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마을경희한의원
온수보일러와 온수파이프
이번에는 온수보일러와 온수파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그림 21). 온수보일러에서 온수가 나오면 온수파이프에 흐르면서 인체 구석구석을 따뜻하게 데우게 된다. 인체 가장 표면에 있는 온수파이프는 중요한 기능이 한 가지 더 있는데, 온수파이프가 좁아졌다 늘었다 하면서 열발산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이 표면에 위치한 온수파이프는 피부의 혈관이라고 할 수 있으며, 피부에 흐르는 혈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지고 있다.
‘피부에 흐르는 혈액의 양은 체온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부의 열은 혈액에 실려 체표로 이동된 후 주변 환경으로 소실된다. 따라서 피부와 피하에 흐르는 혈액량에 의해 체열의 소실이 결정된다.’
앞으로 이야기하는 온수파이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열발산을 조절하는 온수파이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하고자 한다. 오장이 위치해 있는 온수보일러 부분은 온수를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열생산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경락으로는 음경락과 관련이 있다. 말초혈관에 해당하는 온수파이프 부분은 열발산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경락으로는 양경락과 관련이 있다.
온수보일러와 온수파이프의 역할
그렇다고 한다면 이 온수보일러와 온수파이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심체온의 유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온수보일러와 온수파이프의 가장 중요한 역할 역시 중심체온의 유지 즉 체온의 보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이야기 18편에서 “생명체의 껍질은 내부에 비해서 딱딱하고 차갑고 건조하다. 그런데 딱딱하고 차갑고 건조한 껍질이 내부의 따뜻하고 습하고 말랑말랑한 상태를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서 육기를 설명하면서 차가운 것은 太陽에 해당하고 딱딱한 것은 少陽 그리고 건조한 것은 陽明에 해당한다고 하였으며, 따뜻한 것은 少陰에 해당하며 말랑말랑한 것은 厥陰 그리고 습한 것은 太陰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즉 생명체를 껍질과 내부로만 나눈다면 껍질에는 三陽의 기운이 흐르고 내부에는 三陰의 기운이 흐르게 된다.”라고 하였다.
즉 생명체의 핵심은 열에너지의 보존이고 이를 위해서 내부에서는 열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동시에 껍질은 차가우면서 열발산을 억제하는 것이 생명체를 지속 가능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온수보일러는 열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熱이라는 기운을 만들어 내며, 음경락에는 熱이라는 기운이 흐르게 된다. 온수파이프는 ‘열발산의 억제’를 담당하기 때문에 寒이라는 기운을 만들어 내며, 양경락에는 寒이라는 기운이 흐르게 된다.
○ 온수보일러 : 열생산 담당 → 음경락에 熱이 흐르면서 상행
○ 온수파이프 : 열발산의 억제 담당 → 양경락에 寒이 흐르면서 하행
음경락에 흐르는 熱과 양경락에 흐르는 寒
음경락에는 흐르는 기운은 熱이 본질이 되고, 양경락에는 흐르는 기운은 寒이 본질이 되기 때문에 고대인들은 음경락과 양경락의 오수혈 순서를 다르게 배치해 놓았다. 즉 음경락의 순서는 木火土金水가 되고, 양경락의 순서는 金水木火土가 된다. 한의학이야기 33편에서 음경락과 양경락의 오수혈 순서의 차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음경락에는 熱, 風, 濕 세 가지 기운이 상행하며, 양경락에는 寒, 火, 燥 세 가지 기운이 하행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운을 하나씩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熱과 寒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기운의 시작은 가열 즉 木이 되고 차가운 기운의 시작은 냉각 즉 金이 된다(그림 1). 계절로 치면 따뜻한 기운의 시작은 봄이 되고 차가운 기운의 시작은 가을이 된다. 가열은 기운을 상승시키고 냉각은 기운을 하강시킨다. 오수혈 중의 井穴은 시작을 의미하는데, 음경락은 木穴이 井穴이 되고 양경락은 金穴이 井穴이 된다.”
육기 중에서도 熱과 寒은 상승과 하강을 이끄는 근원적인 힘이 되기 때문에 가장 본질적인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음경락에 흐르는 기운은 본질이 熱이 되기 때문에 음경락은 火穴이 핵심이 되고, 따뜻한 기운은 가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음경락은 木穴에서 시작한다. 양경락에 흐르는 기운은 본질이 寒이 되기 때문에 水穴이 핵심이 되고, 차가운 기운은 냉각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양경락은 金穴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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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