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25] 諺解胎産集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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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25] 諺解胎産集要
  • 승인 2004.11.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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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배어 낳는 중요한 方文

허준이『東醫寶鑑』을 완성하기 두 해 전에 펴낸 産科學 책으로 부녀자들에게도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한글로 언해하여 간행하였다. 序跋은 없고 목록만이 있으며, 본문 마지막 장에 ‘萬曆36年正月日內醫院開刊’이라는 刊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1608년(선조 41년)에 간행된 것이다. 대체적인 내용이 『동의보감』잡병편 부인문의 부분과 유사하므로 시기로 보아서『동의보감』집필 시 藍本이 되었을 것이다.

혹자는 이 책이 세종 16년(1434)에 盧重禮가 지은 『胎産要錄』을 바탕으로 증보하여 언해한 것으로 생각하고 소개한 경우가 많다. 『언해두창집요』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많은 사람들이 세조 때 나온 임원준의 『창진집』을 모태로 언해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오해는 허준이 『두창집요』의 발문에서 선대의 구급방, 태산집, 두창집 등을 간행한 典據에 연원을 두고 취지를 계승했음을 밝힌 내용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비교해 보면 극히 일부 내용을 인용한 것 이외에는 전혀 새로운 지식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왕조실록』의 관련 기사 두어 줄이나 다분히 의례적인 서문의 문구만을 읽어보고 허준 저작의 독자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언해본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리지널 텍스트의 번역본쯤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전본이 모두 원문과 언해가 조문마다 대역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원문만 실려 있는 별도의 태산집이나 두창집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부터 하나의 독립된 저작으로서 기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동의보감』에 앞서 간행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산과부문에 대한 훌륭한 典範을 이루는 기념비적 저작으로 재조명해야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의보감』을 비롯한 몇 가지 허준 선생의 작품들에 대해 주요 내용이 겹친다는 사실만 갖고 선대의 의학이론과 명의들의 처방 혹은 중국의서들을 취합하여 종합 정리했다는 식의 평가나 소개의 글은 매우 부적절하다.

형태를 살펴보면, 불분권 1책의 목판본으로 되어 있고 목차에는 求嗣, 孕胎, 胎脈, 驗胎, 辨男女法, 轉女爲男法, 惡阻, 禁忌, 將理, 通治, 安胎, 欲産候, 保産, 半産, 察色驗胎生死, 下死胎, 下胞衣 등으로 열거되어 있다. 하지만 뒷부분을 보면 産前諸證, 産後諸證이라는 항목 아래 여러 가지 임신질환과 산후병증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産前諸證에는 子癎, 子煩, 子腫, 子淋, 子痢, 子학, 子嗽, 子懸, 感寒, 不語, 兒在腹中哭, 腹中鍾鳴이 들어 있고, 産後諸證에는 兒枕痛, 血暈, 血崩, 뉵血, 喘急, 咳逆, 不語, 發熱, 乳懸, 陰脫, 過月不産, 下乳汁, 臨産豫備藥物, 貼産圖法, 附初生小兒救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내용 구성에 있어 서로 층차가 다른 몇 가지 부분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채 동일한 수준에서 나열식으로 전개된 것을 보아 치밀하게 구성되지 못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역시 이 책이 시의적인 필요성에 의해 급하게 편찬되었음을 시사한다. 『태산요록』과 비교해 볼 때 첫 머리의 胎敎論이 빠져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본문 첫 장에는 ‘諺解胎産集要’라고 쓰인 내제 아래 ‘자식배여난난종요뫼혼방문’이라고 제목부터 풀어 놓고 있다. 이어 다음 줄에 ‘御醫臣許浚奉敎撰’이라는 명문이 있어 허준의 작품임을 단정할 수 있다. 본문 마지막 장에 監校官으로 거명된 李希憲, 李각은 같은 해 9월『醫林撮要續集』을 간행할 때도 함께 활약한 인물이다. 본문의 기술방식을 보아도 조선 전기의 문헌처럼 먼저 인용문헌을 앞세워 ‘○○曰’ 이라고 쓰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것 역시 이 책이 『동의보감』의 간행에 앞서 특정 목적에 의해 편찬된 것임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사회적으로 출산율이 저하하고 인구구조가 역전되면서 급속한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또 의학적으로 고령임신으로 인한 산모의 임신중독과 태아의 이상이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하여 옛 사람의 지혜를 빌려야 할 때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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