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한일동양의학심포지엄 - 일본 한방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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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일동양의학심포지엄 - 일본 한방의 현주소
  • 승인 2004.12.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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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 처방경험 축적은 일본의 큰 재산”

▶ 배원식 원장의 질의에 대한 일본측 답변 요약 ◀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제3회 한일동양의학심포지엄에서는 눈길을 끄는 연제 하나가 있었다.
야스이 히로미찌(安井廣迪·57) 일본 安井醫院 원장(전 일본北里연구소 부속동양의학종합연구소 임상연구부장)이 발표한 ‘裵元植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회답’이 그것이다.
이는 지난 6월 일본 요꼬하마에서 열린 제2회 심포지엄에서 배원식 회장이 일본측에 던진 공개 질의에 대한 회답으로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Q) 일본에는 한방전문대학이 없는가?

A) 한방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은 없다. 1868년에 德川幕府에 이어 정권을 잡은 明治 新政府의 서구화정책으로 의학에도 독일의학이 채용됐다. 당시 담당관은 일단 서양의학을 배운 후라면 한방의학을 사용해도 좋다는 해석을 내렸고 이때부터 ‘한방의’는 제도상 없어졌다. 1895년 제국의회에서 漢方醫부활을 위해 제출한 법안이 부결되면서 한방의학은 완전히 소멸됐고, 그 때까지 존재했던 사립 한방전문학교도 폐교됐다.

현재 ‘한방전문대학’은 없지만 대학의학부에 한방전문강좌(교실)가 운영되고 있다.
2003년 한방의학은 의학부 교육의 핵심교육과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한국이나 중국 ‘한방전문대학’의 5, 6년이란 커리큘럼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시간이 적다.

Q) 개인사사 또는 강습소, 독서 등으로 한방을 학습하는데 그것을 완전이수로 생각하는가?

A) 일본 한방의학은 18세기 초까지 중국과 거의 동일했다. 古方派의 출현으로 ‘상한론’ 중심의 의학체계가 구축되다가 吉益東洞이 그때까지의 전통의학이론을 파괴한 후 전혀 다른 체계가 출현했다.
四診으로 인식할 수 있는 증후만을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 증후와 처방을 1대1로 대응시키는 ‘方證相對’의 체계가 만들어졌다. 일본의 한방의학이 病因病機를 무시하여 病態中에 ‘邪’란 개념을 쓰지 않는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일본 한방한의학을 강습소나 개인사사로 이수하는 것은 쉽지만 한의학이나 중의학과 같은 전통의학을 습득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Q) 한의학을 독립된 의학으로 보지 않고 양의학의 보조의학으로 취급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A) 일본 의사의 거의 대부분이 서양의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의사는 서양의학적 수단을 제1의 선택으로 하며 한방의학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한방약이나 침구를 선택한다.
그러나 한방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한방의학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서양의학의 보조수단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Q) 한방치료의 원리원칙을 떠나서 양방진단병명에 따라 ‘한방엑기스’제제를 選用하는데 이는 한방치료라 볼 수 없지 않는가?

A) 이런 일은 일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현상으로 한방의학이론과는 무관하게 사용되고 있어 한방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사용방법도 한방약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한 것으로 반드시 배제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방엑기스제제는 1976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방의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의사가 서양의학적병명을 바탕으로 사용됐다. 이는 한방의학적 입장에서 보면 邪道이지만 의사라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설을 첨부해 사용된 결과 한방약을 의료계에 보급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반면 한방의학 체계가 무시된 채 단순한 약물의 한 종류로 인식, 사용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한편 한방약을 서양약처럼 30년 가까이 사용한 과정에서 엑기스제제의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만성알레르기성비염에 小靑龍湯을 사용한다거나 두통에 五영散을 사용한 결과 유효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런 예는 한방약을 단순한 일반약제로 투여해 얻은 결과로서 한방적 연구는 아니지만 의학전체에서 볼 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Q) 방제에 있어서도 본초방제의 탕액과 ‘가공엑기스’ 제제의 효능작용이 같다고 보는가?

A) 탕액과 엑기스제의 효과가 다르다는 것은 한방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면 누구든지 안다. 하지만 문제는 엑기스제제만 아는 많은 의사들이 탕액의 효과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 한방의학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여기에는 마이너스적인 면과 플라스적인 면이 있다.

① 마이너스적인 면
엑기스제에는 함량, 성분 및 성분비, 부형제, 가감 불가 등의 여러 문제점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탕액과 동등한 약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엑기스함량을 탕액처럼 분량을 조절해서 투여한다고 해도 제제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인공적인 요소가 들어가 완전히 같은 성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둘째로 처방시 적절한 가감을 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단미로된 생약엑기스제제는 보험으로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할 수 있다해도 가미할 때마다 처방 분량이 많아져서 복용이 곤란해진다. 또 부형제의 문제도 있다. 많은 제제는 유당을 부형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복용할 수 없다.

② 플러스적적인 면
간편함에 있다. 탕액은 생약재료, 창고, 조제실, 약장, 전문약제사, 조제행위, 포장, 특별한 복약지도, 인건비 등 서양의학적 조제에서는 필요없는 작업이 요구된다. 엑기스제는 이런 것이 필요없어 제공자, 사용자 모두에게 편하다.
다양한 임상시험도 이런 형태라면 실험하기 쉽고 결과도 간단히 얻을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당연시되는 집적연구는 이런 엑기스제제를 사용해서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엑기스제제는 지극히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 처방수가 적지만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에서는 일본인으로서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상은 개인의 의견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한방의학의 제일 큰 특징이면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점은 『상한론』 처방(금궤요략포함)을 사용한 경험의 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일본 의사들은 마땅히 다른 처방을 사용해야 하는 병태에 대하여도 이런 처방을 사용했다. 그 결과, 이들 처방이 가지고 있는 큰 가능성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여 임상응용의 길을 열었으며 뿐만 아니라 향후 새로운 연구재료까지도 제공하게 됐다. 이론은 둘째 치고 이런 경험의 축적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업적이며 일본 한방의학의 재산이기도 하다.

정리 =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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