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노인 대상 한의약 보건사업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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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노인 대상 한의약 보건사업의 어제와 오늘
  • 승인 2022.05.06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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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2021년 여름, 경기도 김포시에서 여덟 명의 한의사가 ‘찾아가는 건강돌봄서비스’에 나섰습니다. 그 해 겨울에 김포시한의사회는 전국의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을 한자리에 발표하는 성과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짧게 개요를 설명드렸던 ‘한의약 건강돌봄사업’모델은 왕진에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연계한 점이 주요 특징입니다. 이를테면, 만성질환에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었던 한 독거노인의 경우,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한의약과 운동 처방으로 소화 능력이 호전되자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좋아져서’ 일상생활 수행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보고입니다. 사업보고에 따르면, 한의사 치료를 받으면서 노인 대상자는 통증뿐 아니라 소화불량을 개선했으며, 의료서비스와 결합한 사회적 돌봄이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고 하는군요.

같은 해 성과대회의 대상은 경기도 부천시한의사회가 받았습니다. 부천시한의사회는 부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대상자(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알코올의존증 진단자)를 의뢰받아 방문 진료를 했습니다. 사례를 보면, 만 68세의 독거노인으로 조현병과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으면서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있던 분에게 통증치료를 실시하고 지역 의료자원을 이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연계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만성신부전 수술, 긴급의료비 지원, 건강모니터링 연계, 주거환경개선, 장애등급 신청, 일상생활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복지 사각지대를 메꾸는 의미에서 지자체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의료 서비스와 복지 서비스 간에 상호 연계될 수 있는 안정적인 팀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포시에서 언급되었듯이, “장애 질환 정도, 치료 환경 등 대상자의 범주를 명확히 하고, 대상자를 위해 지속적인 사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공공보건사업에서의 다음 단계 목표로서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림] 노인 대상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교육자료(한국건강증진개발원)

 

 

외래로 통원 치료를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져 있는 노인이라면 자연스레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이 있다고 응답한 노인이 84%, 1인이 가지고 있는 평균 만성질환의 개수는 1.9개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만, 매일 먹는 약의 가짓수를 물어보면 평균치를 상회하는 노인이 많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제약물복용(polypharmacy)의 문제입니다. 연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다제약물복용의 기준을 비교적 낮게 잡은 연구 및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 연구회에서는 '1일 5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 로 하고 있습니다. OECD는 5개 이상 약물을 90일 이상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75세 환자 비율(2017년 기준)을 공개했는데, 우리나라는 통계를 제출한 7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68.1%)를 보였다고 하는군요. 노인이 매일 복용하는 약물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은 의미 있는 보건 문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질환 간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는 한의사의 접근 방식이 다제약물 복용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편 2019년은 코로나19가 생겨나기 전, 대규모의 집합 사업이 열리던 시절입니다만, 230명이 참여한 충북 옥천군의 <건강100세, 한방(韓方)으로 한방에 누리기>가 전국 한의약건강증진사업 우수사례에 실려 있습니다. 이 때 옥천의 노인(65세 이상)인구 비율은 28.3%였으니 전국 평균 15.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이지요. 주로 경로당을 장소로 삼아 운영했던 이 사업에서 대상자들은 운동효과(신체 유연성), 통증, 우울점수 모두 사전사후 비교시 개선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환경의 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의 건강상태를 평가하고 개입하는 프로그램의 효과를 앞으로 더욱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연구할 필요성이 충분합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노인장기요양시설(요양원 등)에서 지내고 계시는 분들은 어떨까요. 자유롭게 통원치료를 받기에는 신체기능이나 인지기능도 저하되어 있고, 일단 시설에 입소해 있는 환경 자체가 제약이 될 수가 있습니다만, 오히려 일차의료 수요는 더욱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의사가 포함되어 노인장기요양시설 계약의사(촉탁의)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장기요양시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진찰 및 평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분들에 대해서는 그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공공보건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생각하고 실현하고 있는 노인 건강증진의 시작점은 노인 상태에 대한 올바른 평가에 달려 있고, 그 과정에서의 효과적인 관리 수단으로 한의학의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 귀결은, 의료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노인 환자의 기능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가 될 것입니다.

신체기능 저하는 우울과, 또 우울은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많은 연구들이 나와 있어, 결국 노인에게서 초기 우울증을 탐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가족이나 요양·복지 인력에게 의존하는 정도를 줄이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올바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 표준화된 설문지와 같은 구조적인 측정 도구는 진료실과 보건사업 현장에서 모두 쓰임새가 있을 것입니다.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온라인 보수교육’ 란에서도 찾을 수 있는 노인 우울증 평가도구 설문지를 아래에 같이 싣습니다. 집중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노인 환자의 사전·사후 평가에 활용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면 더욱 좋겠습니다.

[표] 한국형 노인 우울증 평가도구 GDS-K 15(Geriatric depression scale-Korean version)

 

참고 자료

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47612

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47360

https://www.kpanews.co.kr/article/show.asp?idx=216961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사례집 <함께하는 한걸음>.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0.

노인대상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연구. 보건복지부·상지대학교. 2015.

노인 건강관리 프로그램 교육안.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15.

노인환자의 임상적 평가와 관리,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온라인 보수교육 <노인의학> 자료.

 

한은경 / 채영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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