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뿌듯해하며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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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뿌듯해하며 살아가는 것
  • 승인 2022.07.0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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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

강솔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마음이 흐르는 대로

얼마 전 갑자기 어지러움이 몰려와서 일을 쉬고 누워야했다. 작년 봄에 이어 두 번째였다. 작년부터 과로의 연속선상에 있었고, 내가 새로 벌린 일도 있었고, 직원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무너지듯이, 에너지가 고갈 될 줄은 몰랐다. 혈당과 몇몇 상태를 체크하고, 지인에게 치료 받으며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면 눈을 감고 누워 지냈다. 이 때 우연히 지나영쌤의 유튜브를 들었다. 그녀의 다른 유튜브를 다시 듣고.. 그러다 책을 읽었다.

지나영 지음, 다산북스 출간

지나영씨는 대구에서 태어나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국 의사 시험에 합격, 소아정신과 의사가 되고 존스홉킨스 의과 대학과 그 연계 병원에서 소아정신과 교수로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벼락같이, 병마에 시달리게 된다. 일상생활을 할 수조차 없고,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고, 십분을 걸으면 며칠을 드러누워 있어야했다. 통증이 심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거치면서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오던 한 사람이 병마와 함께 그 모든 열정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아이를 갖고 싶어 시험관을 시도 했으나 고통을 겪는 와중에 결국 원하던 아이를 포기해야 했던 것. 이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일생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어려서부터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었고, 열정이 있었고,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그것을 용기 내서 하는 것. 그녀의 삶은 그렇게 채워져 있었다, 여행을 갈 때에도 오지 여행이었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밤새워 공부했고, 미국에서도 언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신경정신과를, 외국인이며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상태로도 도전했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도전하고, 이겨내고, 버텨왔던 그녀의 삶이 반복해서 기술된 책장을 넘기며 왜 그렇게 면역체계와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게는 멈춤이 필요했던 듯싶다. 그만 쉬엄쉬엄 해봐 라고 부드럽게 말해봤자 변함없이 불굴의 의지를 불태울 것 같아서, 어쩌면 삶의 신비는 그녀에게 큰 고통을 준 게 아닐까. 절대로 멈추지 않을 수 없게. 어쩌면 어쩌면 그렇다는 말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

그 내용 중 저자가 소개한 병실에서 유튜버 활동을 하던 클레어 와인랜드가 했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인생의 의미란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뿌듯해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라고.

우리는 때로 ‘무엇이 되고 성취해야해? 인생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곤 한다. 마치 그것이 삶에 큰 욕심이 아닌 것처럼. 성취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비난 하는 마음을 살짝 숨기며. 그런데 원하는 대로 행복할 수 있을까? 건강할 수 있을까? 확언을 하고 에너지 끌어당김의 법칙을 쓰고, 이렇게 될 것이라고 선언을 하고 진심으로 그 신념을 간직하면 행복과 건강이 오는 것일까? 행복과 건강에 또 다른 말들을 넣을 수도 있겠다. 명의, 부자 이런 것들. 하지만 막상 건강도 행복도 원하는 대로 가지기 어렵고 때로는 이겨내기엔 너무 큰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Living a life you’re proud of 할 수 있는 것이다. 매 순간마다 뿌듯하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느낄 무엇인가를 찾고,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마음이 흐르는 대로,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고, 밖에서 안으로 돌아오는 성취를 택하기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한국의 상황과 한국의 젊은이들은 충분히, 저자가 안타까워할 만 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만 일해도 피곤해서 쉬어야하는 지금 본인의 상황에서 또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도움을 주고 싶어 하고 있다. 그녀의 마음이 책을 읽으며 더 이해가 되었다.

나는 힘들었던 지난 며칠 동안 애써서 해 왔던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어떤 일은 인제 할 만큼 했다, 싶은 마음이 들고 어떤 일은 남들처럼 해보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나영쌤의 말처럼 내 마음 속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들여다보고 있다. 억지로 애써서 했다고 생각했던 일도 지금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들으려 하다보면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스며드는 어떤 흐름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마지막엔 생각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산다는 것은, 내 계획이나 의지대로 사는 것과는 좀 다를 수도 있다, 예상치 못했던 흐름을 따라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길에서 매 순간 순간 뿌듯함을 찾으며.

 

강솔 / 소나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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