!!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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