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26] 簡易벽瘟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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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26] 簡易벽瘟方
  • 승인 2004.12.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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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系譜 살펴볼 방역서

중종 19년(1524) 가을 關西(평안도 일대)지방에 여疫이 크게 유행하여 사람들이 전염되어 목숨을 잃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이듬해 봄이 되도록 수그러들지 않음으로, 이에 임금은 의관에게 약재와 먹을 것을 보내어 구제하도록 하였다.

또한 金順蒙, 劉永貞, 朴世擧 등으로 하여금 여러 의서에서 온역을 다스릴 방도를 초록하여 책을 펴내도록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간이벽온방』이다. 당시 承政院 都承旨였던 金希壽가 이러한 내력으로 서문을 쓴 시점이 1525년 정월 25일이니 몇 달 사이에 급하게 이루어진 일임을 알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원문과 한글로 된 번역문을 대역하여 배치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내용을 서문에서 찾아보면 “簡易벽瘟方, 飜以方言, 印頒中外, 使人人易曉……”라 하였는데, 이어지는 언해에서는 “언문으로번역하야바가中듕外외예頒반포하샤사람마다쉬알에하시니……”라고 표현하고 있어 마치 훈민정음을 읽는 듯하다.

그렇다면 당시에 곧바로 한글로 국역하여 함께 실었다는 것인데, 이 책을 모본으로 하여 중종 37년(1542)에 새로 엮어 펴냈다는 『分門瘟疫易解方』의 서문에는 ‘舊存벽瘟兩方’이라 표현하였고 『新纂벽溫方』(1613)의 서문에도 ‘醫局舊有簡易벽瘟方’이라 했으니 이 책을 전염병의 교과서처럼 썼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록으로 『조선왕조실록』 중종 13년 4월 조문을 찾아보면, 金安國이 언해한 벽온방과 창진방을 간행하기를 주청하는 기사에서 “벽온방은 세종조에 이미 俚語로 번역하여 中外에 印頒하였으나 이제는 희한한 까닭으로 신이 언해를 가하여 간행하였고……”라고 하였다.

이러한 몇 가지 기사만 조합해 보아도 당시 조선에서 유행한 온역의 유형과 전염병 방역서의 간행 계통을 거칠게나마 추정할 수 있다. 세종조에 찍었다는 『벽온방』에서부터 金安國이 언해한 『벽온방』, 그리고 중종조에 나온 『간이벽온방』, 『속벽온방』, 『분문온역이해방』, 허준의 『신찬벽온방』, 安景昌의 『벽온신방』에 이르기까지 벽온방의 계보를 그려볼 수 있다.

위의 책 중에서 이 책과 가장 연관성이 깊은 것은 『분문온역이해방』으로 편찬 동기가 같을 뿐만 아니라 전해 내려온 방서[舊抄] 즉, 이 책을 근간으로 60여방을 채록하고 여기에 다시 40여방을 추가하여 새로 꾸몄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내용이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체제상의 결함이 『분문온역이해방』을 펴내게 되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겠지만 100년 가까이 거듭하여 인출하였다는 것은 여전히 이 책의 내용이 유용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주목할 현상은 새로운 책이 나오면서도 그전의 책들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인출된다는 것인데, 1613년에만 해도 이 책과 함께 『신찬벽온방』이 한 달 간격으로 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시점에 『동의보감』을 찍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대형의방서의 출간을 앞두고 얼마나 다급했으면 연거푸 벽온방을 찍어냈을까? 결국 방역서를 찍은 시점이 돌림병의 유행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면, 온역의 종류에 있어서 獄溫, 傷溫, 墓溫, 廟溫, 社溫, 山溫, 海溫, 家溫, 조溫 등을 열거하여 대체로 유행성 전염병의 전염원이 되는 환경오염과 위생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당시 사용된 예방약으로는 蘇合香元이나 屠蘇酒, 螢火元, 殺鬼煎, 神明散 등이 이용되었다. 근자에 청주 지방에 소아 이질이 돌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해마다 병도 다르고 어디서 왔는지, 또 예전처럼 길 따라 들어오는 것도 아닐 터이다.

하지만 오래 전에도 가을에 들어와 해를 넘겨 인명을 해치곤 하였으니 늘 주의할 일이다. 세월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있는 이 책의 원본 하나가 새로이 모습을 보였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서 소개하였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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